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수제 맥주로 '울산 호프거리' 상권 부활 꿈꾼다
코로나후 클럽형 야시장 연계해 거리 활성화 전망..박태완 중구청장 "행정지원"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 중구 원도심 호프거리가 수제 맥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자체 개발한 맥주로 손님들 입맛을 잡고 안줏거리를 파는 주변 가게들과 함께 새로운 상권 활성화를 준비 중이다.
19일 울산 젊음의거리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에 따르면 호프거리는 1990년대 조성됐다.
예전부터 터를 잡고 있던 중앙전통시장과 1980년대 세워진, 당시 울산 유일의 백화점인 주리원백화점 주변으로 이미 상권이 형성된 터라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젊음의거리 3번가 160m 구간에 맥줏집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모여들면서 40개 정도였던 점포가 북적거렸으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사이 남구 삼산동 일대 유명 백화점이 연이어 들어섰고, 그 주변을 중심으로 유흥 문화가 발달하면서 손님들 발길도 자연스럽게 신흥 상권으로 옮겨갔다.
이후 삼산동과 인근 달동 일대로 상권이 점점 확장하면서 울산 사람들에게 '시내'라고 불리던 원도심 상권 전체가 침체했다.
새로운 바람이 분 것은 2016년 호프거리에 야외형 클럽 행사를 열면서부터다.
유명 DJ와 힙합 가수 등을 초청하면서 거리에 젊은 층이 모였고,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에도 행사가 있는 날이면 손님이 드나들었다.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행사도 중단됐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인들은 '호프거리' 정체성에 맞은 수제 맥주에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상인협동조합법인 '낭만보리 협동조합'을 개설해 자체 맥주 개발에 들어갔다.
올해 초에는 커피와 계피 향이 나는 흑맥주인 '스타우트(Stout)', 과일 향이 나는 밀맥주인 '벨지안 위트 비어(Belgian Wheat Beer)'를 만들었다.
그사이 젊음의거리 1층(173.25㎡)에 수제 맥주 판매장 '낭만브로이'를 만들고 양조 공방을 마련했다.
공방에는 300ℓ 규모 당화·여과조를 비롯해 발효·숙성·저장·온수탱크, 보일러, 열교환기, 맥아 분쇄기 등 신청자가 수제 맥주를 직접 배워 만들어 볼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조합원들은 개발한 맥주 맛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도 받았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으로 추진돼 현재까지 국·시·구비 등 2억2천여만원이 투입됐다.
조합은 시민 반응을 살피고 보완해야 할 점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2일 낭만브로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시범 운영 한 달간 하루 평균 손님은 4명씩 4∼5개 팀으로 아직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조합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
맥주 맛에 대한 손님 반응은 좋다고 한다.
김미승 젊음의거리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흑맥주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편이고, 밀맥주는 호불호가 없어 두루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반 생맥주에 익숙한 장년층은 수제 맥주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며 "주변 먹거리 상권 동반 활성화를 위해 안주는 따로 팔지 않는데, 간단한 안주를 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격은 스타우트(436㎜)가 5천500원, 벨지안 위트비어(473㎜)가 5천800원이다.
조합은 남은 한 달 시범운영 기간을 마치면 가격 조정 필요성과 주변 먹거리 가게와 겹치지 않는 안주 마련 등을 검토해 올 연말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해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맛을 비교해 보는 콘테스트 개최도 논의 중이다.
이 사업을 이끄는 젊음의거리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은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 수제 맥주와 클럽형 야시장을 연결해 호프거리 전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세웠다.
낭만브로이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사 들고 거리로 나와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리에 설치할 조명과 음향시설은 이미 구비했고, DJ를 위한 연습실을 갖추고 DJ 양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박태완 중구청장은 "수제 맥주 사업이 호프거리 부활을 알리는 마중물이 되도록 행정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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