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금융사고는 늘 반복된다

김유성 입력 2021. 9. 18. 19:30 수정 2021. 11. 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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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증식하는 인간의 탐욕, 금융과 만나기 쉬워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까지 더해지면 위기↑
1990년대 외환위기부터 2020년 사모펀드 사태까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최근 금융 업종에서는 핀테크, 다시 말하면 빅테크라고 불리는 IT업체들이 운영하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변되는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게 가장 큰 요인이긴 합니다.

물론 정부 당국이 일일이 법을 제정해 이들을 옥죄는 건 아닙니다. 기존 금융사를 대상으로 제정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핀테크 플랫폼에 동일하게 ‘엄격히’ 적용한다던가, ‘수수료를 낮춰라’라면서 정치권이 핀테크 플랫폼에 압력을 가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좀 엄격해진 분위기입니다.

이런 규제 움직임은 왜 일어날까요?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 빅테크들에게 영역을 침범당한 기존 금융사들이 ‘동일 규제 동일 서비스’ 원칙을 내세운 것도 있지만, 실은 ‘과거에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한 학습 효과’도 암암리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까이로는 머지포인트 사태, 멀리로는 1990년대 외환위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2003년 카드사태나 2010년 저축은행 사태, 2019~2020년 DLF 사태처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금융 사고도 있습니다.

최근 핀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앞선 금융 사고의 트라우마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진흥도 좋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필요가 높아졌을 정도로 이들 핀테크 플랫폼이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핀테크 플랫폼의 사업 확장을 ‘가자미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금융 선배들의 과오가 분명 있는 것입니다.

금융 완화 뒤에 꼭 뒤따르는 사고

인간의 탐욕은 무한 확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앉아서’ 돈을 버는 금융이야말로 이 같은 욕망이 끝없이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적절한 제어가 없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90년대 초중반은 1945년 해방 이후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우리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올라갔습니다. 어느덧 잘나가는 선진국의 기준에 우리의 식견을 맞추려는 노력도 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우리 문화는 창달했고 우리 스스로 시각 또한 수준 높아집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들이 나타난 것도 우리 수준의 향상과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개발독재 시대 때 마련됐던 경제 사회 틀도 바뀌게 됩니다. 금융은 이중 하나입니다.

이전까지 은행의 금리는 정부가 쥐고 앉아서 결정하곤 했습니다. 정부가 나서 자본 등을 효율적으로 나누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출 대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비교적 낮은 금리의 대출을 몰아 주려고 했습니다. 이에 못 미치는 중견·중소기업은 사금융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돈이 귀하다는 것은 은행의 문턱이 높다는 것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저리의 대출을 내주는 은행이 ‘갑’, 그 돈을 받아야 하는 기업이 ‘을’이 되는 것입니다. 자연 ‘꺾기’ 등이 은행 창구에서는 횡행했습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다보니 그 안에서 암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돈이 모자르다’ 아우성 치는 기업들을 위해 정부는 조금씩 금융을 완화해줍니다. 우리도 클 만큼 컸으니 세계적인 금융규제의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입니다. 때마침 해외 자본의 유치 필요성도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1970년대 사금융 양성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고 1990년대에는 단기자금금융회사를 종합금융사 등으로 전환시켜 줍니다. 이들 중 일부는 1금융권 은행이 되기도 합니다. 보다 많은 대출을 기업들에게 해주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때마침 1990년대 고속성장을 하고 있었던 때라서 기업들의 차입 경영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자료 : 한국은행
2000년대 이전까지 한국은 10%내외의 고속성장을 했다. 급속히 경제 성장을 하는 와중에 기업들은 자금 부족에 시달렸고 비싼 금리를 주고 사금융을 이용해야 했다.
이 즈음 종합금융사들은 저리의 싼 단기 외채를 들여와 기업들에게 장기 대출을 해줍니다. 이 같은 형태의 대출 사업은 높은 금리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만기 불일치에 대한 리스크가 큽니다. 단기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해당 금융사에 상환 압력을 가하거나 더 이상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자칫 부도가 날 수 있습니다.

‘설마 큰 일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신참 금융사들은 위험한 ‘돈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설마했던 큰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입니다. 이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결국 단기외채를 연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달러 유출이 되면서 한국은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당시 당국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막을 만한 위기’로 여겨졌지만, 국내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외환 위기로, 다시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집니다.

규제 완화와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등장이 기업 등 각 경제 주체들의 호황을 이끌었지만, 대외적인 위기를 간과하고 있다가 호되게 당한 것입니다.

(외환위기 원인에 대한 분석은 참으로 많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 내부적으로는 방만한 기업들의 차입 경영 등이 있습니다. 정부 당국도 우왕좌왕하면서 위기를 더 키웠습니다.)

카드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

2002~2004년 이어진 카드 사태도 규제 완화와 카드라는 새로운 결제 매체의 대중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바닥을 쳤던 경기가 살아나는 경기 상승기였고, IT 기술의 발전은 카드 결제와 처리 과정을 간소화시켰습니다. 탈세를 막기 위한 정부의 카드 사용 장려도 한몫했습니다. 카드 사용 대중화를 위한 장려를 했던 것이지요.

자료 : 이미지투데이
그런데 외상도 빚이라는 개념이 자리잡혀 있지 않았던 때라, 신용 불량자가 양산됐습니다. 현금서비스 등 카드론 등 고리의 단기 대출을 쓰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이를 더 부추겼습니다. 대학생들까지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지경에 이르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결국 카드사의 부실이 쌓이게 됐고 신용불량자가 400만에 육박하게 됩니다. 몇몇 카드사들은 정리 수순에 들어갔고 많은 사람들이 파산의 지경에 이릅니다. 뒤늦게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습에 들어갔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이보다 늦지만 저축은행 사태도 있습니다. 정부는 1금융권을 이용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저축은행을 키웁니다. 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까지 떼는 것을 허용해줍니다.

정부의 이런 기대와 달리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무리한 투자를 합니다. 고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안의 여러 모럴 헤저드가 있었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국내 부동산 경기가 차갑게 얼어 붙으면서 저축은행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습니다. 상당수 저축은행은 부실화됐고 ‘저축은행 사태’로까지 이어집니다.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DLF와 사모펀드 사태

DLF와 사모펀드 등도 어쩌면 정부의 금융 완화 정책과 맞닿아 있습니다. DLS가 모여 펀드 형태의 상품인 DLF는 2019년 독일 국채 금리의 급락이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사모펀드 사태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 완화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하나의 예가 됩니다. 규제 완화와 새로운 금융의 등장, 그리고 조정능력의 상실이 금융 정책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사모펀드는 1998년 자산 운용 및 공시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등장합니다. 2004년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도입됐고 2009년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나옵니다.

이때까지 사모펀드는 돈 많은 자산가들이나 전문 투자자들이 모여 하는 소수의 금융 상품이었습니다. 보통 자산가로는 참여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인가제 규제가 등록제로 바뀝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최소 투자금액이 하향되면서 운용 규제도 완화됩니다. 서민들이 다가가기에 여전히 문턱이 높지만 억 단위 현금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참여할 수 있게 문호가 넓어진 것입니다.

이런 사모펀드의 활성화는 은행과 증권사 등 당시 금융사들의 수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정기예금만으로는 자산가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불었던 공모펀드(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는 펀드) 열기도 시들해지는 시점에서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던 때입니다. 세계적인 금융펀드를 키워보겠다는 당국의 의지와 수익률 높은 상품이 필요했던 금융사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사모펀드와 관련된 규제가 대거 풀립니다.

실제 이들의 생각은 2019년까지 잘 맞아갑니다. 해외 부동산과 건물, 호텔 등 각종 대체 자산들에 투자를 하면서 꽤 높은 수익을 자신들의 고객들에 안겨줍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러나 2019년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실제 하반기에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벌어집니다. 안전 자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있는 독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이어집니다. (이자율에서 조금 손해를 봐도 독일 국채를 확보하겠다는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외부적인 변화를 내부 투자자와 금융사들은 예상을 못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잘 되어 왔으니 앞으로도 잘 될꺼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라임펀드와 DLF 등에서 큰 손실을 일으킵니다.

(주식이었으면 손절이라도 했을 터인데, 사모 형태의 펀드 상품이다보니 쉽게 환매도 어려웠습니다.)

지금 우리가 키우고 있는 새 금융서비스는?

앞서 사례를 놓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의 발달 혹은 대외적인 변화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출현하게 됩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까지 담기게 되면 새 금융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문제는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 리스크’입니다. 1990년대 이후 2010년대, 2020년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는 늘 나타났고, 그때마다 정부는 뒤늦은 규제와 관리·감독을 했습니다. 이후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신기한 점은 매번 이런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예입니다. 물론 머지포인트 사태는 앞서 일어난 금융 사고와 비교해보면 피해 규모가 적은 축에 들어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 당국의 매번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은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시계열 순으로 봤을 때입니다.)

나라가 거의 망할 지경까지 갔던 외환위기를 호되게 겪고, 미국 금융자본주의 폐단이 드러났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우리 안에서도 ‘내성’이 생겨가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너무나 아팠지만, 지나고 나면 ‘항체’가 생긴 것처럼요.

최근 들어 새롭게 생겨난 금융 서비스가 있다면 또 무엇이 있을까요? 현 정부에서 출범해 급속 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도 들어갑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가 되면 새로운 형태의 핀테크 금융 기업들이 나올 것입니다. 앞으로 몇년 뒤 이들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몇년 뒤 이들 금융 서비스도 새로운 위기의 도화선이 될까요? 아니면 이번 만은 안전하게 잘 지나갈까요? 금융 당국과 업계는 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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