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위 피아노 평화를 연주하다

2021. 9. 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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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남북접경지역에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특별한 음악회가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국내외 베테랑 음악인들이 번갈아가며 접경지역을 찾아 혼신의 연주를 선보인다고 하네요.

◀ 김필국 앵커 ▶

대결의 땅, 비무장지대를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데요.

◀ 차미연 앵커 ▶

올해 음악회도 얼마 전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한국전쟁때 소실된후 군 장병들이 중건했다는 철원의 천년고찰에서 열린 특별한 음악회.

15인조 현악 앙상블의 역동적 연주가 그 시작을 알렸고,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 연주자가 잡은 아르헨티나식 아코디언, 반도네온의 구슬픈 선율.

젊은 음악가들의 은은한 현악 4중주가 사찰 경내를 가득 채웁니다.

대결의 땅, 비무장지대 DMZ를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국내외 음악인들이 3년째 강원도 남북 접경지역의 의미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진행해온 클래식 음악회, PLZ페스티벌.

20여회에 달할 올해 축제의 여정은 이렇게 한여름 철원에서 빼어난 영상제작을 해가며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임미정/PLZ페스티벌 예술감독(피아니스트)] "코로나때문에 청중들이 못 모이시잖아요. 근데 더 많은 분들이 화면을 통해서 보실 수 있으니까 아름다운 영상작품을 만들자, 음악만이 아닌 자연도 담고 역사적 스토리도 담자."

한달뒤 강원도 고성의 DMZ박물관에선 남성 음악인들이 뭉쳐 힘찬 하모니를 내뿜었고, 그림같은 풍경의 조각미술관 앞에선 자연과 하나된 피아노 독주회가, 민간인통제구역인 최북단 기차역에선 세계 3대 콩쿠르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올해 수상자, 외국인들이 수준높은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초가을 날씨가 완연했던 지난 주말.

음악인들은 이번에 강원도 양구로 향했습니다.

3년전 양구 파로호에 생긴 인공섬, 꽃섬 한복판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두대.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곳 양구 꽃섬에서의 공연은 피아노 연주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공연 제목도 피아노데이로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지금부터 함께 감상해보시죠."

국내 음악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된 6명의 베테랑 피아니스트들이 번갈아가며 신들린 건반 연주를 선보입니다.

[강우성/강원대 교수] "연주장이라는게 약간 숙연하고 뭔가 집중돼있고 저만을 위한 시간이 보장되어 있는 곳이라면 여기는 정말 자연과 함께 더불어 했기 때문에 그 자연의 모든 소리 안에 제 소리가 동화된 듯한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특히 이날 공연을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는 아리랑 변주곡 연주는 3명의 외국인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참여한 협연으로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김희진/상명대 교수(한국피아노학회장)] "남의 나라니까 사실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정확하게 하고 넘어가는걸 보고 너무 우리 정서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 같아서"

[아비람 라이헤르트/서울대 교수(이스라엘 출신)] "오늘 음악이 이 멋진 대한민국에게도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주기를 소망합니다. 제 음악이 제 조국 이스라엘에 평화와 통합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것처럼요."

높은 하늘과 흐드러지는 가을꽃, 선선해진 바람과 함께 한 피아노 선율.

[한경숙/양구 주민] "오늘같은 경우 특히 꽃하고 어우러져서 야외에서 그랜드 피아노랑 어울리는 이 음악이 실내 피아노연주와 달라요 색달라요, 내부에서 듣던 것들이 있죠? 그런 부분하고 전혀 다르고요, 되게 즐겁고 우울했던 부분들이 치유되는.."

코로나19로 소수의 관객 뿐이긴 했지만 이날 공연 역시 수많은 온라인 관객을 위한 영상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조인묵/강원도 양구군수] "우리가 문화로서라도 한 마음이 좀 되어보자 그래서 여기에서 나가는 음악들이 남북이 하나되는데 지름길이 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꽃섬에서의 피아노데이가 끝나고, 다음날 아침.

한국전쟁 당시 남북의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졌던 장소를 이번엔 재즈트리오가 찾았습니다.

[송미호/The Crescent 더블베이스] "이번에 연주해드릴 곡은 반전과 평화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존 레논의 <Imagine>이라는 곡입니다."

그 평화를 향한 멜로디는 산 너머 북한땅까지 닿을듯 묵직한 울림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해질녘, 가을꽃이 울창한 들판에선 프랑스 샹송에 이어 시네마천국 영화주제곡이 은은하게 울려퍼지며 가을의 정취를 물씬 뿜어냅니다.

이렇게 이번달 공연을 마친 음악인들은 다음달 10월에도 남북접경지역에서 11차례에 걸쳐 평화와 생명을 위한 연주회를 펼칠 예정입니다.

[임미정/PLZ페스티벌 예술감독] "음악인들의 네트워크는 꽤 유연하게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킹이 쉽기 때문에 누구나 이 스토리를 들으면 참여하고 싶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전 세계적인 문화운동으로 펼쳐나가면 어떨까 그런 꿈을 꿔봅니다."

비무장지대, DMZ 인근의 자연과 함께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생명력 넘치게 연주되고 있는 평화의 선율.

언젠간 휴전선 북녘 땅에서도 울려퍼질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음악인들은 남북접경지역의 축제장소를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0167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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