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계의 악동, 북한-①

권수연 2021. 9.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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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북한의 올림픽위원회 자격을 정지시킨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북한의 국제 스포츠계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는 도쿄 올림픽에 혼자 불참한 북한에게 철퇴를 놓았다. 북한 올림픽위원회(이하 NOC)의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시킨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오는 22년 2월에 열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은 지난 3월, 일찌감치 도쿄 올림픽 불참 선언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로부터 자국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정내용을 IOC 측에 공식으로 통보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처럼 국제 스포츠계의 규칙을 완전히 무시한 북한의 결정에 폭발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결국 칼을 빼들고 말았다.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 9일,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니 북한 징계를 철회해달라" 며 IOC에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IOC의 공식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 북한의 '일방적' 스포츠 문화는 과거부터 지속되어왔다. 

사진=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하고 있다, 올림픽 공식 사이트

기본적으로 계급사회에 가까운 북한에서는 신분상승을 이루기가 어렵다. 그러나 일반인이 신분을 급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스포츠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경우, 체육연금은 물론 집과 차까지 선물로 받는다. 이는 한국에서도 준수한 포상이지만 상대적으로 국민 평균 경제력이 훨씬 뒤떨어지는 북한에서는 아예 인생을 한 방에 뒤바꾸는 포상이다. 

아시안 게임이나 규모가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공훈체육인',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면 '인민체육인' 의 훈장이 수여된다. 가장 높은 영예를 가진 칭호는 '공화국영웅' 이라는 칭호다.

해당 호칭을 받은 선수는 북한에 단 한 명 뿐인데, 바로 지난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에 참가한 육상선수 정성옥(47)이다. 

정성옥은 당시 우승 소감에 대해 "결승지점에서 장군님(김정일)이 어서 오라고 불러주는 모습이 떠올라 힘을 냈다" 는 한 마디로 당시 간부급 이상이 탔던 벤츠S550 모델의 승용차와 48평짜리 아파트를 받고 얼굴이 새겨진 기념주화까지 발매되었다.

사진= 1999년 국제대회에 출전한 북한 육상선수 정성옥, IMDB

그러나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운동 성과보다는 말을 잘 해서 파격 보상을 받는다" 고 말이 나오는 실정이었다. 정성옥과 똑같이 공로를 세운 유도선수 계순희는 김정일의 '심금' 을 울리는 소감을 말하지 못해서 남이 살던 헌 집을 포상으로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많은 북한 운동선수들이 정성옥을 따라 우승 후 소감에 으레 아부성 발언을 넣었지만, 정성옥과 똑같은 파격 대우를 받지는 못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인민루니' 로 익히 알려진 재일교포 출신 북한선수 정대세(37)가 지난 2010 FIFA 월드컵 남아공 본선에 진출하는데 공을 세우며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다. 

90년대 초 북한의 공훈체육인 출신 탈북 유도선수 이창수(54)는 한 공중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절이면 집 앞에 커다란 냉동차가 한 대 와서 오렌지와 계란을 비롯, 각종 식료품을 내려줬다" 며, 엘리트 스포츠스타에게 내려지던 국가의 '특급 대우'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스포츠 스타 출신 탈북선수들은 입을 모아 "돈이 많아서 세상에 무서운 것도 없었고, 아예 일반 주민들이랑 생활 자체가 달랐다. 스포츠영웅이 되면 옷도 외국 브랜드로만 입는다" 고 증언했다.

이처럼 선수들은 국가 차원에서 큰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는 선수들을 대외선전용 '도구' 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역시도 엘리트 체육인 양성에 힘을 쏟는다. 

사진= 만수대 대기념비 앞에 놓인 김일성(좌), 김정일 동상, pixabay

북한의 국제대회 참여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아시안게임은 지난 1974년 이란 테헤란에서 개최된 제7회부터 참가하기 시작했고, 올림픽은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은 1986 서울 하계 아시안게임과 1994 히로시마 하계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참가했지만, 올림픽은 지난 1972년에 열린 뮌헨 올림픽 이후 2016 리우 올림픽까지 총 9차례만 참가했다.

나름대로 경제력에 비해 선진적인 트레이닝 기술을 도입하며 엘리트 체육인들을 기르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선수 전력 성장의 핵심은 해외 진출이다. 

타국 선수들이 좋은 환경의 해외로 활발하게 나가 활약하고 훈련받는 것과 달리, 외부의 개방적인 사상에 자국 선수가 물드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북한 특성상 선수들의 해외 훈련은 상대적으로 난관을 많이 겪는다. 그나마 가장 유학을 활발하게 보내는 종목은 축구인데, 유망주 시절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지로 유학을 떠났다가 성인이 되면 귀국한다. 

때문에 1972 뮌헨 올림픽 첫 참가 이후, 북한은 종합 성적으로 한국을 이겨본 적이 없다.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한, 중, 일, 카자스흐탄의 4강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지만 국제 수준에서는 여전히 한참 미달이다.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총 3개, 동계 올림픽에서는 총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만을 획득했다.

스위스 유학경험이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동계스포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원산시에 마식령 스키장을 개장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경제적 사유로 운영이 부진하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일본의 다무라 료코를 업어치는 계순희, 올림픽 공식 사이트

북한에서 유명한 스타선수로는 지난 1999년 세계 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은 정성옥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만 16세 나이로 일본의 간판 유도선수 다무라 료코를 꺾으며 일약 스타가 된 금메달리스트 계순희(42)를 꼽을 수 있다.

또한 탁구 세계선수권 대회 메달을 휩쓸고 지난 1990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리분희(53)는 조선장애인보호연맹 부위원장 지위에 올랐다.

농구선수 리명훈(52)은 북한의 '우뢰' 농구팀 소속 출신으로 무려 신장이 235cm나 되는 선수다. 지난 1993년 북한의 아시아농구선수권 준우승을 이끌고, 1999년 아시아농구선수권 예선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슛블로킹을 3차례나 넣어 화제가 되었다. 

사진= 재일교포 출신 북한 축구선수 정대세, 정대세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축구에서는 재일교포 출신의 정대세(37)가 한때 이름을 날렸고, 현재는 23세의 어린 유망주 한광성이 이목을 끌고 있다. '함흥민(함흥+손흥민)', '반동텔리(마리오 발로텔리)' 등의 별명을 가진 한광성은 북한 유스팀인 초병축구단 출신으로, 지난 2019년 9월 유벤투스 FC로 이적하며 국내외 축구팬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후로는 북한의 국제대회 참여 공백과 약세가 길어지며, 사실상 눈에 띄는 성적과 선수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2020 도쿄 올림픽 불참 선언을 시작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전은 아예 기권했다. 다음 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이하 AFC) U-23 아시안컵과, 인도 뭄바이에서 1월에 열릴 예정인 여자 아시안컵에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AFC는 북한의 불참 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국제 스포츠계의 악동, 북한-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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