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동갑내기 김광현·양현종, 운명의 갈림길..떠날까 남을까

이상철 기자 2021. 9.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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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즌 종료 후 나란히 계약기간 만료
KBO리그 복귀 시 최고 대우 보장
김광현은 2022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까.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1988년생 동갑내기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가시밭길을 걷고 있으며 미래는 장밋빛과 거리가 먼데 조만간 계약도 만료된다. 이제 두 선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메이저리그(MLB)에 남거나 혹은 떠나거나 두 가지 뿐이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김광현과 양현종의 앞날이 이렇게 어두컴컴할 줄 아무도 몰랐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의 3선발로 자리를 잡았으며, 양현종도 아리하라 고헤이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둘 다 소속팀의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차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4개월 뒤인 9월 중순 현재 김광현과 양현종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김광현은 불펜으로 밀렸고, 양현종은 2번째 지명할당 끝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 종료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두 선수가 극적인 반전을 일으킬 기회도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 텍사스는 이미 가을야구와 멀어졌고, 세인트루이스도 치열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강렬한 임팩트를 심어주지 못한 김광현과 양현종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냉정할 수 있지만,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김광현과 양현종은 8월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광현은 부상 회복 이후 5경기에 나가 1패 평균자책점 5.91(10⅔이닝 9실점 7자책)로 주춤했다. 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1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이후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불펜으로 기용되고 있지만, 등판 간격도 불규칙하다.

양현종은 아예 마이너리그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로 승격됐지만 4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68로 평범한 성적만 남기고 다시 내려갔다.

둘 다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이뤘지만, 이젠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양현종은 KBO리그 복귀 가능성이 커졌다. © AFP=뉴스1

일단 KBO리그 복귀라는 안전장치는 있다. 전 소속팀인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가 각각 김광현, 양현종을 붙잡기 위해 '최고 대우'를 보장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KBO리그 대우인 추신수의 연봉 27억원을 가뿐히 넘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두 선수 모두 KBO리그 복귀를 추진할 경우 다른 팀을 택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관건은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다.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가능하다면 조금 더 '최고의 무대'에서 뛰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국에 남겠다는 의지는 아니다.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느냐에 달렸다.

냉정하게 접근할 때 양현종이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12경기 3패 평균자책점 5.60)와 마이너리그(10경기 3패 평균자책점 5.60)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텍사스가 아닌 다른 팀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희박해진 KIA도 적극적으로 양현종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움직일 터다.

양현종보다 1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를 모두 맡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의 올해 성적도 6승 7패 평균자책점 3.63으로 나쁘지 않다. 세인트루이스와 재계약이 무산돼도 선발 투수가 필요한 구단의 부름을 받을 여지가 있다. 즉 메이저리그 잔류 여부는 김광현의 손에 달렸다는 뜻이다.

김광현은 지난 7월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겠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두 달 사이 그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다. 세인트루이스에 김광현은 꼭 필요한 투수가 아니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이상할 게 없다. 더불어 에이스가 없는 SSG는 김광현을 갈망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메이저리거로서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뿐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KBO리그로 돌아간 다음에 다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일은 사실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향후 거취를 두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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