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계농구의 중심에서 '희망'을 외치다, 여자농구대표팀 전주원 감독

민준구 입력 2021. 9. 19. 09:05 수정 2021. 9. 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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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주인공, 올림픽 여자농구 최초의 트리플더블 보유자 전주원 국가대표 감독은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수장으로서 당당히 세계무대의 중심에 섰다. 모두가 치욕적인 대패를 예상했던 그때, 전주원 감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고 세계농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끝이 아닌 시작. 그가 보여준 한국 여자농구의 힘은 앞으로를 기대케 하는 하나의 힘이 됐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꿈처럼 지나간 21년 만의 올림픽


전주원 감독은 21년 전,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4강 신화를 이끈 뒤 올림픽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는 출산, 2008 베이징올림픽은 노장이었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지도자로 올림픽 무대 위에 다시 섰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마치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Q. 도쿄에서 돌아온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돌아보면 꿈만 같던 때였을 것 같습니다.
언제 갔다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말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아요. 도쿄로 가기 전까지는 정말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그런 생각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더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만만치 않았잖아요. 그 부분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네요.

Q. 21년 전, 시드니 대회 이후 정말 오랜만에 올림픽 무대에 섰습니다. 선수였던 과거와 지도자로서 돌아온 현재는 많은 차이가 있었나요.
올림픽이란 대회는 선수였을 때나 그리고 감독이었을 때나 마음가짐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큰 무대이고 영광스러운 자리잖아요. 선수였을 때는 애틀랜타에서 실패한 후 성장통을 겪었고 다음 치러진 시드니에서 정말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번에는 아산 우리은행의 코치로 있으면서 처음 감독이 된 것이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이질감이 있더라고요. 언론에서 여러 수식어를 붙여주시고 기대도 많이 해주셨는데 부담감이 굉장히 컸어요. 특히 훈련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정말 잘할 수 있을까’였으니까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정말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또 무겁게 느껴야 하잖아요. 선수 시절에는 내가 조금 못하더라도 좋은 동료들이 잘해줄 거란 믿음으로 마음이 편했는데 지금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생각해야 하니까 마음이 무거웠어요.

Q. 이번 올림픽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입니다. 현장에 있었던 지도자로서 스스로 평가를 내리신다면요?
모든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건 정말 큰 성과라고 보니까요. 결과적으로 3패를 했음에도 말이죠. 선수 시절에는 꼭 메달을 따야 하고 그 색깔도 중요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모든 경기에서 패했음에도 팬분들이 경기 결과가 아닌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보고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느꼈죠. 그런 부분에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현시점의 한국 여자농구가 올림픽 무대에서 투혼을 발휘했다는 걸 알아주셔서 감사했어요.

Q. 귀국 후 선수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작별를 인사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했나요.
지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도쿄에 가기 전에도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며 모든 선수들의 꿈이니까 우리가 가진 모든 걸 다 보여주면 결과보다는 과정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었어요. 그 부분을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계속 알려주고 싶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국제대회를 치러야 하고 3년 뒤에는 다시 올림픽이 열리는데 계속 경험을 쌓는다면 3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베일에 가려진 올림픽 준비 과정, 열악했던 환경


전주원 감독과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2~3개월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언론 노출 없이 조용히 올림픽을 준비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훈련 상황이 좋지 않았고 평가전은 단 한 차례도 치르지 못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에이스 박지수의 합류가 늦어진 건 대형 악재. 힘든 상황이 지속된 상황에서 전주원 감독은 어떻게 올림픽을 준비했을까.

Q. 잇따른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자존감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국가대표 감독 부임 이후 크게 느낀 부분이며 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가라앉은 건 사실이었어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면 분명 대단한 것인데도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선수들에게 항상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또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줬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거니까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대신 훈련할 때는 강하게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올림픽은 하나의 실수가 곧 패배로 이어지는 대회니까요. 선수들에게도 하나의 실수도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즉 책임감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Q. 본인에 대한 의문부호도 많았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없다’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니까요. 심지어 첫 감독이 국가대표였으니 더욱 큰 부담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플레이어였던 과거 선수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면 지도자로서 당연히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높은 기대감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사실 국가대표 감독이 된 것도 내가 잘했기 때문에 얻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웃음). 대신 잘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었죠. 도쿄에 가기 전부터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고 싶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후회는 없습니다.

Q. 대회 준비 기간도 굉장히 짧았어요. 과거 시드니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여름/겨울리그로 시즌이 나뉘어서 전체적인 일정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WKBL은 정말 많은 경기를 치르고 있잖아요. 5개월 이상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다 보니 선수들이 많이 힘들 거예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대표팀을 소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상황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플레이오프,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모두 치열했기 때문에 그만큼 선수들의 몸 상태도 안 좋았고. 쉬더라도 몸을 조금은 만들고 대표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들 재활 중이라서 쉽지 않았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환경도 제한적이었고요. 아쉬웠죠.

Q. 김민정, 김한별의 부상 이탈, 그리고 기존 계획에서 제외된 강아정의 부재는 큰 압박이었을 것 같습니다.

(강)아정이랑은 통화를 많이 했었어요. 본인도 올림픽에 가고 싶은데 8월까지는 도저히 뛸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뽑힌다고 하더라도 플러스보단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고도 했어요. 이미선 코치도 그렇고 나도 설득했지만 선수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결국은 더 컸던 것 같아요. (김)한별이는 리바운드라도 하겠다며 꼭 가고 싶다고 했지만 모든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하니 결국 교체할 수밖에 없었어요.

Q. 뜻대로 이어지지 않는 준비 과정에 불안감을 느꼈을 듯합니다.

맞아요.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아요. (박)지수와 훈련하는 건 아예 포기한 시점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 보니 걱정이 많았죠. 베테랑들은 부상이 많았고 대부분 어린 선수들만 처음부터 끝까지 훈련을 소화했던 것 같아요. 지수를 제외한 11명이 훈련한 건 3주가 채 되지 않았어요. 프로 시즌을 준비하면 당연히 있는 일이긴 한데 대표팀이다 보니 걱정이 더 컸었죠.

Q. 평가전이 없었던 것 역시 큰 불안요소였습니다. 코로나19에도 다른 경쟁팀들은 평가전을 수 차례 치러왔기 때문에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죠.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지원을 안 해준 건 아닙니다. 스페인, 캐나다, 그리고 세르비아의 빅맨들에 대비하기 위해 남자 트레이너들을 영입했고 맞춤 훈련을 진행했어요. 또 초청 경기나 전지훈련 전부 다 생각했는데 2주 격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평가전 역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도쿄에 미리 가도 현지 사정이 좋지 않아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선수 시절 때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평가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은 없었어요. 차라리 이렇게 될 거면 지수와 조금이라도 손발을 맞춰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평가전을 치르지 않았었죠.

Q. 만약 박지수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더 많았다면 1승을 노려볼 수 있었을까요.

아쉽게도 지수 역시 부상이 있었어요. 대신 건강한 상태에서 2주 정도만 손발을 맞췄다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죠. 지수도 불과 3일 손발을 맞췄지만 적응 속도가 정말 빨랐어요. 그만큼 영리한 선수인 거예요(웃음). 대신 지수가 없는 기간 동안 반대편에서 하는 농구는 계속 준비했기 때문에 그나마 좋은 효과를 본 것 같아요. 보통 지수의 반대편에서 하는 농구가 가장 준비하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그 시간이 많았으니까요. 

▲ 한국 여자농구의 저력 과시한 전주원 감독


모두가 참패를 예언했던 도쿄올림픽에서 전주원 감독과 ‘여랑이’는 세계 최강 스페인, 그리고 세르비아를 지옥으로 끌고 가며 한국 여자농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비록 3전 전패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1년 전, 최종예선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 역시 키웠다. 전주원 감독은 그럼에도 웃지 않았다. 아직 웃을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Q. 스페인과 캐나다, 그리고 세르비아와 한 조에 속했습니다. 올림픽 최악의 조 편성이었는데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아휴, 그래. 우리가 기대하면 안 되지’라고 말이에요(웃음). 포트 4에 있었기 때문에 좋은 조에 포함될 거란 기대는 없었어요. 그보다는 정해진 상대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에 대한 고민만 많아졌죠.

Q. 걱정이 많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멋진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스페인과 세르비아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지역방어를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수가 합류하고 난 뒤에 지역방어를 몇 번 연습해봤는데 유럽을 상대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유럽 농구를 보면 지역방어를 정말 잘 깨거든요. 더군다나 3점슛까지 터지면 더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았죠. 부상에서 돌아온 지수의 체력도 지역방어를 쓰기에는 부적합했어요.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허용할 것 같았고 그래서 지역방어보다는 스위치 디펜스와 트랩 디펜스에 집중했습니다.

Q.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스페인, 캐나다, 세르비아 모두 한국의 수비에 고전했어요.

나탈리 어천와와 우리은행에서 함께 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어요. 지역방어를 정말 잘 깨는 선수여서 오히려 다른 수비가 좋은 효과를 냈었죠. 키아 너스를 막을 때도 그랬고요. 어설픈 지역방어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미리 파악한 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랭킹이 낮은 팀들이라면 어떻게든 승부를 봤겠지만 우리가 상대하는 팀들은 전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또 잘 통해서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좋은 과정에 비해 결과는 3패였습니다. 모두가 잘 싸웠다고 하지만 감독님은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아요.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었다는 거죠.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첫 대회에서 갑자기 잘한다는 건 어려워요. 그런데도 정말 잘해줬잖아요.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죠. 내가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아쉬워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능력을 확인했고 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에 기분은 좋아요.

Q.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던 것 역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윤예빈, 박지현 등 WKBL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정말 잘해줬어요.
대표팀 훈련을 하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여 많은 선수들을 살펴봤어요. 가장 중요한 건 스피드를 올리는 거였고 또 (박)지현이는 상황에 따라 빅맨 수비가 가능했기 때문에 활용 폭이 넓었어요. 다행히 내 믿음에 지현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었죠. (윤)예빈이는 (박)혜진이를 슈팅 가드로 쓰기 위해서 자주 활용했고요. 또 (김)단비 다음으로 대표팀에서 가장 수비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단비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예빈이가 뛰는 시간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는 뜻에 출전 기회를 많이 줬죠. 이런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올림픽을 기점으로 말이죠.

Q. 스스로 이번 올림픽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스스로 점수를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웃음). 다른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잘하고 돌아왔다고 말씀은 해주시는데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 커요.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는 건 동의해요.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고 열심히 준비한 것에 대해 자부심은 있어요.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Q. 국가대표 감독으로 계속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미 다음 국가대표 감독직을 고사하기도 했고요.

계약이 올림픽까지였으니까 여기서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또 국가대표 감독은 전임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보면 올림픽 감독들 대부분이 5, 6년 정도 지도한 사람들이잖아요. 같은 감독이 수년간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대표팀을 꾸리고 그렇게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역시 멀리 보려면 나보다는 다른 적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기적으로만 보지 말고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운다면 분명 좋은 일들이 앞으로 나타날 거라고 믿습니다.

Q.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열악한 대우가 문제는 아닐까요.

명예로운 자리라고 생각해요. 또 예전에 비해 협회나 연맹에서 정말 잘해주려고 해주세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부족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우리와 함께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중국과 일본은 각각 8강, 그리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너무 큰 차이로 벌어진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사실 많이 부럽죠. 우리도 저렇게 관심을 가지고 또 투자한다면, 미래 지향적인 계획을 세워서 나아간다면 중국, 일본에 밀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선수들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대신 지금 당장 쫓아가려고 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천천히 나아갔으면 해요. 지수라는 걸출한 센터가 있고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요. 올림픽을 기점으로 지금의 선수들이 몇 년 더 손발을 맞춘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프라나 다른 부분을 다 두고 비교하면 이길 수가 없어요. 그걸 갑자기 몇 년 사이에 ‘뚝딱’ 해내기도 힘들고. 다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됩니다. WKBL도 유소녀 농구 활성화 중이며 앞으로 국제대회도 많아요. 우리가 중국, 일본과 거리를 좁히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나아가야 해요.

Q. 다시 국가대표 감독이 된 전주원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앞날을 미리 이야기하기는 어렵네요(웃음). 당장 내일 있을 일도 모르는데 말이죠. 어떤 일이 있을 때 나서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주어진 상황을 피하지는 않죠.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떤 자리가 되었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전주원 전 여자농구대표팀 감독 프로필

1972년 11월 15일생, 176cm, 아산 우리은행 코치/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전 감독

HISTORY. 올림픽 역사에 이름 남긴 전주원 국가대표 감독

전주원 감독은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세계 최초로 올림픽 여자농구에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역사적인 주인공이다. 남자농구에선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구소련의 알렉산더 벨로프가 최초의 기록 보유자가 됐으며 이후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미국의 르브론 제임스, 그리고 2020년 도쿄 대회에서 슬로베니아의 루카 돈치치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전주원 감독은 2000 시드니올림픽 쿠바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10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여자농구 최초의 트리플더블러가 됐다. 이후 올림픽 여자농구에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대단한 기록이며 전주원 감독이 당시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음을 증명한 매우 확실한 지표다.

 

#사진_문복주 기자, AP/연합뉴스

 

점프볼 /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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