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의 핵심은 소멸성 지역 화폐

2021. 9. 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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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돈의 기본소득세상]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
화폐의 본원적 기능은 교환의 매개물인 구매력의 징표로서 고안된 것이다. 인간은 화폐를 통하여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척도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은 인간에게서 점점 부의 축적을 이룩하는 상품으로 전락 되었다. 금융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부터 화폐로서의 화폐의 단순한 규정을 넘어서는 ‘자체적 부의 축적 수단’으로까지 기능하고 있다. 금융상품의 다양화와 고도화로 인해 화폐 자체가 상품이 되었고 재산증식의 도구가 된 것이다. 헝가리 출신 경제 인류학자인 칼 폴라니는 그의 역작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자본주의의 시장질서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싯귀를 빌려 ‘사탄의 맷돌(Satanic mills)’에 비유했다. 그는 산업혁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장경제·자본주의가 사회를 악마의 맷돌처럼 갈아 노동, 토지, 화폐가 상품으로 전락되어 인류사회가 불평등하게 구조화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이 상품으로 전락된 법정 화폐와 대비되는 화폐가 바로 지역 화폐다. 지역 화폐란 특정지역 안에서만 통용되는 대안화폐로서 지역 자체적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유통시키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서로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경제활동 방식이다. 지역 화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으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서 사용함으로써 그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유통과정에서 이자가 전혀 붙지 않으며, 발행 주체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 및 구성체가 될 수 있다.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국내외 경제활동과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악화로 인해 위험 상황에 놓여있어 지역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가운데 그 핵심에 지역 화폐가 있다. 자치단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되었고 발행 지방자치단체도 229개로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 지역 화폐가 없는 지역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면, 2018년에는 성남시 등 66개 지자체가 총 3,714억 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했지만, 2019년엔 172개 지자체가 2조 2,573억 원을 발행한 데 이어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2020년에는 230개 지자체가 9조 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했다.

이상의 지역 화폐에 소멸성이라는 명사가 덧붙여야 한다. 소멸성이란 서비스 제공 시점(사용기한)에 소비되지 않으면 소멸함을 의미한다. 소멸성 지역화폐에 관한 논쟁 또한 매우 뜨겁다. 그러나 지역 화폐가 지닌 내수경기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이미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에서 입증됐다. 3개월 시한부 지역화폐로 보편지급한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과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은 100% 소비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더해 30%(KDI: 한국개발원) 내지 85%(경기연구원)의 추가소비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1차 재난지원금의 생산유발효과가 1.81배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9월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특정 지역의 소비가 늘어나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비 증대 효과가 없으며, 지역 화폐를 쓸 수 있는 업종에만 소비가 몰리게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기획재정부는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 지역 화폐 발행지원 예산을 올해 1조 522억 원에서 77.2%가 줄어든 2,403억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소멸성 지역화폐 정책 확대요구와 기재부의 지역 화폐 발행지원 예산삭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소멸성 지역 화폐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여 인간 살림살이의 마중물이 되고, 이것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풀리면 코로나 19의 펜데믹 상황으로 꺼져가는 지역경제의 불씨를 살리고, 골목상권과 대기업의 유통업(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상생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협동경제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소멸성 지역 화폐가 바로 공정과 성장이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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