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99] 왜 어택라인(Attack Line)이라고 말할까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 따르면 FIVB가 주관하는 올림픽 등 공식 대회에서 어택라인은 사이드라인으로부터 너비 5cm, 길이 15cm의 짧은 선 5개를 20cm 간격으로 그려 사이드라인 바깥 1.75m까지 연장한다. 이 연장선은 코치 제한선(Coach’s Restriction Line)이라고 한다. 코치가 코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선이다.
배구는 로테이션룰에 따라 포지션에 관계없이 어택라인을 기준으로 앞의 3명과 뒤의 3명이 순환식으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수비와 공격을 한다. 로테이션은 서브권이 없는 팀이 서브권을 빼앗으며 득점에 성공했을 때만 적용된다. (본 코너 486회 ‘배구에서 서브 로테이션(Serve Rotation)을 하는 이유’ 참조) 서브를 하는 순간 양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전위, 후위 위치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 전후 위치는 전위 선수의 다리가 반드시 후위 선수 이전 위치에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주의 할 점은 전위 선수의 발끝과 후위 선수의 발끝이 함께 있으면 반칙으로 선언한다. 6명이 올바른 위치에 있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서브를 하는 순간 자신의 위치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선수가 빨리 움직이면서 반칙을 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공격을 할 때는 전후위 선수가 각각 다르다. 어택라인 뒤에 있는 선수는 어택라인 앞으로 가 공격을 할 수가 없고, 어택라인 뒤에서만 공격을 할 수 있다. 어택라인 뒤에서 공격을 하는 것을 백어택(Back Attack)이라고 부른다. 코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어택라인 뒤 후위 공간에서 점프하여 공격하는 것이다. 백어택을 할 때 어택라인을 밟지 말아야 한다. 실수로 밟으면 파울이 선언돼 점수 1점을 내주고 서브권도 넘어간다. 백어택은 먼 거리에서 탄력을 받아 점프를 하여 공격하는만큼 강력한 위력을 지닌다. 세터가 어택라인 앞인 전위에서 볼을 올려주면 어택라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공격수가 탄력넘친 점프력으로 솟아 올라 강타를 터트린다. 상대 블로커들은 갑작스럽게 후위 공격수가 공격을 하기 때문에 공격 방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
백어택은 대부분 오른쪽에서 공격하는 경향이 많다. 오른손잡이가 많아 공간활용을 오른쪽에서 하기 때문이다. 오른쪽보다는 적지만 중앙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왼쪽에서 백어택을 하는 것은 주로 왼손잡이 선수들이다.
남자 선수들은 오픈 공격과 함께 백어택을 자주 구사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배구에서 미국을 우승으로 이끈 카치 키랄리는 후위에서 빼어난 탄력으로 솟아올라 몸이 갈대처럼 휘어지며 백어택을 시도해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키랄리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미국팀 감독을 맡아 미국을 우승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여자선수들은 키랄리 감독으로부터 성공률 높은 백어택 기술을 전수 받아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한국여자 선수가운데 백어택에 가장 능한 이는 김연경이다. 예전 한국여자선수들은 백어택을 잘 하는 이가 드물었지만 김연경의 등장으로 여자배구는 백어택 전성시대를 맞았다. 김연경은 1m92의 큰 키와 안정된 기본기를 바탕으로 후위에서 다양한 공격을 펼친다. 달려오는 탄력을 이용한 호쾌한 백어택을 하는 가하면 후위에서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공격을 하기도 한다. 특히 공격하기 애매한 것도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만든 한국여자배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백어택을 구사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연경은 후위로 빠지면 전위에서 박정아가 강연타를 퍼붓는 사이 사이 백어택을 터트려 상대의 허를 찔렀다. 도미니카,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3-2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8강 터키전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연경의 백어택이 한 몫 단단히 했다. 특히 터키전에서 김연경은 무려 28득점을 올리며 승리의 주역으로 맹위를 떨쳤다.
백어택은 공격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성공할 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배구의 참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남자 선수는 물론 여자 선수들이 폭발적인 백어택을 하는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시원스러움을 갖게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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