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마음 일으켜 세운 운동..보디 프로필 덕에 자존감 올라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 9.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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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진 교수는 무너진 마음을 운동으로 일으켜 세운 뒤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오우진 교수 제공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뒤 마음이 무너졌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는 결국 나를 나락으로 이끌었고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더 이상 이런 상태를 지속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심리상담까지 받았다. 그 때부터 몸을 움직였다.’

오우진 초당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36)는 무너진 마음을 몸으로 일으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순간 이러다 완전히 망가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찾아왔어요.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몸을 써서라도 과거를 떨치려고 노력했죠. 몸이 피곤하면 생각이 좀 덜해지잖아요. 정신적 고통을 나누는 셈 치고 몸을 많이 움직였습니다. 비행이 없는 날은 하루 6시간 이상 몸을 움직였어요. 필라테스와 요가, 그리고 피트니스. 몸이 힘드니 먹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잠도 자기 시작했죠.”

대한항공 승무원이던 오 교수는 2016년 인간관계로 인한 상실감에 한동안 심리적 고통 속에 살아야 했지만 운동을 통해 잘 극복했다.

“상실감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소의 반대쪽에 성취감을 높여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 선택한 게 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효과적이었죠.”

올 3월 초당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오 교수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부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고 외모도 관리하기 위해 요가와 필라테스, 피트니스는 계속 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체계적이고 집중해서 운동한 것은 처음이었다.

“어느 순간 보디 프로필(Body Profile)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무너진 정신을 다잡기 위해 뭔가 제가 해낼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했어요. 인간관계, 사회 및 회사 생활에서는 제가 마음먹는다고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잖아요. 거기서 통제력을 잃고 무력감을 느끼죠. 제 몸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몸을 드러내놓고 사진을 찍으려면 몸을 잘 만들어야 하죠. 개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오우진 교수가 집에 마련한 필라테스 기구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오우진 교수 제공
보디 프로필은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몸을 만든 다음, 몸매를 돋보이게 찍는 프로필 사진을 말한다. 2017년.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만들어 실행했고, 비행을 하면서도 하루 2시간이상 운동에 매달렸다. 운동은 필라테스와 요가 등 해오던 것을 함께 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을 높였다. 등과 가슴, 어깨, 팔에 하체 운동까지 골고루 했다. 어릴 때부터 상체에 비해 하체가 강했다. 그래서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해 상체 운동을 등한시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들기 위해 상체 운동도 할 수 밖에 없었다. 벤치프레스와 푸시업. 처음엔 엄두도 못 냈지만 지금은 벤치프레스를 30kg 무게로 하고, 푸시업은 10개씩 3세트를 가볍게 한다. 3주가 지나자 체중이 1kg 늘었다. 골격근량이 1.7kg늘고 체지방량이 2kg 줄었다. 그는 “내 몸이 예전보다 더 단단하고 건강해져 보였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운동 시작 2개월 뒤 보디프로필을 찍었다. 만족스러웠다.

“제 노력과 성취감을 사진에 담고 싶었죠. 두 달 동안 비행을 하면서도 닭가슴살(혹은 삶은 달걀)과, 토마토, 고구마만 먹으면서 운동을 했어요.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저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사진이란 결과물로 나왔죠. 보디 프로필은 모든 게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최소한의 안간힘이었습니다.”

보디 프로필을 찍고 난 뒤 운동은 그의 삶이 됐다.

오우진 교수는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오우진 교수 제공
“성취감을 얻었죠. 제가 목표로 한 것을 마무리 지었다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먹는 대로, 운동하는 대로 결과물은 나오게 돼 있죠. 작지만 이 성취감에 자존감이 올라갔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운동을 통해서 정신력도 키울 수 있었다.

“운동은 한계와의 싸움이죠. 예를 들어 이너싸이(Inner Thigh) 머신을 이용해 내전근 운동을 할 때입니다. 처음엔 20kg으로 20회 1세트를 한 뒤 5kg씩 올려 1세트씩 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35kg까지 올려 4세트를 하다보면 15회 넘어 더 이상 두 다리를 모을 힘이 없어져요. 그래도 트레이너의 ‘할 수 있다’는 소리에 끝까지 다 해냅니다. 일종의 ‘강제 반복’입니다. 제가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뇌는 그만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명령을 거부하고 반복함으로써 뇌를 굴복시키게 됩니다. 안 될 것만 같았는데 해낸 것을 뇌는 인지하고 몸은 기억합니다. 체력도 정신력도 커지는 것이죠. 트레이너가 ‘할 수 있다’고 옆에서 거들어 주지만 막연히 ‘할 수 있다’를 외치는 게 아니라 제 몸으로 경험하며 증명해내면서 자존감도 올라갑니다.”

운동이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인 결과물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특히 2007년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쓴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이 나오면서 운동과 뇌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진행됐다.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운동은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치매를 예방한다.’ ‘운동은 정신력을 키운다.’ ….

오우진 교수는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오우진 교수 제공
최근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게 일종의 트렌드가 됐고 일부에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자신을 자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몸을 만들려다가 오히려 몸을 망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오 교수는 “몸을 망치면서까지 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보디 프로필을 단순히 자기 과시용으로 폄훼할 필요는 없다. 보디 프로필이란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얻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보디 프로필을 찍는 과정에서 몸도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얻은 성취감, 자신감, 자기효능감을 통해 제가 원하던 튼튼한 마음도 만들었어요. 운동은 몸과 마음의 근력을 함께 향상시킵니다. 운동을 하면서 제가 중심이 돼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비로소 제 삶의 주체자가 된 것입니다.”

오 교수는 특히 젊은이들이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것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왜 최근 젊은 친구들이 보디 프로필을 찍고 싶어 하는 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 힘들어지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작은 성취감이라도 스스로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메시지를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을 조금 헤아려봅니다. 젊은이들이 보디 프로필을 통해 자기효능감도 올리고 자존감도 높이면서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우진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시티드로우를 하고 있다. 오 교수는 “마음이 무너질 땐 몸을 세워야 균형을 맞춘다”고 강조한다. 오우진 교수 제공
오 교수는 2019년에도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그는 “보디 프로필 촬영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 고스란히 내 몸과 마음에 남아 있고, 일터에서 그리고 삶에서 나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고 했다. 그는 “운동은 변수가 적다. 투자한 만큼 결과로 나온다. 그만큼 통제력을 느낀다. 사회생활 등에서 느낀 무력감을 운동을 하면서 키운 통제력으로 상쇄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보디 프로필을 다시 한번 찍을 예정이다.

오 교수는 운동에 매료돼 생활체육지도자와 필라테스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지난해 터진 코로나19 탓에 항공사에서 5개월 쉬고 1개월 근무하는 순환근무 체제 때 쉬는 동안 그는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했다. 오 교수는 지난해 8월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에서 ‘항공사 객실승무원의 생활체육 참여 정도가 직무성과에 미치는 영향: 신체적 자기지각과 자기효능감의 이중매개효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신을 일으켜 세운 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것이다.

오우진 교수가 케틀벨을 하고 있다. 오우진 교수 제공
“운동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겁니다. 이젠 운동을 평생 제 삶의 근간에 두고 살 겁니다. 지금도 뭔가 잘 안 풀리면 바로 운동하러 갑니다.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도 운동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길 바랍니다.”

오 교수는 마음이 무너진 뒤 운동으로 다시 일어선 경험담을 ‘바디 프로필로 올린 자존감, 마인드 & 바디 밸런스’란 책으로 엮었다. 전남 무안 집을 홈트레이닝 할 수 있게 꾸미고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는 그는 ‘마바밸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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