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수백만 명 찾는 순천만, 30년 갯벌 보존 노력의 '결실'

김석훈 입력 2021. 9.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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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빛나는 한국의 자랑 '순천만 갯벌'
30년전 '갯벌·갈대밭' 지켜낸 애환이 '흑두루미·철새' 낙원으로
"세계유산 등재로 끝난것 아냐" 생물서식지 보호 등 노력 절실

[순천=뉴시스] 순천만 습지.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전남 순천만이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면서 순천만의 가치와 순천시민의 자긍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19일 순천시는 순천만의 세계화는 30년 전 순천만 갯벌과 갈대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순천시민의 승리이자 한국의 갯벌과 함께 보물 같은 순천만을 세계 속에 각인시키는 쾌거라고 밝혔다.

보성-순천 갯벌, 신안 갯벌, 고창 갯벌, 서천 갯벌 등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가 최종 결정된 것은 지난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순천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순천만의 탁월한 자연경관과 해마다 찾아드는 철새 떼 등 생물적 이유도 크지만. 무엇보다 시민과 함께한 30년 순천만 보전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30년 전 동천 하류 정비 사업, 사라질 위기의 '순천만'


지금의 순천만은 지난 1990년대 동천 하류 정비 사업으로 자칫 다른 그림이 그려질 뻔했다. 일부 농민들은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 하류의 잦은 홍수로 농사가 어렵다며 동천 하류를 정비하고 농토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한 동천 정비와 이를 위한 골재채취 반대 운동은 찬반 충돌을 불러오며 거세게 진행됐다.

[순천=뉴시스] 순천만습지 낙조.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과정서 순천만 갈대밭이 불태워지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도 많았다. 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철새들이 날아들지 못하도록 겨울철 얼어붙은 농토를 갈아엎는 일도 있었다.

도사동 동사무소에서 열린 설명회는 찬성과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과 시민단체, 농민이 뒤엉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일어나는 살벌한 풍경이 연출되면서 순천만 갯벌의 미래를 가늠키 어려웠다.

결국, 순천시민은 순천만 보존에 힘을 실었고, 갈대 축제, 철새 먹이 주기 행사 등 다양한 노력은 습지보호 지역 지정 등으로 이어지며 빛을 냈다. 당연히 동천 하류 정비사업은 포기됐다.

위기가 희망으로, 힘겹게 꽃핀 순천만 보존 노력

사라질 뻔한 위기의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4년부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 가입, 2006년 국내 연안 습지 최초 람사르협약에 등록되는 등 세계화로 향했다.

순천시의 강력한 행정력도 제 몫을 담당하며 큰 역할을 했다. 인근 주민들의 일부 반발을 불러왔지만 시는 2009년부터 순천만 주변 오리농장과 음식점 등 환경오염시설을 철거했고, 주변 농경지 전봇대 282개와 전선을 제거했다.

[순천=뉴시스] 순천만 흑두루미와 철새. *재판매 및 DB 금지

순천만을 찾는 철새가 전선에 걸리지 않게 날아다닐 수 있으며, 조용한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천 둔치 등 8곳 38만㎡ 내륙 습지, 갯벌 11만㎡의 훼손 지역을 복원해 서식지를 늘렸다.

마을 주민들도 찾아드는 흑두루미의 보호를 위해 힘을 보탰다. 흑두루미 영농단을 조직해 59㏊에 이르는 친환경 경관 농업을 시작했으며, 철새 먹이 주기 운동에 동참했다.

순천만은 흑두루미와 철새들의 낙원이 됐으며, 흑두루미와 철새가 살아가는 세계 속 생태관광지로 알려지면서 2010년 300만 명이, 이후 10년간 해마다 수백만 명이 찾는 인기 장소가 됐다.

순천만 갯벌 관리 강화하는 순천시


순천시는 30년간 보존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시는 순천만 갯벌 관리를 더 강화해 유네스코가 인정한 순천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지킬 계획이다.

순천만의 통합적인 관리 체계 구축과 탄소 중립·유산 관광 코스 육성, 갯벌 보전을 위한 국제 연대를 위해 통합 세계유산센터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조성 및 성공적인 개최로 순천만 갯벌로의 도심 확장을 막고 자연과 생태를 고려한 국제사회 속의 순천을 각인했다면, 10년 후인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재개최를 통해 생물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한 순천의 노력을 여실히 증명해낼 것으로 판단했다.

[순천=뉴시스] 순천만국가정원.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였던 순천만 국가 정원은 2015년 대한민국 제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돼 정원산업을 선도하고 생태관광을 자원화·세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석 순천시장은 "순천시민은 30년 전 순천만 갯벌이 사라질 위기를 맞았지만, 자연과 공생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며 "위대한 시민의 힘 덕분에 순천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람사르 습지 도시 인정,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 세계적인 생태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람사르습지도시 네트워크 초대 의장국’으로서 순천의 시조인 흑두루미가 이념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 간, 나라 간 경계를 허물고 습지 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세계유산 관리 지자체와 유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나라와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순천만 갯벌은 물새의 종 다양성이 가장 높고 멸종 위기 철새들이 가장 많이 월동하는 서식지이자 기착지다. 관찰되는 조류는 세계적인 희귀조류 48종을 포함한 총 252종으로 연간 10만여 마리가 서식한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가을에는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의 이동 경로상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국내 도래하는 도요물떼새 종류가 60여 종이며 이 중 절반인 30여 종이 순천만에서 관찰된다.

2020년 환경부 겨울 철새 동시 센서스 결과 순천만은 국내 200개 주요습지 중 멸종위기종 조류가 가장 많이 관찰된 곳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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