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카카오 상생안,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김성현 기자 2021. 9. 18.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전국 법인·개인 가맹택시 사업자들과 논의할 것"

(지디넷코리아=김성현 기자)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잇단 지적에 카카오는 사업 철수·파트너 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생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택시 사업의 경우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유료멤버십 가격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택시업계에선 이번 상생안을 두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얄팍한 술수’라는 입장이다. 기사들은 특히, 카카오가 현장 노동자와의 체계적인 소통창구를 만드는 등 상생안을 구체화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상생안, "스마트호출 폐지·유료멤버십 요금 인하"

지난 1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생안은 이렇다. 먼저, 추가 이용료를 지불해 배차확률을 높이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했다. 앞서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요금을 1천원에서 0~5천원 탄력요금제로 변경했지만, 소비자 공분이 일자 0~2천원으로 재조정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프로멤버십 요금은 기존 9만9천원에서 3만9천원으로 인하했다. 프로멤버십은 기사들을 위해 ▲원하는 목적지에 빠른 배차 ▲단골 승객 호출 시 우선 배차 ▲승객 밀집 지역 표시 등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다. 다만, 가입 요건에 평점 조항을 도입하는 등 ‘대기업 횡포’란 지적이 잇따랐다.

"비난 잠재우기 위한 여론몰이…택시업계 기망한 것"

택시 투쟁(사진=지디넷코리아)

택시 4개 단체가 응답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몰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업계 반감을 증폭시킨 문제 본질을 카카오가 명확히 짚어야 한다고 봤다. 프로멤버십의 경우 가입자-비가입자 사이 갈등과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화두지만, 폐지보단 단순 가격 인하로 택시업계를 기망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목소리다.

서울개인택시조합도 카카오가 제시한 상생안으론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정부, 국회가 독점방지 등 법령개정과 규제를 통해 택시 산업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수수료를 낮추고, 호출료를 기사가 수령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상생안=면피용…현장 기사 목소리 반영해야"

지디넷코리아는 16~17일 경기 성남에 있는 카카오 가맹 법인택시에서 일하는 택시 기사들을 만났다. '경력 13년 차' 택시기사 김(56)씨는 ‘카카오 택시’로 바뀐 후 수익이 반 토막이 났다. 김씨는 “바짝 일하면 월 300만원 넘게 번적도 있었다. 지금은 200만원도 힘들다”고 했다.

김씨는 “상생은 ‘다 같이 잘 살자’는 뜻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딱히 (상생안이)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박(62)씨는 “택시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며 “엄격한 수수료 체계에 변화를 주는 등 현장 기사들 목소리를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경식 한국택시협동조합 본부장은 “택시 산업은 승객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면서 “기사를 위해선 복지 제고와 소득 증대 기틀을 다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줄곧 카카오에 의견을 제시해도, 변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현재 운영 중인 제도를 고쳐가는 데 그쳐선 안된다”며 “카카오는 전체 법인·개인택시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해 기사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상생안은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카오, 소통 대상 누군지 살펴야...동일한 위치서 대화 나누면 답 나와"

카카오도 이를 자각하고 있다. 프로멤버십 관련 업계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역별 ‘가맹택시 상생 협의회’를 구성해 전국 법인·개인 가맹택시 사업자들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선 100여개 택시 운수사업자가 참여한 협의체가 발족했다. 아울러 택시사업자에 부당하다고 판단된 제휴계약 기간(3개월) 관련 조항을 삭제할 예정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업계 종사자들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혁신을 지속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철희 전국개인택시운송조합 전 이사장은 “택시 산업을 이끄는 주체, 또 산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통 대상이 누군지 카카오는 살펴야 한다”며 “동일한 의자, 같은 책상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면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상생안보단, 플랫폼과 택시업계 이해관계자들 간 소통의 장을 만들어 서로 ‘윈윈’하는 그림으로 가야한다”면서 “이를 망각하면, 유사한 논란은 또다시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sh0416@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