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융합경제서 뒤처지는 韓.. 전략이 필요하다

강소현 기자 2021. 9. 1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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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디지털뉴딜짚어보기②]2022년 과기정통부 예산안 핵심은 'XR'

[편집자주]‘디지털 뉴딜’은 ‘그린 뉴딜’과 함께 현 정부 대표 정책인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D(데이터)·N(네트워크)·A(인공지능) 기반 대한민국 회복전략으로 정의된다. 지난해 7월 발표 이후 올해까지 약 10조1000억원의 예산이 ‘디지털 뉴딜’에 투입됐다. 한 해 동안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정부는 ‘한국판 뉴딜 2.0’을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도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며 2025년까지 총 49조원 규모의 투자가 추진된다. 핵심사업인 ‘데이터댐’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포함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뉴딜 1.0’의 흔적을 살펴보고 ‘디지털 뉴딜 2.0’이 나아갈 길을 짚어본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한국 IT 발전소 ‘데이터댐’ 어디까지 왔나
(2) 가상융합경제서 뒤처지는 韓, 전략이 필요하다
#.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최근 2차전지 소재 제조 파일럿 공장에 XR(확장현실) 기술을 적용했다. 근로자들은 현실의 파일럿 제조설비가 그대로 옮겨진 가상의 공장에서 디바이스를 활용해 원격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제품 개발 기간은 25% 줄고 생산량은 100% 늘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현실과 가상세계 간 경계를 없애는 XR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주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부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역시 2022년 예산안의 핵심 키워드로 ‘XR’을 제시했다.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XR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는 복안이다.


XR로 부가가치 창출… 가상융합경제에 글로벌 시장 ‘관심’


LG유플러스의 U+리얼글래스. /사진제공=LG유플러스
XR은 VR(가상현실)·AR(증강현실)·MR(혼합현실) 등의 기술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흔히 ‘확장현실’로 일컬어지지만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XR을 ‘가상융합기술’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일찍이 XR 기술의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에서 2024년 1368억달러로 5년간 연평균 76.9% 씩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도 2025년까지 XR 글로벌 5대 선도국 진입을 목표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세우고 올한해만 관계부처 합동으로 총 403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현실과 가상세계 간 융합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 기회다”며 “현 상황에선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해외 뿐 아니라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도시 소멸 지수를 살펴보면 서울 등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가 20~30년 이내에 소멸한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라며 “이에 지방 소도시들에서도 도시 생존을 위해 관광이나 지역 산업 활성화 등에 XR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대피훈련 가상공간서 한다… 과기정통부 “2022년 XR 산업적 수요 확대 목표”


/그래픽=김영찬 기자
내년도 정부는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의 연장선 상에서 XR 기술을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게임·SNS 등 콘텐츠 체험 중심의 국내 XR 생태계에서 경제·산업적 수요를 확대하는 게 단기 목표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예산으로 2342억원이 편성됐다. 올해보다 10억원 증액된 규모다. 여기에는 XR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산업 솔루션을 개발하고 XR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XR 기술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췄던 올해와 달리 구체적인 산업 과제를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전망이다.

올초 과기정통부가 ‘XR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정한 소방·국방·건설·조선 분야 신규 과제도 함께 추진해 나간다. 가상공간에 실제 대형화재 사례를 그대로 구현해 화재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대표적이다.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육성 방향도 조정된다. 올해 자전거용 AR 정보콘텐츠 등 소규모 XR 콘텐츠 개발에 집중했다면 2022년부턴 XR 콘텐츠로 구성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주안점을 둔다. 플랫폼과 콘텐츠, 디바이스를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콘텐츠과 관계자는 “일회적인 콘텐츠 개발에서 그치는 게 아닌 XR 콘텐츠가 지속 축적될 수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주도로 디지털트윈 융합기술 R&D에도 돌입한다. 디지털트윈은 건물의 물리적 성질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기는 기술로 신도시 설계에 주로 활용돼 올해까진 국토부가 관련 기술 개발에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디지털트윈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내년부터는 과기정통부 예산에 새롭게 포함됐다. 무엇보다 디지털트윈은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기반을 산업 전반으로 넓힐 핵심기술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운택 교수는 디지털트윈 기술에 대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융합하는 핵심 매개 역할을 한다”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찾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울 뿐 아니라 가기 어려운 곳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균 교수는 “최근엔 건물이나 공장을 복제하는 것도 디지털트윈이라고 부른다. 일각에선 현존하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복제해내는 것도 디지털트윈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했다”며 “디지털트윈의 개념이 넓어지면서 국토부에서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XR 경쟁서 밀리는 韓… 전문가들 “생태계 구축 병행 필요”


지난 8월 세종시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이 2022년 예산안을 브리핑했다. /사진=뉴스1DB
현 시점 국내 XR 기술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뒤쳐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제·산업에서 XR 기술의 활용도도 문화 콘텐츠 개발에 그치는 등 수년 내 글로벌 선도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기술들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거대 플랫폼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는 단건의 소형 프로젝트 위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글로벌 시장 구조를 뒤집을 원천 기술이나 거대 플랫폼 개발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에 치중하기 보단 대중이 실감할 수 있는 XR 생태계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영국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실감경제(Immersive Economy)’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새로운 산업의 흐름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시켜 국민 전체의 관심을 키우다 보면 예산도 좀 더 풍성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고 말했다.

우운택 교수도 “국내의 경우 XR 기술 개발이 대체로 세부 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 해결형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현실과 가상세계 간 융합 서비스를 국민이 체감하기 위해서는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생태계가 함께 구축되도록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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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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