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언니 챌린지] 소리꾼 고영열의 '풍년가'..'힙'한 리듬에 빠졌다

2021. 9. 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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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고영열의 소리교실'
'풍년가'를 부르니 다가오는 기적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80점 → 90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고영열 선생님과의 수업 3번이면 ‘야 너두’ 할 수 있다.

8개월 사이에 ‘기적’이 일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여름 ‘소리의 기초’ 격으로 배운 ‘진도아리랑’이 시작이니, 일 년여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수업이었던 설특집 ‘뱃노래’에 이어 다시 열게 된 ‘고영열의 소리교실’. 이번엔 추석특집 ‘풍년가’다. “곡식이 풍성하게 자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민요”로 고영열 선생님이 직접 준비한 곡이다.

추석특집 수업은 역사적인 순간에 이뤄졌다. 2018년 이후 3년여 만에 선보이는 솔로 정규2집 준비에 한창인 상황. 이날의 수업은 팬들을 위한 고영열 선생님의 한가위 선물이기도 했다.

수업에서 배울 노래는 풍년가. 앞서 ‘불후의명곡’ 등 TV 프로그램을 통해 고영열 선생님이 부른 곡이었다.

수업은 ‘장단’부터 시작됐다. ‘풍년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와 달리 ‘동살풀이’ 장단이다. 지난 설에 배웠던 ‘뱃놀이’만 해도 익숙한 국악 장단인 3박의 자진모리였지만, ‘풍년가’는 “박수 치기에도 좋고, 요즘 음악에 잘 맞는 ‘힙’한 장단”이다. ’당그닥 당그닥‘거리는 신명나는 장단이라는 것이 특징. 장단만 들어도 흥을 끌어올리기엔 충분했다.

문제는 역대 최고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특히 음이 어렵고, 여흥구처럼 들어가는 ‘으흥 으흥 으흐흥’ 부분은 듣기에도 어렵고, 따라 부르기엔 더 어려웠다. 하지만 고영열 선생님은 “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본격적인 수업은 ‘발성연습’부터다. 소리교실에선 목 풀기가 기본. 구성진 가락의 “아아아아 ~”를 내질러 보니, 이게 또 이토록 ‘힙’할 수가 없다. 멜론 ‘톱100’에 익숙했던 귀도 깜짝 놀란 듯 우리 소리에 금세 빠져들었다. 풍년가의 첫 소절인 ‘에헤야 데헤야’로 연습을 이어가자 선생님께선 다시 ‘칭찬봇’을 가동했다. “정말 잘했다. 이렇게 똑같이 하면 된다”는 말씀 !

뒤이어 ‘심화학습’이 이어졌다. 사실 소리교실에만 서면 ‘쭈구리’였는데, 세 번째 수업이라고 ‘제법’ 자신감이 붙었다. 게다가 고영열 선생님께서 무한 칭찬을 해주시니, 기도 살았다.

첫 가사는, “에헤야 데헤야 어절씨구 우리네 고장 좋고 좋네”. 수업을 마친 이후 돌아보니 이 소절은 ‘풍년가’에서 가장 쉬운 구간이었다. 고영열 선생님의 선창 후 따라부르니, 선생님도 내심 놀란 듯 보인 것만 나만의 착각일까. 심지어 영열 선생님의 소속사(헬로 아티스트) 대표님께선 ‘엄지척’을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한껏 치솟는 어깨를 주체하지 못할 즈음, 재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말 그대로 ‘풍년’이 들어 너무도 ‘살기 좋은’ 감정을 담아 불러야 하는 두 번째 소절. ‘살기도 좋네 으흐으흐으흥’. 이어 ‘마의 구간’의 등장. ‘금수강산 삼천리에’는 시원한 고음이 뻗어나가는 구간인데, 그 뒤로 ‘밭 가는 농부들, 콧노래 흥겨워서, 으흥으흐흥으흐으흐으흥’까지의 소절이 음정 맞추기가 어려웠다.

소리꾼 고영열은 요즘 새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초월’을 타이틀로 잡아 선보이는 정규 2집 앨범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그의 자작곡으로 채웠다. [헬로아티스트 제공]

고영열 선생님께선 노래를 할 때 항상 “자신감”과 “감정”을 강조한다. 노래의 8팔은 자신감이요, 소리는 감정이 100%라는 것이다.

여러 방송과 공연을 통해 만나는 ‘소리꾼 고영열’의 무대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잘 하는 소리꾼은 많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소리꾼은 드물다. 처음 고영열의 소리를 들었을 땐, 한국인에게 탑재한 ‘국악DNA’로 인해 이토록 마음이 절절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이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접해보면 안다. 소리꾼의 감정이 오롯이 전달되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러니 수업에서도 당연히 감정이 강조됐다. “살기 좋은 감정을 담는 것”이 풍년가의 핵심. 팬데믹으로 인한 시련도,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도, 친구 연인과의 다툼도, 가족간의 크고 작은 불화도 ‘풍년가’를 부르는 잠깐의 시간 동안은 잊어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한 감정을 담아 부르고 나면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음악을 잘 소화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농부들의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으흥으흐흥으흐으흐으흥’은 어깨가 좌우로 들썩이는 재밌는 구절이었으나, 입으로는 선뜻 나오지 않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탓에 완성도가 떨어졌다.

‘풍년가’를 배우고 나니 마치 내 마음 속에도 “풍년이 든 것”처럼 넉넉한 마음이 됐다. 이날 수업의 선곡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 언제 어디서든 마음이 상한 일이 있다면 이 노래를 불러보기를 추천한다. 어깨를 살랑이며 ‘으흥으흥’을 할 땐, 갑자기 찾아오는 현타로 웃음이 터질 수도 있다. 그런 뒤에 마음이 꽤나 가벼워진다.

선생님은 이날 수업 이후 무려 90점의 점수를 주셨다. 이게 대체 무슨 일. 세 번의 수업 중 역대 최고 점수였다. “테크닉은 부족하지만, 노랫말과 어울리는 감정으로 잘 불렀다”는 칭찬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으흥으흥” 부분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사실 이날 수업은 고영열 선생님이 얼마나 ‘명강사’인지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일타강사 면모를 자랑했던 첫 수업부터 이어진 세 번의 수업으로 ‘소알못’(소리를 알지 못하는) 기자는 모두를 놀라게 하는 실력(?)으로 거듭났다. 덕분에 내년 설엔 90점 초반대의 점수도 기약하는 ‘야무진 꿈’도 꿀 수 있게 됐다. 선생님은 달라진 노래 실력도 놀랐는지, 수업 이후 진지하게 물으셨다. “노래방 자주 가세요?” 내가 정말 잘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나 싶었다. 자의식이 충만해졌다. 새침하게 한 마디 해봤다. “안 간지 5년 됐어요.” 영열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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