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왕 출신' 버핏, '모험왕' 머스크에게 '우주보험' 팔까?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입력 2021. 9. 19. 12:00 수정 2021. 9. 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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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사회과학 상상력] 우주보험
보험업으로 세계적인 거부가 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위키피디아

미국 보험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과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는 모두 세계 최고의 부자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이 둘이 부자가 된 방식은 매우 다르다.

버핏의 비결은 보험사 운영이었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에게서 보험료를 미리 받지만,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수개월~수십년 뒤의 일이다. 보험은 원래 사고 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를 보험계약을 할 때 사전에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업종이다.

그러나 버핏은 사고 후 지급하는 보험금이 애초에 받은 보험료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즉 보험영업이 큰 적자가 나지 않도록 보수적인 경영을 했다. 보험료에 비해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는 보험가입자는 보험가입을 거절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보험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길게 수십년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이자 한푼 낼 필요 없는 ‘공짜 차입금’이 그의 부를 가능하게 한 재원이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적인 사업을 벌여 거부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댄 테일러(위키피디아)

버핏과 달리 머스크는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을 적극 감수하는 모험사업으로 부를 일궜다. 전기차, 우주사업 등 남들이 하지 않는, 위험이 큰 모험에 도전해 성공시키며 부자가 됐다. 최근 그는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고 위험이 크다고 평가되는 우주 사업체 ‘스페이스X’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화성에 정착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그렇다면 머스크가 우주보험에 가입하려고 할 때 버핏이 그에게 보험을 팔까?

머스크가 버핏에게 전화하면?

버핏과 머스크의 보험 이슈는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처음 거론됐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인터넷 중계로 진행된 이 주총에서 한 주주가 버크셔 해서웨이 그룹의 보험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아지트 자인 부회장에게 질문을 했다.

그 주주는 “만약에 일론 머스크가 버핏에게 전화를 걸어 화성 정착 프로그램, 특히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과 탄두, 조종사 등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 문의해서 버핏이 당신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 같은 모험 사업의 일부에 대해서라도 보험을 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인 부회장은 단호히 “매우 쉬운 문제다. 팔지 않겠다”고 즉답했다.

2015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앞줄 왼쪽부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배우 캐시 아일랜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 창업자./존 캐러스코(위키피디아)

그러자 버핏이 바로 뒤이어 나섰는데 그의 답변은 약간 달랐다. 버핏은 “글쎄, 보험료 수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이 우주선에 직접 타느냐 안타느냐에 따라 보험요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직접 우주선을 타고 보험료도 많이 낸다면 그에게 우주보험을 팔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버핏은 실제로 머스크가 요청을 해오면 머스크에게 우주보험을 팔 수 있을까? 우주보험 사업의 현실을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①경쟁 치열해지는 우주보험

첫째, 현재 우주보험 시장 전체는 성장하고 있으나 보험업체간 경쟁으로 보험금 대비 보험료의 비율(보험요율)은 하락하는 추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주보험 업체들은 지난해 위성, 로켓, 무인우주비행체 등을 포함해 4억7500만달러(5598억원)의 보험료를 받아서 손실보험금으로 4억2500만달러(5009억원)를 지급했다. 흑자 시장인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주보험이 2018~2022년에 연평균 2.26%씩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사업체 스페이스X가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블룸버그

현재 우주보험 시장에는 미국 AIG, 독일 알리안츠, 독일 뮌헨재보험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간 경쟁이 심해지고 우주기술의 안전성도 높아지면서 보험요율은 2003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 개별 보험사 입장에서 볼 때 위험은 커지고 수익 가능성은 떨어지는 셈이다.

더구나 인공위성과 로켓 등 우주사업은 자동차 사업과 달리 법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이 제 3자 손해배상에 한정되어 있다. 즉 우주선이 다른 우주선을 충돌하거나 민가에 추락했을 때 발생하는 타인 손해에 대해서만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우주손해배상법에 따라 우주물체 발사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2000억원 한도의 배상책임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이에 반해 민간 우주선 자체의 손해, 민간 우주인이나 우주여행객의 부상 혹은 사망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의 우주비행사는 공무원 보험을 적용받기 때문에 민간 우주인과는 다른 상황이다.

우주보험은 우주 장비들이 고가인데다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건당 보험료가 항공기 보험의 10~20배 정도 높다. 우주보험 전문가들은 우주발사체의 약 절반이 자기 손실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지난 2016년 9월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 폭발사고 당시에 스페이스X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민간 우주인이나 우주관광객의 경우 보험회사들이 1인당 200만~500만달러(약 24억~59억원)의 보험금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입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이 우주비행선을 타고 우주에 올랐을 때에도 그와 우주선 동료들이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자신이 세운 우주사업체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블룸버그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보험회사의 흑자 경영을 강조하는 버핏이 보험요율이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커지고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우주보험에 선뜻 참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버핏은 보험료가 높으면 고려해 보겠다고 했지만 머스크가 특별히 높은 보험료를 버핏에게 지불할 이유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②점점 커지는 우주 충돌 가능성

버핏이 머스크의 우주보험을 기피할 두번째 요인은 최근 머스크가 위성을 급격히 많이 쏘아 올리면서 위성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주사업은 ①로켓과 위성 등 장비제작 단계 ②운송 단계 ③발사준비 단계 ④발사 단계 ⑤궤도운용 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 ①과 ②단계는 자동차처럼 전통형 보험, ③~⑤단계는 우주보험으로 간주된다.

우주보험 중 발사준비 단계는 위성이 발사장으로 이동한 뒤 점화 또는 로켓 발사 전까지의 단계이다. 위성과 발사체에 손해가 발생하면 보상해준다. 발사 단계에서는 위성이 지구 궤도로 올라가서 기능을 점검하는 6개월~1년 동안 생기는 물질적 손해나 기능 손상을 보상한다. 로켓에서 위성이 분리된 뒤 초기 운영 테스트가 완료되면 보험보장이 끝난다.

마지막 궤도운용 단계는 초기 운영 테스트가 완료되고 위성의 정상 활동 이후 위성의 기능 또는 본체에 발생하는 손상을 보장하는 형태이다. 매년 갱신하는 형태로 위성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험계약이 진행된다.

우주에 떠다니는 비작동 인공위성 등 각종 우주쓰레기 개념도./블룸버그

이러한 우주보험은 로켓과 위성이 사전에 의도된 제 기능을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성이 외부 물체와 충돌하는 상황은 보험계약 당시의 시나리오에서 배제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위성 충돌 사례가 11건에 불과할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사되는 위성 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우주 쓰레기도 증가하면서 새로운 발사체나 위성이 이 우주쓰레기들과 충돌하는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위성사업 통계업체인 세라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는 8055개의 위성이 주로 지상 2000km의 저궤도에서 떠돌고 있으며, 이 중 42%는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작동 중인 위성수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에 전년보다 68% 증가했고 5년 전보다는 200% 늘어났다. 작동 위성수가 급증하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전세계를 위성 인터넷으로 덮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위성을 계속 쏘아올리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저궤도 위성은 크기가 작은 냉장고 수준으로 지상 3만6000km에 위치한 정지궤도 위성보다 훨씬 작다. 크기가 작은 만큼, 정지궤도 위성이 사고시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건당 2억~3억달러(2357억~3336억원)에 달하는 반면, 저궤도 위성은 50만~100만달러(약 6억~12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위성충돌 가능성은 보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의 통신업체 모토롤라가 1998년 11월에 출범시킨 위성통신네트워크 '이리디엄'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통신위성./위키피디아

일단 보험 계약을 하면 향후 수년간 손실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의 충돌 위험이 큰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 가입을 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저궤도만 문제가 아니다. 하늘 더 높은 곳에 있는 정지궤도에는 우주무덤이 존재하지만 각국 정부들이 우주무덤의 쓰레기들을 관측은 하면서도 어느 나라도 치우려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보험업자들은 지적한다.

우주보험을 담당하는 ‘아슈어 스페이스’의 리처드 파커 공동창업자는 “위성 충돌 문제는 우주보험 업계에는 눈 앞에 다가온 현실적인 문제이며 보험사들이 통제하기 힘든 변수”라며 “우리는 이 충돌 위험 때문에 저궤도 우주선 보험 사업을 1년전에 접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머스크가 우주 공간에서도 새로운 위험을 계속 만들어 내기 때문에 버핏이 머스크에게 보험 팔기를 꺼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③안전 투자 고수하는 버핏

세번째 요인은 버핏 자신의 위험 기피 성향이다. 버핏은 숲 속의 3마리 새보다 자신의 손 안에 있는 1마리 새가 더 확실하고 안전하다는 투자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돈 한두푼 더 벌겠다고 확실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곳에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의 돈을 투자하지는 않겠다는 보수적인 투자원칙을 평생 고수하고 있다.

그런 그의 철학에 비추어 볼 때 머스크의 화성 정착 계획에 관여할 경우 전례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만약 머스크가 높은 보험료를 내겠다고 나서도 버핏은 보험회사가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할 손실의 총액한도를 정해놓고 계약을 맺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험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버핏이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다른 길을 갔듯이 우주산업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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