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 다시 서는 무대 '풍성' 두근두근 신명 나는 관객 '얼쑤'

박성준 2021. 9. 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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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판소리 재해석 '흥보展'
독창적 상상력으로 재미·감동 더해
문제작 '보도지침' 실제사건 재구성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 아동에 추천
한국민속촌선 전통놀이·체험 다채
흥보展
돌아온 추석에 공연 무대가 풍성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추석엔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다양한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표를 구할 수만 있다면 국립창극단의 ‘흥보展(전)’이 추석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다. 21일까지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 한국을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최정화 등 각 분야 거장이 의기투합해 판소리 ‘흥보가’를 동시대 상상력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극본·연출은 판소리에 조예가 깊은 김명곤이 맡는다. 그는 판소리 ‘흥보가’에 담긴 전통적 가치와 재미, 감동을 지켜내고 원작의 줄거리는 유지하되 행간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상상을 불어넣었다. ‘박’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민중의 염원을 중심으로 이야기 속 ‘제비 나라’ 장면을 새롭게 추가해 환상적이고 극적인 재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작창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소리의 거장 안숙선 명창이, 음악감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박승원이 맡았다. 박승원·최성은·김창환 세 명의 작곡가는 전통 국악기인 가야금·거문고·대금·피리·태평소·아쟁·소리북과 바이올린·첼로·콘트라베이스 등의 서양 악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음악으로 판소리의 멋과 맛을 오롯이 살려낸다는 계획이다.

안무는 한국적 창작무용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온 채향순이 맡았다. 무대 미술을 총괄한 최정화는 ‘흥보전’을 ‘전시(展示)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워 공연과 전시의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린다는 포부다. 흥보 역에는 다양한 캐릭터로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 김준수, 놀보 역에는 선 굵은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윤석안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해 총 59명이 출연한다.

가족 나들이 겸 공연 감상에는 한국민속촌을 가볼 만하다. 11월까지 축제 ‘풍요로운 낭만조선’을 개최한다. 민속마을에서 도깨비들과 함께 풍년을 기원하는 참여형 마당극 ‘풍년 대격돌’을 즐길 수 있다. 관람객은 현장에서 마당극 캐릭터들과 생동감 있는 소통을 즐길 수 있다. 또 추석기간에는 관람객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특별공연 ‘강강술래’와 ‘길놀이’가 진행된다. 특히 전통놀이인 강강술래를 민속촌에 맞춰 기악공연과 함께 새롭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 아름다운 가을을 감성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감성기악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

이 밖에 막걸리 만들기,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죽방울 놀이 체험 등 조선시대 이색 놀거리는 이번 축제의 묘미다. 가을 낭만이 가득한 체험들도 준비됐다. 가을밤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감성 등’ 만들기, 알록달록한 단풍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낙엽 명소 민속촌의 낙엽을 활용한 창작물 만들기 체험이 있다.
우리는 친구다
어린이와 함께라면 대학로 학전소극장의 어린이 무대 ‘우리는 친구다’가 강력 추천작이다. 2004년 학전 어린이 무대 출범작으로 누적관객 수 6만5000명을 넘긴 작품이다. 착하고 배려심 많은 민호와 활달한 말괄량이 슬기 남매가, 새로 이사온 동네 놀이터에서 장난꾸러기 뭉치를 만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그려냈다.

학원을 12개나 다니는 뭉치와 이층 침대를 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 하는 ‘현실남매’ 민호와 슬기의 모습을 보며 어린이 관객들에게 “이거 우리집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민호가 왜 혼자 자는 게 두려워졌는지, 슬기가 왜 온종일 텔레비전만 보는지, 뭉치가 왜 아빠를 무서워하는지, 그간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의 속마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아이들의 ‘리얼한’ 일상을 그려내어 아이들이 공연에 몰입하고 공감하며 ‘공연문화’의 재미를 깨닫는 동시에, 창의력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공연 환경을 만들고자 한 ‘학전 어린이 무대’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다.

흥미롭고 유쾌한 스토리 외에도 다채로운 요소들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민호, 슬기 남매의 이층 침대는 변신로봇처럼 어느새 놀이터의 미끄럼틀로 변신하고, 알록달록 색감과 아기자기한 조명으로 가득했던 방안은 동네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낙서가 가득한 놀이터로 변신한다. 여기에 콘트라베이스, 핸드 퍼커션, 통기타, 일렉기타, 하모니카 등의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3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더해지며, 관객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보도지침
문제작으로는 연극 ‘보도지침’이 대학로 TOM 2관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제5공화국 시절인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당시 이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통 법정 드라마로서 이번 시즌에서도 실력파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며 작품을 새롭게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본인들의 ‘말’을 하는 사회부 기자 ‘주혁’ 역에는 오종혁, 임병근, 김지철이, 주혁과 함께 폭로하는 편집장 ‘정배’ 역에는 김찬호, 박유덕, 장유상이 출연한다.
빌리 엘리어트
정통 뮤지컬로는 ‘빌리 엘리어트’가 최대 흥행작이다.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 영국 탄광촌에서 우연히 접한 발레에 마음을 빼앗긴 소년 빌리가 역경을 이겨내고 무용수로서 커나가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뮤지컬은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됐고, 이후 전 세계에서 약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초연, 2017년 재연에서 큰 감동을 줬는데 4년 만에 돌아온 세 번째 시즌이 최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시작됐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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