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장보기, 비닐봉다리 말고 알맹이만 사세요\"

김규현 입력 2021. 9. 18. 21:36 수정 2021. 9. 1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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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16일 낮 12시,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은 추석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신매시장은 '수성구의 부엌'으로도 불리는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마침 장날이었다.

신매시장 상인들은 1일부터 검은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기에 신매시장 상인들 스스로 비닐봉지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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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매시장 상인들 비닐봉지 줄이기 캠페인
다회용 포장재 빌려주니 시민 반응도 좋아
16일 낮에 찾은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은 추석 장을 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신매시장은 지난 1일부터 검정 비닐봉지를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알맹이만 사세요"

추석 연휴를 앞둔 16일 낮 12시,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은 추석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신매시장은 ‘수성구의 부엌’으로도 불리는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마침 장날이었다. 곽지은(35)씨는 시장 쉼터부터 찾았다. 개인 장바구니를 챙겨왔지만 무료로 빌려주는 종이가방을 하나 더 챙겼다. 신매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이 모아둔 다회용 포장재 가운데 하나였다. 이곳에는 종이가방만아니라 보자기, 양파망 등 한 번 쓰고 버려졌을 포장재들이 “다회용 포장재에 담아가세요. 우리도 쓰임 받고 싶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놓여 있었다.

신매시장 상인들은 1일부터 검은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기업이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 ‘탈플라스틱’ 운동이 번지고 있는데, 서울 망원시장, 인천 모래내시장 등 최근 전통시장 상인들도 하나둘 나서고 있다. 여기에 신매시장 상인들 스스로 비닐봉지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곽씨는 “시장에서는 해달라는 대로 포장을 해주니까 오히려 마트보다 더 찾게 된다. 늘 ‘봉지 안 주셔도 돼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신매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먼저 제 장바구니에 담아 주시니까 훨씬 장보기 편하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 곳곳에는 다회용 포장재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시장 쉼터만이 아니다. 장을 보다 보면 곳곳에 다회용 포장재를 빌려주는 곳을 만날 수 있다. ‘검정비닐 줄이는 착한 가게’라는 팻말을 붙인 11개 업체에서 포장재를 빌려주고, 기부도 받는다. 상인회는 기부받은 포장재를 모아 소독한 뒤, 다시 쓸 수 있도록 비치해둔다. 상인들은 “돌고 도는 신매시장”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비닐봉지를 대체할 포장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선가게를 하는 전창희(57)씨는 “늘 해야 한다고 생각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면서도 “우리는 생선이니까 대체용품 찾기가 어려웠다. 비닐봉지 말고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다회용 대체용품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 때문인지 모든 상인이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한 상인은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다 안 줘도 된다는 말에 ‘아차’했다. 그는 “우리도 처음에는 가게 앞에 종이봉투를 놔뒀는데, 요즘은 손님이 많고 바빠서 치웠다”며 “그래도 추석 지나면 다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회용 포장재를 빌릴 수 있는 곳 11개 업체에는 ‘검정비닐 줄이는 착한 가게’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반찬가게를 하는 장연미(51)씨는 최근 무료로 주던 플라스틱 용기를 유료로 바꿨다. 그는 “시장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 양을 보면 정말 죄책감이 든다”며 “용기를 유료로 바꾸고 나서는 직접 반찬통을 들고 오는 손님도 늘었다. 불편하지만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우리 몸에 습관으로 베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정부는 대형마트, 165㎡(50평) 이상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지만, 전통시장은 빠졌다. 그는 “우리도 늦게 나섰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게 제일 아쉽다. 비닐봉지를 쓰더라도 재활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은 신매시장과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환경부가 공동으로 한다. 최송은 대구녹소연 활동가는 “시민들이 직접 다회용기를 챙겨 오는 게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 상인들이 다회용 포장재에 물건을 담아 주니까 반응이 좋다. 사실 상인들이 주는 포장재도 시민들이 기부해줬다. 이번 기회로 ‘녹색 장보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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