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다 뛰는데 대출은 안된다니..정부 규제 강화에 대출자 잠못든다
금융당국 "풍선효과 차단해야"..카드론 한도 축소
서민 급전 창구 갈수록 좁아져..불법사채 우려
#B씨는 최근 신용카드 분실로 재발급하면서 정부의 대출규제로 줄어든 카드론 한도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300만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종전 대비 한도가 제법 줄었기 때문이다. B씨는 "종전 한도는 500만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신용점수가 낮은 것도 아니고 10년 넘게 연체 한 번 없이 성실하게 신용거래를 하며 신용카드를 써왔는데 대출규제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대출이 막힌 직장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동안 대출을 연체 없이 잘 갚아왔는데 갑자기 대출 한도가 축소된 경우 유독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내 신용과 내 담보로 내가 대출을 받아 갚겠다는데 대신 상환해 줄 것도 아니면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느냐는 목소리다. 특히, 서민들의 마지막 제도권 금융의 보루로 여겨지는 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서 저신용·서민층의 경우 사실상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가계대출이 많이 증가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에 가계대출 총량 지침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지침은 은행권의 대출 규제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카드업계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5~6%인데, 이들 카드사의 경우 가계부채 관련 연간 대출 목표치를 2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카드사가 상징적으로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은 만큼 나머지 카드사들도 조만간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카드론은 물론 현금서비스 등 급전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은행에 이어 2금융권에서도 대출 한도가 줄면 저신용·서민 입장에서는 급전 조달 창구가 좁아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크고 작은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모두 과도한 부채 누적이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일성으로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의 상호 상승작용의 연결고리를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당면 현안의 핵심을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숙명일 것"이라며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련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일부 급전 수요는 이미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출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면서 연 19.9% 금리에도 돈을 못 구하는 게 예삿일이다. 대부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러시앤캐시, 리드코프, 태강대부 등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대형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 승인율은 10%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부업체들이 자금조달(신용경색)에 어려움을 겪었던 2010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대출을 신청한 10명중 1명만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9명은 지인에게 손을 벌리거나 불법사채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출 문의가 눈에 띄게 크게 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압축해 전했다. 앞서 올해 3월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향후 31만6000명이 금융이용 축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중 3만9000명이 불법사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대부업체들은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됨에 따라 신용대출에 연 19.9% 단일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의 경우 신용대출로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한데 단일금리 연 19.9%를 적용하면 1년 이자만 6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수준의 금리를 부담한다고 해서 모두 대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는 게 현실이다. 일련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손율이 높아지자 대부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결과다. 과거에는 저신용자에 보다 높은 금리를 부과할 수 있어 연체가 발생해도 높은 이자율로 상쇄가 가능했는데 현재는 상황이 달라져서다.
대부업체 대출 심사에서 미끄러지면 불법사채를 써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에서만 확인된 불법사채 규모는 63억원이 넘으며 이자율은 3338에 달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 경제수사팀이 7월 12일부터 8월 11일까지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행위에 대해 집중 수사를 실시한 결과, 불법사채업자 23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취급한 대출은 63억1900만원으로 피해자는 411명이었다. 업자 중에는 최고 연 3338% 이자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전국 단위 수사가 이뤄지면 불법사채 규모는 '조' 단위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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