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돌풍에 전 조직 풀 가동..'뒷방' 위기 몰린 아베 초비상

김현기 2021. 9.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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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돌풍'에 아베 장악력 흔들
아베가 미는 다카이치는 약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로이터]


초비상 걸린 아베, '아베 왕국' 야마구치 무너지나


"요즘 아베 전 총리의 고향 야마구치(山口)현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일본 총리와 가까운 일 정치권 인사가 귀띔해준 이야기다.
자민당 총재선거(29일)까지 앞으로 열흘. 현 구도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고노 다로(河野太郎·58)-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0)-노다 세이코(野田聖子·61)의 4파전. 특히 '고노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런 가운데 선거전 중반까지 아베의 정치적 기반인 야마구치마저 당원투표에서 고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은 아베를 충격에 빠뜨렸다는 전언이다. '전 조직 풀 가동령'이 내려졌다 한다.
아베는 이미 보수성향이 강한 다카이치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 다만 다카이치가 정말 1위로 총재가 될 것이란 생각은 않고 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일단 다카이치를 등판시켜 1차 선거에서 고노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결선투표(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가 결선에서 승부를 가림)에선 기시다에게 표를 몰아주겠다는 게 최대 파벌 호소다파(96명)의 전략이다. '1차에 다카이치에 60표, 기시다에 30표 배분'이란 구체적 계획까지 세운 상태로 전해진다. 호소다파의 최대 실세가 아베다. 다만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장남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54)를 중심으로 한 소장파 6명은 고노 지지로 이탈했다는 전언이다.
29일 열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대행,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AP=연합뉴스]


설령 결선투표 가도 고노 당선?


고노 다로 행정규제 개혁상
1차 투표는 현역 국회의원(383명), 지방 당원(383명) 동수로 치뤄진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는 지방 당원표에서 크게 앞설 전망이다.
다만 과반 확보에 실패해 결선투표로 들어가게 되면 국회의원표는 383표 그대로지만 지방 당원표는 47표로 확 줄어든다. 광역지자체별로 1표만 주어진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 표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기시다가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설령 결선투표로 가더라도 고노가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호소다파 관계자)이란 점이다. 아베 측근이 전한 '중반전 상황'은 이렇다.
"결선투표 시의 국회의원 표를 하나하나 카운트했다. 결과는 기시다가 10여 명 앞선다. 문제는 지방표다. 비록 47표로 그 비중이 줄어들지만 이 중 무려 43표가 고노로 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고노의 20표차 승리다."
지방표의 경우 결선투표에서 1차 때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47개 도도부현은 결선투표에 오른 두 후보 중 1차 투표 때 많은 표를 얻은 후보 쪽에 1표를 행사하게 돼 있다. 그런데 현재 히로시마(広島·기시다 선거구)현과 나라(奈良·다카이치 선거구) 현 외에 2곳 정도를 제외하곤 고노의 압승이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기시 노부스케(岸信介)、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등 전국 최다 8명의 총리를 배출했고, 현재는 '아베 왕국'이라 불리고 있는 야마구치현마저 고노 지지가 앞서고 있다는 사실.

'3A' 몰락하고 'SIN' 핵심 부상하나


지난 10년 가량 일본 정국을 주도해 온 '3A'(위 사진 왼쪽부터 아베 전 총리, 아소 전 총리, 아마리 전 자민당 정조회장).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노 다로 후보가 승리할 경우 'SIN'(아래 사진 왼쪽부터 스가 총리,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 니카이 현 자민당 간사장)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아베로선 가만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막판 열흘 동안 아베가 이를 뒤집지 못할 경우 내년초 '호소다파' 파벌수장 복귀는 커녕 선거 이후 급격한 영향력 약화로 '뒷방'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아베 진영을 뒤덮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도 파벌 수장 자리를 고노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어찌됐건 일 정치권의 '이단아'로 불리는 고노가 자민당 총재가 될 경우 근 10년 간 2A(아베-아소), 넓게는 3A(아베-아소-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정조회장)가 주도해 온 일본 정치가 고노를 지지하는 SIN(스가 총리-이시바 전 간사장-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중심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관계자는 "고노가 총리가 되면 11월초로 예상되는 중의원 총선거를 의식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0)를 관방장관에 앉히고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할 것"이라며 "최대 관건은 아베-아소와 견원지간인 이시바를 자민당 간사장으로 기용할 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시바 간사장 기용 강행 시 정계개편도


고노가 만약 총리 취임 후 이시바를 중용할 경우 이는 아베-아소에 대한 전면전 선포로 여겨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아베-아소의 '하드코어 보수'세력과 고노 총리와 SIN의 '소프트 보수' 세력이 당을 따로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되면 1955년 창당 이후 첫 분당이다.
아베-아소의 막판 뒤집기, 바꿔 말하면 기시다 승리를 위한 승부수는 '정책 안정성' 호소다.
지난해 4월 아베 총리의 유럽 순방에 동행했던 이마이 다카야 총리 비서관이 정부전용기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지지통신]
고노가 총리가 되면 탈 원전, 대 중국 스탠스, 황실 모계 계승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할 것이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아베의 심복'으로 불리며 정책의 귀재로 통하는 이마이 다카야 전 총리보좌관(今井尚哉·63·현 캐논연구소 주간 겸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을 기시다 캠프에 긴급 수혈했다. 재계에도 SOS를 친 상황이다. 일 정치권, 나아가 일본 사회의 '안정 회귀 본능'에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고노가 (총리가) 되면 1년도 못 간다"는 구전 홍보가 종반전에 접어들며 먹혀들고 있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은 지난 16일 기시다 지지를 밝혔다.
고노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아베의 전방위 노력이 과연 성공할 지에 향후 일본 정치 10년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기 도쿄총국장 겸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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