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한 시진핑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 용납 못한다"

이벌찬 기자 2021. 9. 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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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7일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화상으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면서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신장(新疆) 소수민족·홍콩 민주화세력 등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教師爺般頤指氣使的說教)’라는 표현은 지난 7월 1일 시 주석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도 등장했던 문구다.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잠시 강하고 약한 것은 힘에 달렸지만, 천년의 승부는 이치에 달려 있다(一時强弱在於力, 千秋勝負在於理)’는 중국 유명 극작가 차오위의 말을 인용하며 “문제를 해결할 때는 우월한 지위나 패권을 이용한 괴롭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영국, 호주와 3자 외교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2001년 출범한 SCO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인도 등 8개국이 참여해 오던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이란이 최근 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16일에는 미 동맹국들이 주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가입을 신청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 부장(장관)이 데미언 오코너 뉴질랜드 무역장관에게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자유 무역을 명분 삼아 세계 각국과 경제 관계를 강화해 미국의 포위망을 약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PTPP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탈퇴하자 일본·호주 등 국가들이 2018년 12월 30일 출범시킨 자유무역협정이다. 중국은 과거 TPP가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포위망이라며 경계했지만,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CPTPP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적극적으로 가입 의사를 밝혀왔다.

18일에는 시 주석이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 국가들을 향해 코로나 극복 지원을 약속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6차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화상 축사에서 “지난해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 중국과 라틴 아메리카는 수망상조(守望相助: 지키고 살펴서 서로 도와준다)하며 전방위적인 방역 협력을 했다”며 “중국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에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제공해 하루빨리 감염병 상황을 이겨내고 경제 사회 발전을 회복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의 자주독립 노력 속에서 CELAC가 구성됐고 이는 지역 일체화 과정의 중요한 사건”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CELAC는 미주기구(OAS)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뺀 반미 성향의 좌파 국가들이 2010년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연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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