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읽는 경제]전도연의 '하녀'..내년에는 유급휴가 생긴다
내년 6월 근로기준법 적용..기관 통한 계약에만 한정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임상수 감독의 2010년 작 영화 <하녀>는 주인공 은이(전도연 분)가 부유층 저택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안일을 총괄하는 병식(윤여정 분)은 은이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고, 저택의 안주인 해라(서우 분)는 은이를 고용한다. 은이는 이 저택에서 24시간 상주하며 요리, 청소는 물론 해라의 어린 딸 나미를 돌봐주는 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은이와 같은 가사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11조가 법 적용 범위와 관련해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사도우미는 현재 최저임금은 물론 4대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업재해보험), 연차휴가, 퇴직금 등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 돌꽃노동법률사무소의 김기홍 노무사는 "특히나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험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가사근로자들은 고용보험 가입이 안돼 실직을 하더라도 재취업 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집에서 일을 하다가 다쳐도 산업재해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은이는 사다리를 놓고 거실 2층 높이에 매달린 샹들리에를 청소하다가 떨어져 크게 다쳐 입원하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은이는 일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렇듯 근로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사근로자들도 앞으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됐다. 국회가 지난 5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시행일은 내년 6월 16일이다. 이에 따라 가사도우미 역시 이날부터 최저임금은 물론 4대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업재해보험), 연차휴가, 퇴직금 등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김 노무사는 "유의할 점은 각종 요건을 갖춰서 국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근로자에게만 법이 한정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라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은이의 경우를 놓고 보면, 법이 시행되는 내년 6월 16일 이후라도 영화에서처럼 병식의 소개에 따라 해라와 알음알음 따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반면 은이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일하는 경우엔 우선 이 기관과 Δ임금 Δ최소근로시간 Δ유급휴일 Δ연차 유급휴가 Δ가사서비스의 종류와 내용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
해라도 은이를 고용하기 위해선 이 기관과 Δ가사서비스의 종류 Δ제공일 및 시간 Δ휴게시간 등이 포함된 이용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
또한 은이는 법에 따라 1주일 15시간 이상의 최소근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해라는 은이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도 줘야 한다. 은이가 1년간 80% 이상 출근했다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얻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은이와 해라의 관계가 크게 나빠지면서 해라가 은이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앞뒤 사정이 있긴 하지만 실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은이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김 노무사는 "이용자가 가사근로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가할 경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맥락에서는 벗어나지만 만일 해라가 가사근로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을 하거나 때린다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요주의 인물'인 해라에게 가사근로자를 파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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