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는 꼭 NBA에 가겠다" 데이비슨대의 뉴 에이스 이현중의 다짐

서호민 2021. 9. 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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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은 국내 농구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다. 최근 들어 외신을 통해 내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국인 NBA리거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한국농구는 그동안 도전에 인색했다. “동양인은 해외 무대에서 안 통해”라는 틀에 박힌 생각으로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았다. 2017년 이대성(고양 오리온)이 NBA 하부리그인 G리그 도전에 나서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아 KBL로 돌아오자 “거봐, 안된다니까”라는 시선이 향했다. 팬들조차 국내선수들의 해외 무대 도전을 우습게 바라봤다.


이현중이 데이비슨대에 입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에 안되는 것은 없다. 점차 팀 내 입지를 높여나간 그는 올해 여름에는 성인 국가대표에도 선발되어 단숨에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미국대학농구(NCAA) 2021-2022시즌에는 당당히 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인은 미국에서 안 통해’라는 편견을 하나씩 깨드리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그다. 이현중은 단순히 NBA 진출에만 목표를 두지는 않았다. 자신의 성공을 통해 ‘우물안 개구리’ 신세인 국내농구 유망주들의 도전을 이끌어내는 선구자가 되길 원한다. 점프볼은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현중을 출국(8월13일 미국 출국) 직전 만났다.


Q. 최근 근황은?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격리 조치를 취한 뒤에는 매일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다음 시즌 대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데이비슨대의 공격 패턴 영상들을 보면서 감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Q.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보니 벌크업을 한 것 같던데, 현재 몸무게는 몇 kg인지?

98kg다. 제가 NCAA에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중 뿐 아니라 전체적인 신체 조건이 부족하다. 나보다 더 강한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버텨내려면 나 역시 더 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웨이트 훈련에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아마 체중은 지난시즌에 비해 5kg 정도 증량했다.

Q. 스킬트레이너 박찬성, 김민구에게도 훈련 지도를 받았다. 두 코치로부터 특별히 지도받은 훈련이 있나? 아니면 연마하고 있는 기술이라든지?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기보다는 나의 강점인 3점슛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미들레인지 게임 연습도 함께 겸했다. 내가 동 포지션에서는 신장이 큰 축에 속하기 때문에 포스트업 이후 페이더어웨이 등 신장의 우위를 활용한 공격도 같이 연습했다.

Q. 오프시즌 김효범 코치(서울 삼성)가 주도한 훈련 캠프에서 프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효범 선생님께서 KBL에서 뛰는 형들을 모아 서로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운동하고 가자는 취지에서 미니 캠프를 열었다. 훈련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정말 선후배 눈치 안 보고,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경쟁심을 느끼면서 운동하다 온 것 같다.

Q.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김효범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던데. 김효범 코치는 본인에게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도움이 줬는가?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딱딱 짚어주시고 내가 더 높은 무대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려주신다. 또 내가 자만해지지 않게 멘탈 면에서도 중심을 잡아주시고, 힘들 때 늘 옆에서 응원해주는 나의 정신적 지주다.

이현중은 첫 태극마크를 달고 뛴 국제무대에서 라건아와 함께 국가대표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주전은 물론 라건아에 이어 확실한 득점원으로서 자리매김하며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기대케 했다. 아시아컵 예선에선 4경기 출전, 평균 17.3점 7.5리바운드 2.0어시스트 1.8블록슛을 기록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리투아니아 등을 상대로 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평균 14.5점을 기록했다. 평균21.5점의 라건아에 이어 대표팀 두 번째 최다득점이었다.

Q. 이번 여름에는 굉장히 경사가 많았다. 그중에서 성인대표팀을 처음 경험하게 됐는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건 어떤 느낌이었나?

한 나라를 대표해서 뛴 다는 것이 굉장히 영광이었고, 또 국가대항전은 소속 팀에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각오를 더 단단하게 먹고 경기에 나섰던 것 같다.

Q. 주장 이대성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만의 문화는 어땠나?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고 처음 호흡을 맞추는 터라 걱정이 많았는데, 주장인 대성이형이 억압적이지 않으면서 또 너무 풀어지지 않게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다. 후배 선수들을 자기 아래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인정해주셨다.

Q. 성인 국가대표 데뷔 무대임에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였다.

개인 기록은 좋았지만,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 승리다. 내가 잘해도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면 내가 활약한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 아쉬움이 남고 또 그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느꼈다. 4쿼터 승부처만 되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승부처 해결사로서 능력도 더 보완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심판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한 점도 앞으로 내가 보완해나가야 할 과제다.

Q. 기존에 친했던 선수 외에 이번 대표팀을 통해 친해진 선수가 있다면?

(이)승현(오리온) 형과 (변)준형(안양 KGC) 형이다. 특히 승현이형과는 농구에 대한 대화를 많이 주고받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승현이형이 빅맨의 입장에서 빅맨들이 좀 더 편하게 뛸 수 가드들의 움직임 등을 전수해줬다. 승현이형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먼저 헌신하는 모습에 정말 감명을 받았다. 준형이형과는 코트 바깥에서 서로 장난도 많이 치면서 가까워졌다.

이현중과 여준석은 과거 호주 NBA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1년 6개월 간 해외 유학 생활을 한 바 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타국에서의 외로운 삶을 견뎌냈다. 2살 형인 이현중은 친동생에게 농구를 가르쳐주듯 여준석을 챙겼고 둘은 코트 위에서 멋진 호흡도 뽐냈다. 둘은 한국농구의 미래로 성장해 성인대표팀에서 반갑게 재회했다. 이번 대표팀에서의 만남을 통해 이현중과 여준석은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한국 농구의 수준을 높여보자’고 말이다. 코트에서 보란 듯이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주며 한국 농구를 바꿀 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내겠다는 것이 그들의 다짐이다. 그렇게 둘은 한국농구의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Q. 여준석과는 호주 유학 생활 시절부터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다. 또 한국에 있는 동안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교감하는 시간도 가지기도 했다. 여준석과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준석이와는 호주 유학 생활부터 청소년대표팀까지 꽤 오랜 기간 함께 했는데, 친동생처럼 의지할 수 있는 좋은 동생이다. 최근에 대표팀에서 만났을 때는 '우리가 이제 앞으로 대표팀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일본 농구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농구는 아직 정체되어 있다. 우리 둘이 한국 농구의 수준을 높여보자'라는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직 우리가 한국 농구를 이끌어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이)대성이 형처럼 한국 농구를 이끌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준석이 역시 ‘형, 안주하지 말고 같이 성장해나가자’며 생각을 공유했다.

Q. 그렇다면 본인과 여준석의 성향을 비교하자면?

준석이는 착한데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다. 청소년대표팀 같이 있을 때도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도 승부욕이 강한 편인데 다행히 서로 이성을 잃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웃음). 한명 씩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다독여주면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갔다. 농구에 미쳐 있는 건 똑같은데 코트 밖에서 성격은 완전 반대다. 우선 형들을 되게 어려워한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 대표팀 뽑혔을 때도 내 이름이 명단에 든 것을 보고 ‘형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하더라. 반대로 나는 형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다. 또, 준석이는 방을 깨끗이 치우는 성격이라면 나는 대충대충 치우는 편이다. 둘 다 승부욕은 강하지만 성향은 많이 다르다.

Q. 여준석의 향후 진로도 큰 관심사다. 단짝으로서 여준석이 어떤 결정을 내렸으면 하나?

준석이 본인도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있고 나도 해외 무대에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고 그저 몸 관리만 잘하라는 조언만 해주고 있다.

Q. 대표팀에 있는 기간 동안 데이비슨대 밥 맥킬롭 감독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하던데? 맥킬롭 감독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지?

원래 감독님께서는 오프시즌 때는 연락을 잘 안 하시는 편인데, 이번 여름방학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내가 대표팀 뛰는 경기를 한 경기도 빠짐없이 관심 있게 지켜보셨다. 매 경기가 끝난 뒤 문자메시지를 통해 ‘경기 잘 봤다’라는 정도로만 말씀을 해주셨다.


Q. 맥킬롭 감독이 이현중을 애지중지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난 아시아컵 명단 발표 때도 대표팀 차출을 극구 반대하기도 했다고.

나를 정말 손자처럼 아끼신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해서 더 많이 챙겨주시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감독님께서는 당근보다는 채찍을 통해 나를 더 강하게 키우려고 하신다. 경기 중에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나에게는 더 많이 혼을 내시는 편이다. 올 여름 데이비슨대 로스터에 무척 변화가 많았다. 신입생도 4명이나 들어오고 기존 3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 새 얼굴들로 채워졌다. 하루라도 빨리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유독 이번 아시아컵 대표팀 차출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내신 것 같다.

Q. 얼마 전 매체 인터뷰를 통해 3x3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원래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인가?

3대3과 5대5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5대5 농구를 하다가 3대3 농구를 경험했던 형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 기존 5대5 농구와는 룰이 다르기도 하고. 한번쯤은 3x3 종목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그런 말을 했다.

NBA 진출을 노리는 이현중에게 이번 3학년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팀 내 핵심으로 떠오른 이현중은 NBA 드래프트 예상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만족이란 없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켈란 그레이디, 카터 콜린스 등 기존 주축들이 모두 팀을 떠난 가운데 오는 시즌 이현중은 에이스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 팀 내 리더가 된 만큼 그가 짊어질 책임감도 더욱 무거워졌다. 자칫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에 찬 눈빛으로 말한다. “반드시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말이다.

Q. NCAA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해보자. 지난 2년 간 NCAA 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땠나?

1학년 때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라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간 것 같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고, 또 피지컬 면에서도 많이 밀리고 힘든 상황이었다.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밤을 샌 날도 많았다. 2학년 때는 그나마 점점 요령이 생겨 공부보다는 농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1학년 때는 공부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고 했는데?

모든 교수님들이 외국인이고 말투나 억양 등도 다 다르기 때문에 교수님들께서 말씀하시는 내용들을 한 번에 못 알아듣는다. 특히 1학년 때는 언어 문제로 정말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뭐라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아마 이건 직접 겪어봐야 한다(웃음). 또 리포트 과제도 운동과 병행하다보니 정신없이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Q.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다.

안 풀리는 것을 계속 잡고 있으면 더 안 풀린다. 공부가 풀리지 않을 때는 그래서 체육관에서 가서 슈팅을 쏘는 등 다른 활동을 통해 머리를 식히곤 했다. 수면도 중요하다. 내가 계획했던 취침 시간에 딱 맞춰서 잠을 잤다. 해야 할 공부량이 많더라도 절대 취침 시간을 넘어가면서까지 공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Q. 다시 농구 이야기로 돌아와서 첫 시즌과 달리 두 번째 시즌에는 패스 능력이 눈에 띄었다.

1학년 때는 팀에 가드가 많았다. 캐치-앤-슈터로 역할이 한정적이어서 어시스트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2학년 때는 메인 볼 핸들러 역할까지 맡다 보니 어시스트 수치가 소폭 상승했다.

Q. BQ, 패스 능력을 더 잘 살리는 것도 본인이 한 단계 스텝업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내가 NBA에서 케빈 듀란트처럼 모든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재다능한 것보다는 한 가지 장점만을 파고드는 선수가 팀 입장에서도 더 활용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나는 운동능력이나 피지컬적인 부분이 부족하지만 이를 BQ, 슈팅력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게 나의 미래를 봐서라도 더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케빈 듀란트에서 클레이 탐슨으로 롤모델을 바꾼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Q. 그렇다면 본인의 슈팅력은 어느 단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지?

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 슈팅이기 때문에 NCAA 내에서는 상위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Q. 앞서도 말했듯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클레이 탐슨이다. 탐슨 외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선수가 있다면?

던컨 로빈슨, 대니 그린과 같은 장신 슈터들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스팟업 슈터 롤만 수행하는 선수들보다는 픽-앤-롤 등 볼 핸들러로서 역할까지 겸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최근 들어서는 즈루 할러데이의 플레이 영상도 많이 보고 있다. 수비에서 활동량이나 에너지 등은 내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Q. 샘 베시니 기자 내년 NBA 드래프트 25순위 후보로 지목하기도 했다. 베시니 같은 공신력이 높은 기자에게 고평가를 받았다는 건 의미가 있을 텐데. 이 소식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굉장히 과분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좋은 평가를 받게 돼 영광이고 반대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그 기사에 내 이름이 언급됐다고 해서 모두가 드래프트에 뽑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예상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금 현재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일본인 출신 하치무라 루이와 와타나베 유타가 NBA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런데 하치무라 루이보다 와타나베 유타를 더 본받고 싶다고 말한 것이 눈길을 끈다. 어떤 이유에서였나?

하치무라는 일본인 어머니와 아프리카 베냉공화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동양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하치무라보다 순수 혈통을 지닌 와타나베 유타를 더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와타나베는 조지 워싱턴 대학을 졸업한 후 NBA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아쉽게도 낙방의 아픔을 겪었다. 대부분의 동양 선수들은 한번 실패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달랐다.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NBA 서머리그를 뛰면서 2018-2019시즌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토론토에 가서는 NBA 데뷔 이후 최다득점인 21점을 올리며 정식계약까지 따냈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다. 와타나베가 보여준 그런 도전 정신을 나도 배우고 싶다. 와타나베는 매 순간 자신감에 차 있다. 슛 기회가 나면 무조건 자신 있게 던지고 본다. 10개의 슛을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자신있게 돌파를 시도한다. 그런 배짱 넘치는 플레이들을 선보였기에 숱한 난관을 딛고 NBA 무대에 정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Q. 지난 시즌도 그랬지만, 팀의 주축 득점원이 모두 떠나는 다가오는 시즌은 이제 진짜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고3 호주 NBA 캠프에 갈 때부터 사람들은 나의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숱한 편견을 딛고 이 자리까지 왔다. 에이스 롤을 맡게 될 다가오는 시즌도 자신있다. 맥킬롭 감독님께서도 '너가 올 시즌엔 팀의 1옵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자칫 자만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팀의 에이스로서 반드시 잘해 낼 자신이 있다. 혹여나 시즌 도중에 1옵션 자리를 빼앗긴다 해도 다시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나는 팀 승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Q. 지난 2시즌에는 NCAA 토너먼트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출전해보고 싶다. 1학년 때는 코로나 여파로 출전하지 못했다면, 2학년 때는 아쉽게도 토너먼트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번에는 주축으로 나서는 학년이기 때문에 더더욱 NCAA 토너먼트 무대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데이비슨대는 매년 전문가들로부터 중, 하위권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가 과거에 그랬듯이 이번에는 내가 앞장서서 데이비슨대를 향한 저평가를 한번 뒤집어보고 싶다.

Q. NBA 드래프트 참가의 시기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3학년 시즌을 마치고 도전해보고 싶다. NBA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전례를 보면 4학년을 마치고 NBA에 도전하기에는 시기상으로 너무 늦다. 하지만 현재로선 다가올 NCAA 시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드래프트 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Q. 선수를 꿈꾸는 엘리트 학생 선수들 중에서도 이현중을 롤모델 삼아 NCAA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학생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험자로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일단 한국의 학생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가 꼭 NBA에 데뷔해 그런 인식을 바꿔주고 싶다.

Q. 은퇴한 조성민 선수가 후배 선수들에게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본인도 식습관이 굉장히 철저한 걸로 알고 있는데, 평소 식습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나 역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편식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좀 애기 식습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키가 크고 싶어서 어느 순간부터 탄산을 끊고 우유만 마셨다. 작년부터는 군것질은 아예 끊고, 간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건강식(샐러드, 연어, 닭가슴살, 아보카도) 위주로 식습관을 바꿨다. 최근 들어서는 NBA 선수들의 식단도 많이 참고하고 있다.

Q. 지금 이 시기에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수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수비에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나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1학년 때는 굉장히 겁을 많이 냈다. 상대하는 선수들이 나보다 몸집도 크고, 나 또한 수비수로서 자세가 준비가 안 되어 있기도 했고. 그렇게 밀리면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지금은 그래도 그때보다는 피지컬 면에서 준비가 된 것 같아 자신 있다. 체중은 지금 그대로 유지하되 수비 시 순발력, 센스 등을 더 향상시키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나는 팬들께서 저를 응원, 비난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다. 그저 한 편의 영화처럼 재밌게 제가 하는 농구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지금 당장 한국농구를 예전만큼 인기 있는 종목으로 부활시키겠다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에도 이런 선수가 있다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

BONUS ONE SHOT_이현중이 헤이즈를 자신의 우상으로 지목한 사연은?

이현중은 인생의 롤모델이 누구냐고 묻자 다소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의 롤 모델은 다름 아닌 가수 헤이즈.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그는 “사실 이상형이 헤이즈 같은 분이다. 팬들이 흔히 생각하는 외모적인 이상형이 아닌 인간으로서 이상형 말이다. 숱한 악재를 딛고 한 분야의 최고가 된 사람들의 스토리를 좋아한다. 헤이즈 씨의 인생을 찾아보니 굉장히 굴곡지더라. 남들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자신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꿋꿋이 버텨냈고, 그리고 그 난관을 견뎌내고 최고의 가수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마치 나를 보는 듯 했다. 그렇게 혼자 스스로 모든 악조건을 견뎌내고 성공을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정말 멋져 보였고,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평소 친한 가수 쇼리 형을 통해 의사를 여쭤봤다. 스케줄 상 아쉽게도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하자며 작은 선물을 건네주셨다. 다음에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헤이즈 씨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에 어떻게 멘탈을 관리하고 슬럼프를 극복해내는지에 대해 꼭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헤이즈와의 첫 만남을 기약했다.

#이현중 프로필

출생 : 2000년 10월 23일
신체 : 202cm, 98kg
학력 : 삼일중-삼일상고-데이비슨대

수상
2018년 FIBA U-18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득점왕
2015년 FIBA U-16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우승

경력
2018 FIBA U-18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청소년대표
2016 FIBA U-17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청소년대표
2020 FIBA 아시아컵 예선&도쿄올림픽 최종예선 국가대표
*데이비슨 대학 소속 최초 정규리그 180클럽(야투 성공률 50.3%, 3점슛 성공률 43.6%, 자유투 성공률 90.5%) 가입.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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