박상현 김효주 동반 우승에 함박웃음 지은 스승 한연희[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기자 2021. 9. 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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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사제 인연 한가위 대박
스윙 뿐 아니라 인성, 자기관리 코칭
최종라운드 전날 통화로 서로 격려
박상현이 19일 DGB금융그룹 어바인오픈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KPGA 제공

19일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깜찍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김효주. KLPGA 제공
한연희 전 한국 골프대표팀 감독(61)은 ‘금메달 제조기’로 불린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출전한 2006 도하 아시아경기와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은 남녀 골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었다. 2개 대회에서 골프 시상식에는 애국가만 8번 울려 퍼진 것이다.

●마지막 홀 닮은 꼴 버디로 우승 자축

황금 손으로 이름을 날린 한 전 감독이 올해 추석을 앞두고 두 제자에게 큰 선물을 받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오랜 세월 사제관계를 맺은 박상현(38·동아제약)과 김효주(26·롯데)가 19일 차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상현이 19일 DGB금융그룹 어바인오픈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KPGA 제공
박상현은 이날 경북 칠곡 파미힐스CC 동코스(파71)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어바인오픈에서 마지막 날 버디 7언더파를 몰아쳐 최종 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박상현은 2위 김한별을 2타차로 따돌리고 올해 7월 부산경남오픈에 이어 시즌 2승이자 통산 10승 고지에 올랐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보탠 박상현은 2005년 투어에 뛰어든 뒤 누적 상금 40억 원 고지를 처음 밟았다.

박상현이 우승 확정한 뒤 약 20분이 흘러 김효주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충북 청주시 세종 실크리버 CC(파72)에서 끝난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신인 홍정민을 2타차로 제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효주가 국내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해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이고 투어 통산 13승(아마추어 시절 1승 포함)이다. LPGA투어에서는 올해 5월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투어 통산 4승을 거둔 바 있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 원.

김효주가 19일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박세리에게 트로피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8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김효주는 당시 한국 여자 골프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세리 감독에게 우승 트로피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김효주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 아쉬웠는데 박세리 감독님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승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한연희 전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뿐이다. 제자 둘이 같은 날 우승한 건 처음 같은 데 이런 큰 기쁨을 얻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상현은 “효주랑 동반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항상 한연희 감독님께 큰 은혜를 받고 있다. 효주랑 따로 만나서 우승 파티를 하겠다”며 웃었다.

다음주 출국해 LPGA투어에 복귀하는 김효주는 “어제(토요일) 박상현 프로님 전화를 받았다. 둘 다 우승권에 있으니 잘 마무리하자고 응원해 주셨다.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현과 김효주는 이날 마지막 우승 마무리 과정도 마치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두 선수 모두 파5의 18번 홀에서 투온 공략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서드 샷 거리를 남겨 둔 뒤 정교한 웨지 샷으로 버디를 낚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 전 감독이 강조하는 확률 높은 코스 매니지먼트 영향이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끝내기에 대해 “마지막 날 찾아오는 압박감과 긴장 속에서 어떻게 우승하는 방법을 아는 선수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과 평소 훈련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자 뛰어넘어 가족처럼 애정 기울여

10년 넘게 사제관계를 맺고 있는 박상현과 한연희 전 한국 골프대표팀 감독. 동아일보 DB
박상현은 2011년부터 줄곧 한연희 전 감독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6세 때 원주에서 골프를 시작한 김효주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힌 뒤 아버지와 함께 수도권에서 골프 레슨을 하던 한 전 감독을 찾아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한 전 감독은 골프 스윙 뿐 아니라 자기 관리, 식사 등 골프장 밖 생활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제자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연말에는 함께 보여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박상현 부인과 아들, 김효주 아버지와 어머니 등과도 일가친척처럼 지낸다.

2014년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와 시상식에서 기쁨을 나눈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동아일보 DB
박상현, 김효주는 한 전 감독과 함께 겨울철에는 태국이나 제주에서 장기 전지훈련을 통해 함께 갖기도 한다. 한 전 감독은 “어려서부터 효주는 하루에 7,8시간씩 골프를 칠 만큼 운동밖에 몰랐다. 여려 보였지만 속은 단단했다”고 칭찬했다. 박상현은 최근 신한동해오픈에서 컷 탈락하며 자존심이 상했지만 한 감독의 조언에 따라 무뎌졌던 퍼팅 감각을 살린 게 이번 우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박상현은 평소 음료수나 캔을 딸 때 혹시 손이 베일까봐 늘 휴지로 뚜껑을 감싼다. 이같은 습관은 한 전 감독의 세심한 조언을 따른 것이다.

●아쉬운 선수 은퇴, 지도자 성공시대

한연희 전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과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 한 전 감독과 강 부회장은 2006 도하 아시하경기와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2회 연속 한국의 금메달 4개 싹쓸이에 힘을 합쳤다. 동아일보 DB
한 전 감독은 최광수 신용진 등과 1988년 프로 입문 동기이지만 고질인 허리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한 뒤 제주 오라CC 헤드 프로로 7년 동안 일하다 지도자로 변신해 선수 때 못 이룬 우승의 꿈을 제자들을 통해 이루고 있다. 선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도에 중시한다. 유명 지도자로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에서도 골프 지망생들이 찾아올 정도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에는 당시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강화위원장(현재 협회 부회장)과 한국 골프대표팀의 국제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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