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34] 밤만 되는 '유령'이 되는 사람

정리=박명기 기자 2021.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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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하는 후배가 자신은 밤만 되면 사람이 아닌 '유령'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대리를 위탁하는 유령을 만드는 자들보다 재산은 더 많을 수도 있다.

후배는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그들이 진짜 유령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밤마다 가끔 자신은 유령으로 변하며 유령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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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하는 후배의 하소연.."삶의 끝에서 발버둥치는 힘든 막장"

대리운전을 하는 후배가 자신은 밤만 되면 사람이 아닌 '유령'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운전을 하며 남의 눈에 안띄게 죽은 자처럼 조용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밤만 되면 유령이 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술에 취한 손님들을 모시고 간다. 아무리 자신이 대신 돈을 받고 운전을 해주는 사람이지만 손님들은 아무 상관없이 자신의 허물을 전화로 이야기한다. 도대체 배려가 없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한 유부남은 바람 피우는 애인에게 사랑한다며 전화한다. 어떤 이는 친구에게 돈을 갚으라 욕을 해댄다. 심지어 냄새나는 발을 운전석 창가로 세우고 가기도 한다.

물론 손님 중에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돈을 더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자신을 현실의 사람이 아닌 다른 세상의 유령처럼 대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손님이 말을 놓거나, 나이가 많다고 열심히 살라며 필요없는 충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대리운전이란 삶의 끝에서 발버둥치는 힘든 막장에서 번뇌하고 수난을 당하는 영혼처럼 느껴졌다. 

후배는 사업하면서 빚도 졌지만 서울에 자신의 아파트도 있다. 가게를 하다가 대출받은 은행 이자를 매우려고 매일 저녁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어쩌면 대리를 위탁하는 유령을 만드는 자들보다 재산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살다보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인성을 가진 자들을 만난다. 후배는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그들이 진짜 유령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밤마다 가끔 자신은 유령으로 변하며 유령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와는 25년 전 오디오를 다시 시작하며 고전 음악 때문에 만나 공연도 가고 오디오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그가 좋아하는 좋아하는 오디오 때문에 용산 전자상가에서 중고 수입 오디오숍을 하다가 결국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허리를 다쳐 심한 노동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밤에 일하는 대리 운전밖에 없다고 하니 말이라도 참고 이겨내라고 격려만 해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요한 스트라우스의 '황제'나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왈츠'처럼 즐거운 음악도 듣는다. 그러나 인생은 말러나 라흐마니노프의 곡처럼 우울하고 어두운 음악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언제 그랬냐는듯 비발디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봄의 새싹을 들을 것이며 모짜르트처럼 밝고 활기찬 음악으로 나비와 새가 날아가는 봄의 풍경처럼 다시 평온한 LP 음반을 꺼낼 때도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후배는 늘 고전음악을 달고 다닌다. 언젠가 중국으로 들어갈 때 클래식 음반을 외장하드에 가득 담아 수천곡을 담아 주었다. 나는 PC FI 설치를 하지 못해 아직도 그 외장을 열지 못했다.

그가 요즘 밤마다 유령이 되었다고 하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생각나서 '밤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가 좋아하는 모짜르트도 돈 지오바니를 작곡할 때 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하게 살며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건반 위에 옥타브가 저음과 고음의 교차가 심할수록 명곡이 많다. 누구나 침전된 시기가 오고 거대한 폭풍을 이겨내면 다시 떠오르듯 인생은 언제나 모험이다. 

아무튼 유령들이 사는 저녁에 그는 오페라의 유령처럼 가면을 쓰고 화가 치밀고 슬퍼도 아무 표정을 짓지 못하며 가족을 위해 새벽을 살고 있다. 

아우야 힘내라!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에 꼭 들러라! 눈물 젖은 소주를 사줄 테니 오디오와 음악 이야기로 잠시 유령들을 잊어버려라!!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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