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고 물 새는 51년 아파트..'반값주택'의 민낯?[영상]

김현지 기자 2021. 9.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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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임대부 주택' 대선 주자들 부동산 공약으로 인기
1970년 준공된 토지임대부 주택 중산시범아파트..재건축 난항
전문가들 "토지임대부는 이미 실패한 정책"
[서울경제]

22년 대선을 반년 앞둔 상황에서 각각의 대선 주자들은 공급 확대를 기조로 한 부동산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기본주택’· ‘쿼터 아파트'. 이는 이재명, 홍준표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의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모두 토지임대부 주택을 포함한 정책들이다. 이러한 토지임대부 주택의 50년 후를 볼 수 있는 아파트가 있으니 바로 용산구 서부이촌동에 위치한 중산 시범 아파트다.

외벽에 실금 가득 51살 아파트···재건축 추진 위해선 서울시로부터 토지 매입 필수

한강 변에 자리한 이 아파트는 현재 지상 7층 6개 동에 266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중산층이 산다고 해 중산 시범 아파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지난 1970년에 지어져 올해로 지어진 지 50년이 넘었다.

50년이라는 세월 만큼 현재 건물의 상태는 좋지 못하다. 이미 25년 전 용산구청으로부터 재난 위험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던 이곳의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원래의 색을 가늠하기 힘들었고 벽 곳곳엔 실금이 가득했다. 현재 중산시범아파트 주민들은 건물의 노후화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재건축을 위해 서울시에 토지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 40년 이상 거주했다는 박모씨는 “천장에서 비가 새 세를 놓을 수도 거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이들이 서울시에 토지 매각을 요구하는 이유는 중산시범이 토지임대부 주택이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가·지방 자치단체·공공 기관이 주택을 건설한 뒤 건물은 개인에게 분양하고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소유하는 형태를 말한다. 토지값이 빠지기 때문에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라 반값 아파트·반의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저렴한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낮춰 집값을 잡고 주택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촌 중산시범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건물 부지는 서울시 소유이고 건물 사이의 도로 용지(1682.㎡)는 용산구청 소유다. 주민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와 용산구청으로부터 땅을 반드시 매입해야 한다.

중산시범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와 토지 소유권을 놓고 오랫동안 다툼을 벌여왔다. 주민들은 과거 서울시가 한 번도 토지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50년 간 실질적으로 토지를 점유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토지 소유권을 주장 해왔다. 그러나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2008년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이 서울시에 있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후 주민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토지 매각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해서 서울시에 제출했다.

박충규 중산시범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6개 필지, 각 동에서 75% 이상의 토지 매입 동의율을 확보해오면 토지 매각을 공유 재산 심의 위원회에 상정해주겠다고 했다”며 “현재 주민들과 토지 매입 동의서를 작성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공유 재산 심의 위원회에서 중산 시범 시유지 매각안이 의결되면 주민들은 조합 설립 인가·시공사 선정·사업 시행 인가 등의 지난한 단계를 거쳐 재건축을 진행하게 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중산 시범의 재건축은 서울시의 토지 매각에 달려 있다며 “재건축 추진을 위해 토지 매각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서울시에 지속해서 넣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토지 매입 가격 조정 쉽지 않을 것”···재건축 난항 예상 돼

그러나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주민들의 토지 매입 동의율이 75% 이상을 달성하더라도 토지 매입 가격 조정이라는 난항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만약에 시청이 공시 지가로 토지를 매각하겠다고 하면 중산시범은 투기의 온상이 될 것이고 주변 시세로 매각하겠다고 하면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구분 소유권자들이 제안을 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중산 시범이 토지임대부 주택의 재건축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지자체와 주민 간의 이견 조율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산시범 재건축추진위는 2004년에 승인됐지만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후의 재건축 절차를 밟지 못했다. 바로 이 아파트가 '토지임대부 주택'이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는 이미 실패한 정책···주택 공급 확대 솔루션으로 볼 수 없어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주택이 재건축 과정에서의 갈등 뿐 아니라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세월이 흐를수록 건축물은 감가상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토지 소유권이 없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자산 증식 효과가 상당히 제한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사회주의 정부인 중국에서도 토지임대부 정책은 실험을 거듭하다 결국 실패했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가격과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내에서도 이미 실패한 사례가 많다. 2007년 군포 부곡 지구에서 실시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0.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주택 수요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또한 2011년 강남 세곡 ·서초 우면 지구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집값이 초기 분양가 대비 7배가 뛰며 주변 시세를 낮춰 집값을 잡겠다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도입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잡음이 많은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윤 교수는 “표심을 위한 선거용 공약 제시일 확률이 높다”며 “토지임대부 정책이 마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솔루션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 정책이 대세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국공유지는 입찰을 통해 민간 사업자에게 팔고 매각 이익을 주거 취약 계층에게 영구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김현지 기자 loc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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