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언론중재법 통과 땐 한국 언론자유 순위에 악영향"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9. 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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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루아르 사무총장 본지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은 순위가 목표에 못 미친다고 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이 이달 초 파리 시내 RSF 본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RSF 본부에는 각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보여주는 커다란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손진석 특파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에 악영향을 준다는 건 분명합니다.”

언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이달 초 파리 시내 RSF 본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의원들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 50세인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프랑스인으로서 프랑스 방송사, 주간지 기자를 거쳐 2012년 7월부터 RSF를 이끌고 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미래에 대해 단언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지만 지금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의회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내년에 발표할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올해 180국 가운데 42위인 한국의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2019년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RSF 사무총장과 한국 대통령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당시 문 대통령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목표치에 못 미치고 있어 더 높이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022년까지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3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이 통과될 경우 올해 42위인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우리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언론자유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이 이달 초 파리 시내 RSF 본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손진석 특파원

들루아르씨는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 어떤 나라든 대책을 강구하는 데 애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과 같은 방식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언론보도 중 무엇이 가짜뉴스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판사의 주관성에 뉴스의 진위를 맡겨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RSF는 언론자유지수에 넣는 국가별 평가를 서술할 때 문재인 정부 출범을 우호적으로 표현해왔다. 이전 10년간의 이어진 보수 정권과 공영 방송사와의 갈등을 끝낼 수 있게 됐다고 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긍정적으로 봤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그러나 “한국 의회가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면 (순위에 악영향을 줄뿐 아니라) 그걸 고려해서 한국에 대한 서술 내용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이 이달 초 파리 시내 RSF 본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RSF 본부에는 각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보여주는 커다란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손진석 특파원

RSF는 지난 8월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뭣도 모르니깐 그냥 우리나라 언론단체가 쓰면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송 대표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서울, (RSF 아시아지부가 있는) 타이페이, (RSF 본부가 있는) 파리까지 3곳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해서 성명을 냈고 나도 문구까지 자세히 검토해서 성명을 냈던 것”이라고 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별개로 “한국이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RSF가 지적해온 사안이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이 최고 징역 7년으로 지나치게 가혹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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