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역차별에 부글부글..내가 이러려고 인서울했나

이창명 기자, 정현수 기자 2021.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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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지역인재 제도의 명암 (上)

[편집자주]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지역인재' 개념을 도입해 공무원 시험과 공공기관 채용에 활용해왔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출신을 우대하고, 서울 청년들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를 그나마 버티는 힘이 지역인재 제도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공공기관 채용 및 공무원 시험 과정에서 역차별 논란 등도 여전하다. 지역인재 제도의 현황과 한계를 짚어본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국내 주요기업의 공개채용 시즌을 앞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21.09.08.

"막상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지방대가 유리해진 측면이 많다고 느껴요."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22)는 최근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이라면 여전히 인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선호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선 주요 지방대보다 유리한 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현재 30% 수준인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 취업문을 두드리는 수도권 대학 취준생들의 불만이 크다. 블라인드 채용이 아닌 현재와 같은 지역인재 할당은 오히려 수도권 대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도 아니고 지방대도 아닌 인서울 또는 수도권 대학생들이 이같은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에서 가장 불리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수도권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23) 역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지역인재 채용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없애고자 만든 정책인데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수도권 대학생들이 비수도권 대학생들보다 기득권이라고 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취업에 수도권 대학생들이 유리하지도 않다면 정책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역 혁신도시 중심의 취업정책을 펼치는 사이 수도권 주요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3년간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52개 대학 가운데 인하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의 충격이 크다. 전문가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지방 주요 대학 2022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 /자료제공=유웨이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추세 입시에 반영 시작, "너무 서두른다" 지적도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입시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정지원에서 제외된 인하대의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은 14.27로 지난해 14.76보다 소폭 하락했고, 성신여대의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 역시 11.82로 지난해 12.93보다 1.11 하락했다.

반면 지방국립대들의 경쟁률은 치솟았다. 부산대의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은 14.03으로 지난해 10.81보다 3.22나 올랐다. 이는 주요 지방대학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충북대의 수시경쟁률은 10.65로 지난해 8.10보다 2.55가 오르면서 경북대 부산대와 함께 유일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원대 역시 7.17로 지난해 5.39보다 1.78이 올랐다.

앞으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중이 높아진다면 경기권 대학보다 지방국립대학의 선호도가 확실히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미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지방국립대의 선호로 입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의무채용 비중이 높아지면 특히 경기권 대학생들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너무 서둘러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무작정 공공기관 의무채용을 늘려가기보단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을 한 번 되짚어볼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혁신도시 중심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지방대의 소멸을 막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도권 대학생들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무조건 지역인재 할당비율을 늘리기보단 지금까지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고, 어떤 역기능이 있었는지도 살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인재 80% 차지한 대학도…쏠림현상에 고개든 광역선발
지역인재 선발 광역화 추진…지자체별 이해관계는 엇갈려

울산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등 7개 공공기관은 지난해 35명의 지역인재를 채용했다. 채용목표제 대상인원의 29.2%에 해당한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도입한 혁신도시 지역인재 채용목표 비율을 웃도는 '우수한 실적'이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없는 건 아니다.

혁신도시의 지역인재는 해당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울산의 경우 4년제 대학이 울산대와 울산과학기술원 등 2곳밖에 없다. 울산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인재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채용목표 비율을 채우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광역화가 추진되는 이유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으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혁신도시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경남과 울산의 지역인재 광역 선발 근거를 담는다. 이에 따라 경남에서 대학을 졸업해도 울산의 공공기관에 지역인재로 채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반대 역시 가능하다.

이는 지난 7월 경남과 울산이 체결한 업무협약의 결과다. 경남과 울산의 공공기관들은 지역인재 선발 과정에서 특정 대학의 편중현상을 호소해왔다.

전국혁신도시노조협의회는 지난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특정대학 출신이 과반을 넘고, 80% 이상 상회하는 지역도 있다"며 "일부 기관에서는 특정대학의 세력화로 조직운영 및 갈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울산 공공기관 지역인재의 80% 이상을 울산대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울산과 경남이라는 권역의 '울타리'를 없애고 지역인재를 공유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경남과 울산의 지역인재 통합 채용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부산이라는 변수 탓이다. 지역인재 광역화 논의에는 경남과 울산 뿐 아니라 부산도 참여했다. 부산은 통합 채용에 찬성했다. 하지만 경남과 울산이 부산의 참여를 반대했다. 부산에 위치한 대학들이 지역인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이해관계가 비교적 비슷한 광주·전남, 대구·경북은 이미 2016년부터 통합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충청권 역시 지난해부터 지역인재 광역화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남권 지역인재 광역화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지역인재 채용률을 확대하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역 공공기관 신규 채용 시 50%를 비(非)수도권 출신으로 채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8년 18%였던 지역인재 채용목표 비율은 매년 3%포인트씩 상승해 올해 기준 27%다. 내년 이후에는 30%의 채용목표 비율을 지켜야 한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혁신도시법 개정안은 이전 공공기관의 채용목표 비율(30%) 외에 추가로 25%를 이전지역 외 지역인재로 채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권역의 울타리를 아예 없애고 비수도권 전체로 지역인재의 개념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김태환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소장은 "지역인재 할당제는 비교적 성공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비수도권의 지역인재 개념을 확대하게 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조금 지연시키거나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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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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