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만들기도 바쁜데".. 정치권 관심 부담스러운 삼성⋅SK

김명지 기자 2021. 9.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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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이후 SK바사 정치권 방문 10회
삼바 모더나 계약 직후 與 송도서 최고위 열어
"정치권 관심 감사하지만, 준비하기 벅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 에코허브 연구소를 방문, 연구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 SK바이오사이언스 판교 연구소를 방문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를 격려하겠다는 취지였다. 민주당 백신⋅치료제특위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의원과 함께 간 송 대표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안내를 받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2공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미국 모더나사(社)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를 방문해 백신 생산 및 투자 지원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이때도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직접 당 지도부를 안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정치인 방문지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유행이 2년째 이어진 가운데 백신 국내 도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백신 생산 및 개발 현장이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치권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 약속을 감사히 생각하면서도 너무 잦은 방문 일정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로직스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9월 현재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 판교 본사와 경북 안동 공장을 찾은 정치인 일정이 10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미국 모더나사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이후 3번의 정치인 일정이 있었다. 두 회사에 두 달에 한 번꼴로 정치인들이 찾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 판교의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를 방문, 세포배양실에서 현미경을 보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만 두 번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SK바이오사이언스 판교연구소, 올해 1월 경북 안동 공장을 찾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판교연구소는 서울과 가까워 정치인 단골 방문지로 꼽힌다.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7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올해 1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올해 6월)도 SK바이오 판교 연구소를 방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 공장도 인기 있는 방문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2월 두 번,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낙연 전 의원은 당 대표이던 지난해 12월 이곳을 찾았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13일 경북 안동 공장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방문해 개발중인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본사는 지난 5월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이후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됐다. 지난 5월 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최고위 회의가 송도 공장에서 열렸다. 지난달 8일에는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곳을 방문했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3일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송도를 찾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치권의 관심에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이제는 좀 부담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CMO)하는 경북 안동 공장과 인천 송도 연구소 및 공장은 국가 보안시설로 분류돼 감시가 삼엄하다. 이런 감시 감독을 뚫고 외부인에게 시설을 공개하려면 상당한 준비와 경계가 필요하다. 정치인 방문 일정은 예정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대비하기 어렵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방문 일정을 맞추느라 전 직원이 주말 휴일 오후 5시까지 출근해 대기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방문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빨리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기업에 맡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로부터 분사한 백신 전문 기업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 5대 신사업으로 설정한 제약·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설립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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