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물류비 뛰자 중간재도 뛴다.. 완성품 납품하는 中企만 울상
올 초부터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물류난으로 인해 이를 수입하는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원자재를 가공해 중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 역시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중간재 역시 공급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중간재를 매입해 완성품을 생산해서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에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생산 비용에 포함되는 원자재·중간재 가격 인상이 납품 단가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불거진 골판지업계와 원지(原紙)산업계의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7월 원지업체 아진피앤피·태림페이퍼·전주페이퍼 등은 8~9월부터 원지 가격을 10~13%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아세아제지·한솔페이퍼텍 등 다른 업체들도 이번 달부터 가격을 10%쯤 올렸다. 원지업계의 원지 가격 인상은 지난해 11월, 올해 4월에 이어 세 번째다. 원지업계는 “폐지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8월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됐다”며 가격 인상 요인이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의 폐골판지 가격은 지난해 8월 kg당 73원에서 지난달 142원까지 올랐다.
원지를 매입해 골판지를 생산하는 골판지 업계는 “1년도 안 되는 동안 세 차례나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진무 한국골판지협동조합 전무는 “지난해 폐지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기저 효과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2019년에는 폐골판지 가격이 kg당 80~90원 선에서 형성됐다. 김 전무는 “원지업계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고, 코로나 이후 택배 수요가 늘면서 원지 수요가 함께 늘어 원지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생산 능력과 재고를 끌어올렸다”고도 했다. 공급량이 충분한데도 원지업계가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지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골판지업계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 골판지 상자의 주요 거래 대상은 쿠팡 등 배달 플랫폼인데, 이들은 골판지 가격이 인상되면 종이 상자 대신 비닐 등 다른 포장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구업계에서도 코로나 이후 주요 자재인 파티클보드(PB)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PB는 목재나 폐목을 분쇄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고온으로 압축해 생산한다. 이미 사용한 목재를 재활용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해 경제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동화기업 등 3~4개 업체가 주로 생산한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으로는 가구업체들의 수요를 30% 정도밖에 충당하지 못해 주된 수요는 수입으로 해결해 왔다.
문제는 올해 들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물류난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PB 수입이 어려워 국내 생산량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PB 가격 역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장당 8000원쯤 하던 PB가 지금은 1만3000원꼴”이라며 “과점 시장이라 가격 협상이라는 게 의미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우수 품질인 E0 등급 PB의 도매가격이 올해 2분기 기준 지난해 대비 약 30% 이상 올랐다”고 했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조합원인 업체를 대신해 제품을 납품받는 대기업 등과 납품 단가를 조정하는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64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제도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곳은 202곳으로 전체의 31.2%에 불과했다. 거래 업체와의 원만한 관계가 지속될지, 거래가 단절되지는 않을지 등의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계에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별 중소기업이 아니라 업체들이 모인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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