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천국' 대만

서울문화사 2021. 9.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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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영수증 복권부터 로또형 복권, 스크래치 복권까지. 대만에 존재하는 다양한 복권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대만의 복권 판매점. 노란색 간판이 걸려 있어 눈에 잘 띈다.

대만에서는 물 한 병을 사도 꼭 영수증을 챙겨준다. 영수증이라기보다 복권을 챙겨준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대만에서 영수증은 복권으로 쓰인다. 대만 정부가 탈세를 막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으로 '통이파피아오(統一發票)'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현금 영수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영수증에는 8자리 숫자가 적혀 있는데 모든 번호가 다 맞으면 1,000만 대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억원에 해당하는 당첨금을 받는다. 가장 적은 금액은 뒤 3자리 숫자가 맞았을 때로 200대만 달러(약 8,000원)를 받을 수 있다.

매 홀수 달 25일에 추첨을 실시하는데 1~2월에 발행된 영수증은 3월 25일에 당첨 번호를 발표한다. 두 달에 한 번 당첨 여부를 확인할 때마다 하나씩은 당첨될 정도로 적중률이 괜찮고 여행을 온 외국인도 당첨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만의 로또형 복권 '539'.
앱으로 영수증 복권의 당첨을 확인하는 모습.

나 역시 대만에 온 이후 영수증 복권의 재미에 빠져 매달 영수증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영수증 정리함 같은 아이디어 상품도 판매한다. 복권 당첨 확인은 앱을 활용한 QR 코드 스캔으로 이루어진다. 수십 번의 '꽝' 소리를 들으며 지루해할 때쯤 어쩌다 한 번 당첨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를 듣게 된다.

당첨금은 당첨된 복권과 신분증을 지참하고 간단한 개인 정보를 기입한 후 편의점이나 우체국을 방문해 제출하면 받을 수 있다. 영수증 복권의 재미는 누가 될지 모른다는 점에 있다.

지난 7월 25일에 당첨자가 발표됐는데 슈퍼마켓에서 카페라테 한 잔을 산 사람이 1등에 당첨됐다. 편의점에서 차 한 병, 물 한 병 샀다가 당첨된 사람도 있고 외국인이 1등에 당첨된 경우도 적잖이 있어 매번 화제가 된다.

긁는 재미가 있는 스크래치 복권.
두 달 동안 모은 영수증 복권.

한편 영수증 복권은 기부도 가능하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앞에 놓인 모금함에 영수증을 넣으면 추후 당첨금을 모아 독거노인, 보육원, 불우이웃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대만에는 우리나라의 로또와 같은 복권, 스포츠 복권, 동전으로 긁어 당첨 여부를 바로 확인하는 스크래치 복권도 있다. 대부분 노란색 간판을 단 '복권 판매점'에서 판매하는데 아무나 매장을 낼 수는 없다. 장애가 있거나 원주민처럼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사람에게만 복권 판매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회적 약자층의 사회 참여율이 높아졌다.

대만의 로또형 복권은 10종류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인기가 좋다. 1장에 50대만 달러(약 2,000원)로 가격이 한국 로또보다 2배 비싸다. 스크래치 복권은 '꽈꽈러(刮刮樂)'라고 부르는데 행운 번호와 내 번호 중 일치하는 숫자가 있으면 그에 해당하는 당첨금을 받는다. 스크래치 복권은 100대만 달러(약 4,000원)부터 2,000대만 달러(약 8만원)까지 가격이 다양하고 비쌀수록 적중률이 높다.

행운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부 사람들은 복권을 세뱃돈 봉투에 돈과 함께 넣기도 한다. 복권으로 한 해 행운을 점치는 것이다. 그들이 복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복권은 재미로 하고 말아야겠지만 출구 없는 매력을 지닌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

에디터 : 하은정 | 글&사진 : 유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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