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감독은 공정한 기회 믿은 제자들의 땀을 짓밟았다
당장 눈 앞의 1승을 챙기려다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신뢰의 위기가 찾아왔고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스승으로서 바른 길도 제시하지 못했다.
한현희와 안우진을 쓰기로 결정한 홍원기(48) 키움 감독 이야기다.
홍 감독은 "한현희, 안우진은 징계가 끝나면 1군 선수단에 합류시키려고 한다"며 "최근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두 선수를 기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번복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현희, 안우진은 지난 7월초 수원 원정 기간 중 숙소를 무단 이탈한 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외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KBO는 두 사람에게 36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500만 원의 철퇴를 내렸다. 키움 구단도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1000만 원, 안우진에 벌금 500만 원의 자체 징계를 결정했다.
홍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10일 한현희, 안우진의 징계에 관계없이 잔여 시즌 두 사람을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토종 선발투수 두 명이 한 번에 이탈하며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일탈 행위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홍 감독과 키움은 한 달 만에 한현희, 안우진을 다시 1군에 부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안우진의 경우 KBO 징계가 해제되는 오는 23일부터 1군 콜업이 가능하다.
홍 감독은 '성적 때문에 두 선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부인은 못하겠다"라고 답했다. 가을 야구를 위해서 수많은 비판과 따가운 시선이 뒤따르더라도 모두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팀의 모든 구성원들이 가을 야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내 욕심만 앞세워 두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감독은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했다. 이번 결정 번복으로 자신이 잃게 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홍 감독은 신뢰를 잃었다. 더 이상 홍 감독이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어졌다. 언제든 말 바꾸기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히게 됐다.
한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을 선수들도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밝힌 칭찬도 뒤에선 다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홍원기 감독이다. 그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하는 말들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옳은 길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제시도 하지 못했다.
키움은 한현희 안우진만의 팀이 아니다. 그 둘이 빠져 나가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며 훈련 해 온 또 다른 키움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 기회를 봉쇄하고 말았다. 홍 감독에게는 한현희 안우진만 제자가 아니다.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대안 선수들 또한 그의 제자다.
하지만 홍 감독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불신을 보였다. 지금껏 흘린 땀이 헛되었다는 것을 알려준 셈 밖에 안됐다.
그것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이 비웠던 자리였다. 프로야구 선수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지 교훈을 삼을 수 있는 기회였다.
홍 감독은 이런 기회마저 걷어차 버렸다. 앞으로 선수들에게 어떻게 프로야구 선수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가르칠 것인지 생각은 해봤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결정으로 홍 감독은 실력 있는 몇몇 선수들에 이끌려 야구 하는 감독으로 낙인 찍히게 됐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두 번째 문제다.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선수들 보다 이미 성과를 입증한 몇몇 엘리트 선수에게만 의존하겠다는 뜻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됐다.
더 이상 키움에서 기회와 공정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게 됐다. 야구에만 매달려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참고 기다리며 땀 흘려 온 선수들을 배신했다.
그 어떤 위기 보다 심각한 신회의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홍 감독은 "팀의 구성원들이 포스트시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랬다면 더욱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어야 했다.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한현희 안우진이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흘린 땀이었다. 그들을 쓸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처절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었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키움 선수들이 헌신하며 만들어 온 분위기를 한 방에 걷어찼다. 한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홍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 내내 따라 다닐 것이다. 이렇게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대단히 어렵다. 외부의 시선이 아닌 내부의 땀을 외면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선수들이 따르지 않는 감독이 롱런 햇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홍 감독에게 딸린 식구는 한현희 안우진만이 아닌 100여 명이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그 대가는 대단히 아프게 돌아올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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