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내가 죽였지"..미국 갑부, 21년 만에 유죄 평결
[경향신문]
미국 뉴욕의 부동산 재벌 상속자 로버트 더스트(78)가 친구 살인 혐의로 21년 만에 유죄 평결을 받았다.
17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배심원단은 더스트가 1990년 오랜 친구인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평결했다. 이는 39년간 3개 주에서 아내를 비롯한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더스트가 법정에서 받은 첫 번째 유죄 평결이다. 1급 살인 유죄 평결에 따라 더스트는 내달 18일 선고 기일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스트는 버먼 외에 1982년 실종 당시 29세 의대생이었던 아내 캐슬린 더스트, 2001년 텍사스 주에서 도피생활 중 자신의 신원을 알아낸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검찰은 더스트가 아내 살인 사건을 숨기기 위해 친구인 버먼을 살해했다고 봤다. 버먼이 캐슬린 살해 은폐를 도왔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죽였다는 것이다. 버먼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더스트는 지금까지 캐슬린 살해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이번 유죄 평결 후 캐슬린의 가족들은 더스트를 캐슬린 살해 혐의로 기소하라고 뉴욕주 검찰에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블랙에 대해선 기소됐지만 그의 시신을 토막내 바다에 버린 혐의를 시인하고도 몸다툼 중 벌어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더스트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 회사 ‘더스트 오가니제이션’ 설립자인 조지프 더스트의 손자다. 그는 오랫동안 법망을 피했지만 그의 삶과 범죄 행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더 징크스’의 인터뷰 중 실수를 했다. 그는 인터뷰 촬영이 끝나고 나서 화장실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로 무심결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자백으로 판단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5년 HBO에서 방영됐다. 더스트는 마지막 편이 방영되기 전날 뉴올리언스의 호텔에 숨어 있다 체포됐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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