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귀찮았을까".. 오늘도 제자리로 가지 못한 '양심'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늦은 오후 쇼핑용 카트 1대가 인도에 긴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가까이 다가가 쪼그린 채 카트 아래를 보니 거친 길바닥에 긁혀 생긴 듯한 흠집들이 바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이는 카트 1대를 직접 옮겼다.
이어 "외부에 방치된 카트는 정기적으로 수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트 보관소 지척인데 여기저기 방치
거친 길바닥에 긁히면서 바퀴 등 훼손
다른 고객이 이용하다 부상 입을수도
"잠깐 시간내면 돌려놓고 올텐데" 씁쓸
서울의 낮 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린 지난 13일 기자는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주차장 근처 인도에 방치된 대형 할인점 쇼핑용 카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해당 할인점까지는 직선거리로 300여m다.
카트 보관소가 지척인데 여행객 차량 사이에서 방치된 카트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년 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버려진 카트들을 취재할 당시 “동네 망신”이라며 한 주민이 내뱉은 탄식이 문득 떠올랐다.
이날 공항 주차장에서 발견된 카트는 10여대로, 절반가량은 지척에 보관소가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30초도 안 돼 돌려놓을 수 있는 거리였다.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이는 카트 1대를 직접 옮겼다. 아스팔트 노면을 따라 손잡이를 잡고 밀어 불과 1분도 안 돼 돌려놓을 수 있었다. 앞서 다른 이용객이 가져다 놓은 카트에 줄을 맞췄더니 금세 깔끔히 정리됐다.
다른 여행객의 보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민의식은 순간 들었을 이른바 ‘귀차니즘’과 ‘누군가 가져다 놓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 실종된 듯 보여 씁쓸했다.
이곳에서 만난 여행객 박모(34)씨는 “카트 돌려놓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조금만 시간을 내면 다른 여행객도 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300여m 거리에 있는 인근 할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 날 1시간 가까이 지하 주차장 2개 층을 돌며, 제자리에 놓이지 않은 쇼핑용 카트 8대를 발견했다. 대부분 주차장 기둥 근처에 놓여서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줄줄이 엮인 카트가 발견된 3년여 전 어느 날이 생각났다.
한 관계자는 “할인점 밖으로 카트를 밀고 나가지 못하게 구조물 등을 설치하면 들고 나가는 이도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금지 사항을 강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양심에 맡기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외부에 방치된 카트는 정기적으로 수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한 법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변호사들은 당시 카트가 할인점의 자산인 점을 언급하면서 건물 외부로 가져나가는 행동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취재를 마치고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중 공항 카트 1대를 끌고 가는 역 직원을 승강장에서 발견했다. 누군가 공항에서 승강장까지 카트를 가져와 짐만 챙기고는 열차에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누구였을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중이 형! 합의금 건네고 처벌받았으면 끝났을 일… 형이 일 더 키웠다"
- 부모 도박 빚 갚으려고 배우 딸이 누드화보…주말극 ‘미녀와 순정남’ 막장 소재 논란
- 광주서 나체로 자전거 타던 유학생, 숨진 채 발견
- 팬 돈까지 뜯어 17억 사기…30대 유명 가수, 결국 징역형
- 구혜선, 이혼 후 재산 탕진→주차장 노숙…“주거지 없다”
- 생방 도중 “이재명 대통령이”…곧바로 수습하며 한 말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