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을 포장했습니다.. 당신에게 선물하려고

정상혁 기자 입력 2021. 9. 19. 11:01 수정 2021. 9. 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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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설치미술]
/Christo and Jeanne Claude Foundation

포장(包裝)은 겉을 감싸는 것이다. 껴안는 행위를 연상시킨다.

세계적 대지미술가 크리스토(1935~2020)는 프랑스 개선문 전체를 거대한 포장 천으로 싸매는 프로젝트를 말년에 기획했다. 이름하여 ‘포장된 개선문(L’Arc de Triomphe, wrapped)’이다. 이 포옹의 예술이 18일(현지시각) 완성됐다. 제작비 약 190억원, 재활용 가능한 은빛 포장지만 2만5000㎡가 투입됐다. 세기의 작전이 일대의 진부한 풍경을 일순 뒤바꿨다.

크리스토는 지형지물을 거대한 천 등으로 감싸는 대지예술로 명성을 얻었다. 1985년 프랑스 파리 퐁뇌프 다리, 1995년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 등이 그의 주요 무대였다. 옆에는 늘 아내 장 클로드(1935~2009)가 있었다. 부부는 6월 13일 같은 날 태어났고, 파리에서 처음 만났으며, 평생 함께 작업했다. ‘포장된 개선문’은 부부의 오랜 사랑을 기념하는 선물이며 유작(遺作)인 셈이다. 다만 10월 3일까지 한시적이다. 포옹은 언젠가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 현장 감독을 맡은 크리스토의 조카 블라디미르 자바체프는 “부부에게 예술은 모든 사람이 무료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며 “오늘날 그들의 생각을 전 세계와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크리스토는 “나는 즐거움 말고는 전혀 기능이 없는 것들을 만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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