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싫은 말 안 들어서 좋아"..연휴의 고시생·취준생

김지현 기자 2021. 9.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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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추석 연휴를 3일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추석 연휴가 다가오지만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연휴인 것조차 잊은 채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공시생들은 지난 설에 이어 올해도 명절 날 내려오라는 소리를 들을 일이 없어 도리어 좋다는 모습이었다. 시험 준비, 결과 등을 묻는 친척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가족 만나 눈치 보느니 '공부하겠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경찰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탈락했다는 이모씨(27)는 올 추석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척 간의 모임이 제한되는 게 누구보다 반갑다. 이씨는 "4단계까지 올라갔어서 가족과 친척들의 관심이 컸다"며 "탈락 소식을 전하지 않은 분들도 계신데 추석 때 모이면 분명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추석 연휴에 고향인 대전 대신 노량진에 남아 공부를 할 생각이다. 이씨는 "주변에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대부분 내려가지 않겠다고 한다"며 "20대들이니 백신접종 완료도 아직이라 핑계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포함한 오는 17~23일 수도권의 경우 가족 모임 접종 완료자 4인 포함 총 8인까지 가능하고, 비수도권은 다중이용시설·가족 모임 모두 8인까지 가능하다.

다음달 서울시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강주원씨(30)도 장수생이라 친척 모임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3년째인데 집에서도 슬슬 시험 준비 관두고 취업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첫해에 내려갔을 때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준비생들에겐 열심히 해라와 같은 소리도 때로는 부담"이라며 "다행히 어머니께서 추석에 방역 위험도 있고 하니까 공부를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노량진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올 추석에 가게를 연다는 계획이다. 학원가에서 8년 넘게 도시락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62)는 "추석 당일만 문을 닫고 계속 운영할 생각"이라며 "연휴 기간 학원들도 운영하고 학생들도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계속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노량진만큼은 추석 매출과 평소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카페 직원 최모씨(26)도 "지난 설에도 일을 했었는데 도서관 등이 문을 닫다보니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연휴 기간 동안 자리가 꽉 찼었다"고 말했다.

용돈벌이로 알바 구해…자리 경쟁 치열
추석 연휴를 앞둔 노량진 컵밥거리 /사진=김지현 기자

취준생에게도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서지원씨(26)는 "추석에는 내려가야 하나 했는데 KTX표를 끊지 못했다는 이유를 대고 자취방에 남기로 했다"고 했다. 서씨는 고향에 내려가면 불필요한 잔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일을 도와야한다고도 말했다. 서씨는 "집에 아직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다"며 "공부도 못하고 전을 부쳐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취준생은 추석 연휴 동안 용돈벌이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 디자인 쪽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강아람씨(26)는 "부모님께 월세 때문에 손을 벌리고 있는데, 취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눈치가 보인다"며 "운이 좋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연휴기간 동안 강아지를 돌보는 알바를 구했다"고 말했다.

알바 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이 최근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7.2%가 추석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알바 자리가 줄면서 식당, 카페 등 알바 자리가 많이 줄었다는 말도 나온다. 서씨는 "기존 알바자리도 내쫓긴 친구가 많다"며 "평소보다 높은 시급에 지원을 하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동안에 비해 훨씬 구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윤모씨(54)는 "지난 추석 만해도 연휴기간 동안 알바생을 구했는데 올해는 넘어가려고 한다"며 "매출 사정이 좋지 않아 따로 직원을 쓸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일손이 부족할 경우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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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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