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하수인', '경기도 차베스'..'무야홍' 비결은 직설화법

김민성 기자 2021. 9.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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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각인 효과 노린 노련함" 긍정평가..'사이다 화법'엔 2030 호응
'막말' 이미지는 일정 부분 벗어..'조국 과잉 수사' 발언은 리스크 될 수도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서울 자곡동 경상남도 남명학사 서울관을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1.9.17/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이른바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의힘 대권주자 홍준표 의원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 대선 후보와 당 대표 시절 자리잡았던 '막말' 이미지를 벗고 당 복귀와 함께 '사이다 화법'으로 돌아온 홍 의원의 모습이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의 지지율이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의 공통적인 결과다.

특히 대권 가도에서 유력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각각 '두테르테의 하수인', '경기도 차베스'라고 직격하며 상대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까지 노린 노련함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20개월 된 의붓딸을 강간하고 살해한 용의자를 두고 "대통령이 되면 이런 놈은 반드시 사형시키겠다"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이 "행정 수장인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가 형사 처벌에 대한 사법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며 좀 두테르테 식"이라고 홍 의원의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고 귀하는 두테르테 하수인"이라고 'KO펀치'를 날렸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점을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또 홍 의원은 여권 대권 주자인 이 지사를 가리켜 포퓰리즘의 상징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빗대 '경기도의 차베스’라고 칭하기도 했다.

홍 의원의 이런 비유 화법은 경쟁자들의 실언이나 부정적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상당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은 비유를 자주 거론하면서, 대중들이 해당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우선 떠올리게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19일 뉴스1과 통화에서 "상대방을 비하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경쟁자를 떠올리게 하는 비유 문구는 선거판에서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며 "경쟁자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 이후 쌓였던 속칭 '꼰대' 이미지를 쇄신하는 한편 취약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에서 오히려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홍 의원을 향한 20대의 지지는 여론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이틀간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20대의 29.2%가 홍 의원을 지지했다. 전체 후보 중에서 20대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보수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과반(53.7%)이 홍 의원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현 정권에 반감을 가진 2030세대를 겨냥한 '고구마' 화법이 아닌 '사이다' 화법이 오히려 젊은층에 호감으로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정제된 발언으로 속마음을 잘 내비치지 않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점이 어필이 된 것"이라며 "이런 모습이 기성 정치인에 싫증 난 젊은 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의 과거 '막말' 이미지에 대해서도 2017년 대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당시 대선 후보 지지율, 당 지지율이 모두 열세였기 때문에 당시엔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도높은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당시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에서부터 강조했던 '공정' 이슈를 대선 공약으로 흡수한 노련함도 MZ 세대를 사로잡은 홍 의원의 비결로 꼽힌다.

홍 의원에게 몰리는 2030의 지지세는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홍 의원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이 기습 입당, 경선준비위원회 논란 등으로 갈등할 때마다 이 대표를 지원하고 윤 전 총장을 공격해왔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2030 남성들에게 확고한 지지를 받는 이 대표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지지층을 흡수해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홍 의원이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해 "과했다"고 밝히면서 보수층과 2030세대 지지층의 반발이 커진 점을 보면 여전히 '직설화법' 리스크는 남아 있는 곳으로 보인다.

야권 한 관계자는 "마지막 후보 선출까지 두 달이 남은 상황에서 실언은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누구나 그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데 숱한 토론에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관리)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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