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세 비상①]끝 모를 전셋값 상승 행진..최악의 전세난 오나

강세훈 2021. 9.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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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서울 아파트 전셋값 2019년 7월부터 116주 연속 상승
전셋값 상승 주된 원인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
4년 전 집값이 현재 전셋값, 무주택 세입자 박탈감 커
전셋값 감당 못해 외곽으로…반전세로 밀려나는 세입자들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올 가을 부동산 시장에 최악의 전세난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전세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셋값은 끝 모를 상승 행진을 거듭하며 불길이 점점 번져가는 기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고 있어 가을 이사철을 앞둔 전세 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지난 2019년 7월 이후 116주 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4주 연속 기록한 0.17% 상승률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셋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발단이 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시행으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과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매물이 쪼그라들었다.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이들을 받아줄 전셋집이 턱 없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점점 치솟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2019년 기준 104.8%)를 넘어섰지만 자가점유율은 57.9%(2020년 주거실태조사 기준) 수준으로 여전히 절반가량이 무주택자로 전세나 월세 등에 거주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4345만원으로 1년 전 5억1011만원에 비해 1억3334만원(26.1%)이나 올랐다.

전셋값이 2년 넘게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오른 탓에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권에서도 2년의 계약기간 동안 2~3억원 오른 단지가 수두룩하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은 2년 전인 2019년 8월만 하더라도 2억8000만원~3억원 선에서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 8월에는 5억2000만원~5억4000만원에 거래돼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강남권의 경우 전셋값 상승폭은 더 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84㎡도 2019년 8월에 5억원~5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올해 8월에는 10억원~10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두 배 넘게 올랐다.

무주택 세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은 현재의 전셋값이 4년 전엔 집을 살 수 있었던 가격이란 점이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4345만원으로, 2017년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6억3924만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8월 4억4156만원인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8년 1월 수도권 평균 매매가격 4억4067만원 보다 높은 수치다.

당장 이번 가을철에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도 예년에 비해 적어 신규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이달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가 630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40가구 보다 18.5% 가량 적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무주택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동하거나 반전세나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총 1만3185건으로, 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반전세'가 무려 39.8%(5246건)를 차지했다.

지난 7월 36.2%(1만3797건 중 4911건)보다 3.6%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올해 들어 반전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전세는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통칭하는 용어다.

월세지수도 치솟고 있다. 지난 8월 KB부동산 서울 월세지수는 107.0으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월세지수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부터 치솟기 시작해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문제는 가을 이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급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공급 부족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차법의 계속된 진통, 청약대기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전세난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고 임대차3법도 입법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전세시장이 계속 꼬여만 가고 있다"며 "단기간에 전세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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