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열린 무료급식소.."코로나? 쌀만 있으면 연다"

정유선 2021. 9.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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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성이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외쳤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져 인원을 반으로 줄였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잘렸다"며 "을지로랑 용산, 영등포에도 무료 급식소가 있어 돌아가면서 밥을 먹으러 온다"고 전했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 책임자인 자광명보살은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며 "원래 밥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전부 할아버지들인데 코로나 이후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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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무료급식
"코로나 이후로 젊은사람들 늘어"
"후원 줄어도 운영엔 문제 없다"
추석에도 개시, 송편·양말 선물

[서울=뉴시스]신귀혜 수습기자= 지난 17일 낮 서울 종로구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줄을 서서 점심 식사가 담긴 봉지를 받아가고 있다. 2021. 9. 17.

[서울=뉴시스]정유선 신귀혜 수습 기자 = "점심 공양 받으세요!"

붉은색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성이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외쳤다. 여성의 부름에 무질서했던 골목에 긴 줄이 세워졌다.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배식이 시작되자 펼쳐진 풍경이다. 노인 320여명이 주먹밥과 반찬, 국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차례로 받아갔다.

탑골공원에선 매일 아침과 점심 하루 2번 무료 급식이 이뤄진다. 단출하지만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받으러 점심에만 350~400명이 이 곳을 찾는다.

도시락을 배급하는 곳은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다. 약 28년 전부터 탑골공원 앞에 터를 잡고 굶주린 이들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다. 이날의 점심 메뉴는 햄을 잘게 썰어 넣어 뭉친 주먹밥, 어묵 볶음, 미역국이었다.

도시락 꾸러미를 받아 탑골공원 안에서 식사를 하던 남성 A(80)씨는 볼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급식소에 배식을 받으러 온다며 "다른 무료 급식소는 일주일에 세 번만 하는 곳도 있는데 여긴 매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옆에서 식사 중이던 B(73)씨는 6개월 전 일자리를 잃고 급식소를 종종 찾는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져 인원을 반으로 줄였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잘렸다"며 "을지로랑 용산, 영등포에도 무료 급식소가 있어 돌아가면서 밥을 먹으러 온다"고 전했다.

배식을 받는 이들 대부분은 70~80대 이상의 노인으로 보였지만 간혹 보다 젊어 보이는 중년들도 눈에 띄었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 책임자인 자광명보살은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며 "원래 밥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전부 할아버지들인데 코로나 이후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정유선기자= 지난 17일 낮 서울 종로구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에서 배식을 받은 노인들이 탑골공원 내 종로구청이 마련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2021. 9. 17.

급식소 운영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오로지 민간의 후원으로만 충당한다고 한다. 단체보다는 개인 후원이 많으며 5만원 이하 소액 기부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광명보살은 "코로나19 뒤로 후원이 줄긴 했지만 운영에 차질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이 일"이라며 웃었다. 다만 "요즘 자원봉사자들이 줄어 일손이 모자라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수백 명이 한 장소에 밀집하는 만큼 방역에도 신경을 쓴다. 구청에선 노인들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탑골공원 안에 테이블을 마련했다.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에겐 마스크를 배부한다.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는 365일 운영인 만큼 오는 추석에도 문을 연다. 자광명보살은 "명절 연휴에 하루 이틀은 평소보다 사람이 줄지만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순 없다. 나머지 사람들을 굶길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급식소는 식사 외 명절맞이 송편과 선물로 양말을 준비하고 있다. 자광명보살은 "이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급식소가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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