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부부' 전 남편에 의처증 보이는 남편, 이혼해야 할까요? [아는 변호사]

이선명 기자 2021. 9. 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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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우리 삶과 닮아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만큼 삶이 법과 아주 밀접해 있다는 걸 뜻하죠.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와 함께 생활 법률 상식을 살펴봅니다.<편집자주>

13일 방송된 ‘애로부부’에서는 사별 후 재혼한 아내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폭언한 남편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SKY채널 방송 화면


13일 방송된 채널A·SKY채널 예능 프로그램 ‘애로부부’에서는 ‘의처증’으로 의심되는 한 남편의 사연이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사연을 보내온 이는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교통사고로 전 남편과 사별했고, 아들을 혼자 키우며 살던 중 자신을 열렬히 쫓아다녔던 남성의 끈질긴 구애 끝에 재혼했습니다.

아내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잠시였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휴대폰을 뒤져 전 남편 사진과 시부모님의 연락처를 보고 불 같은 화를 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의 아빠이고, 할머니·할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남편은 “뒤에 딴 짓 하니까 밤마다 그 자식(전 남편) 얼굴이 떠오른다” 등 폭언으로 응수했습니다.

남편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질 않았습니다. 아내 앞에서 다른 여성들과 통화를 하고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에게까지 막말을 일삼는 등 ‘옹졸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남편의 지속된 의처증에 스튜디오에서도 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SKY 채널 제공


남편의 이러한 행동에 사연을 지켜보던 스튜디오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남편과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는 이혼을 망설였지만, 남편의 거듭되는 막말에 결국 이혼을 결심합니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안 남편은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전 남편과 이혼한 것이 아니라 사별이었기에 더 괴로웠다”며 무릎까지 꿇며 사과했습니다.

갑자기 태도가 변한 남편을 본 아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반성하는 남편을 믿고 이 결혼을 유지해야 할지, 끝내는 게 맞는지 결정을 못 내리겠다”는 사연을 ‘애로부부’에 보내왔습니다.

스튜디오에 있던 홍진경은 “사연자는 이미 남편으로부터 험한 말과 행동을 다 당했다”며 “지금은 ‘손절’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안선영 또한 “둘째가 태어나면 더 불행해질 것”이라며 “아이를 위해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의 지속적인 행동에 지친 아내,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어떤 법률적 도움을 받아야 할까요?

▶전문가 의견-신은숙 변호사(법무법인 백하)

평생을 함께할 인연을 만나는게 어려운 만큼, 혼인하여 법적 부부가 된 후에 다시 이혼으로 남이 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즉, 이혼은 단순히 부부가 사이가 나빠지거나 헤어지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고, 법에서 정한 이혼사유가 있어야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사별한 전남편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으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이 나오는데, 단순한 의심과 집착은 법률상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이혼하려면, 그 사유가 민법 제84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혼 사유, 즉, ①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거나, ②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하거나, ③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④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거나, ⑥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중 어느 한가지에 해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혼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된 경우여야 법원에서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집니다.


방송에서 아내의 핸드폰을 뒤지고, 아내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편의 모습은 의처증일수 있습니다. 의처증은 남편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 중 하나인데, 남편이 단순한 의심을 넘어서 의처증 증상이 심각하고 심한 폭언을 한다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사유(민법 제840조 제6호)에 해당하여 이혼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시어머니를 앞세워 아내를 괴롭히면서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한다면 이혼사유 중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민법 제840조 제3호)에 해당하므로 이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족간에 발생하는 폭언이나 학대는 이를 증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이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을 할 경우 녹음한다면 증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집안의 기물을 부수거나, 아내의 신체를 직접 폭행한다면 경찰이나 119에 신고한 기록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의처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닌 기록이나 아내가 남편 때문에 정신과 등 병원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을 경우 피해를 본 사실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이를 모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만약 자녀가 있을 경우 자녀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라면 남편의 평소 폭력적 성향이나 아내에 대한 위해 등을 진술하는 자녀의 진술서도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부부사이의 갈등이 이혼소송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까지 뒤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송에서도 남편이 아내 몰래 핸드폰을 뒤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남편의 행위는 엄밀히 따지자면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316조에서는 봉합이나 기타 비밀장치를 해둔 다른 사람의 편지, 문서, 그림, 특수매체기록(컴퓨터 파일 등)을 개봉하거나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내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내가 핸드폰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핸드폰을 몰래 보더라도 비밀침해죄에 해당되지는 않겠습니다.

▶신은숙 변호사는?

△법무법인 백하 △이혼·상속 △서울서부지방법원 협의이혼 상담위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백인변호사단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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