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노련한 바이든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

박형기 기자 입력 2021. 9. 19. 11:53 수정 2021. 9. 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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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노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지 못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기존 지배세력의 자리를 위협해올 때 극심한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을 이른다.

'역사학의 시조'로 평가되는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펠로폰네스 전쟁은 당시 패권국인 스파르타가 신흥세력인 아테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며 스파르타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패권국이 이 함정에 빠지기 더 쉽다는 얘기다. 쫓는 사람보다는 쫓기는 사람이 더 초조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국, 영국, 호주가 대중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며 호주에 핵잠수함 개발 지원을 약속하자 프랑스가 이에 격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과 사전 상의 없이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가 17일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호주와의 잠수함 건조사업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1.9.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오커스로 프랑스가 지난 2016년 호주와 맺은 40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잠수함 건조 계약이 휴지조각이 됐다. 이에 실망한 프랑스는 미국 호주에 파견한 자국 대사에게 즉각 소환 명령을 내리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프랑스가 흥분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미국이 프랑스의 밥그릇을 빼앗은 것은 물론 사전 상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전에 상의를 했다면 프랑스도 서방동맹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미국은 사전상의 없이 오커스를 발표했다.

바이든이 좀 성급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바이든은 성급했을까? 바로 아프가니스탄 때문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격납고에 파손된 미군 헬기들이 널려 있다. © AFP=뉴스1 © News1

당초 바이든은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국면전환용으로 오커스를 발표하며 중국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전세계에 천명하고 싶었을 터이다.

그런데 아프간 철군 과정이 매끄럽지 않자 미국에서 바이든의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최근 바이든 지지율이 44%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조사보다 6%p 떨어진 것으로, 사상최저다.

바이든은 이 같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프랑스와 사전 상의 없이 전격적으로 오커스 동맹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노련한 바이든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것이다.

오커스 동맹을 발표하기 전에 프랑스와 충분히 상의해 프랑스의 양해를 구한 뒤 오커스를 발표했어야 했다. 그러나 성급한 바이든은 프랑스 달래기 없이 오커스를 발표해 버렸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방 동맹이 적전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유럽을 공략할 수 있는 틈새가 생겨서다.

오커스는 앵글로색슨 중심이다. 유럽은 이 동맹에서 소외됐다. 이번 조치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도 실망하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유럽 동맹을 회복하고, '쿼드'를 통해 인도를 미국편에 끌어들이며 효과적으로 중국을 포위했었다. 이로 인해 바이든은 역시 ‘외교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실제 국제무대에서 중국은 ‘왕따’ 당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서방 동맹의 균열이 표출됐다. 특히 유럽은 앵글로색슨 중심의 서방동맹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중국이 유럽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실제 유럽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미중 패권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중 패권전쟁에서 중립적 입장에 서며 사안마다 자국에 유리한 편을 들어 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엘리제궁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 AFP=뉴스1

유럽은 친미일변도가 아닌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의 와중에 중국이 유럽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효과적으로 미국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터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더욱 재밌어 졌다. 그러나 한국은 더 고달파질 전망이다. 미중 양국이 우리에게 “니들은 도대체 누구 편이냐”며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압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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