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성공신화 이용우 "금융당국, 전부 '혁신' 구호에 도취됐다"

김은정 기자 2021. 9.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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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집단적으로 ‘혁신’ 구호에 도취됐어요. 이렇게 속도전식으로 핀테크에 특혜를 줬다가는 나중에 반드시 탈이 납니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용우(57)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정부여당은 규제 완화 혜택 속에 골목상권에까지 문어발식으로 침투한 카카오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 규제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금융 플랫폼에 대해서도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금융 당국이 불필요한 규제로 혁신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되겠지만, 디테일은 보지 않고 무작정 규제만 풀어줘서도 곤란하다”고 했다.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의 대표 출신이 금융 당국의 ‘핀테크 밀어주기’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금융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기존 금융 회사들의 합의를 구하는 것부터 핀테크사의 역량에 대한 점검,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준비 등이 함께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2003년 카드 대란과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20년 사모펀드 부실 사태처럼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잘못된 금융 정책은 속으로 곪아 가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한꺼번에 터져버린다.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출간된 저서 ‘두 발로 선 경제’에서 공정과 혁신을 화두로 각종 경제 이슈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혁신은 공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현실에 발을 딛고, 시장에서 혁신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보면서 조금씩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의원은

1964년 강원도 춘천 출생. 돌아가신 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중·고교를 부산에서 다녔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까지 마친 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동원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을 거쳐 2016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탄생시켰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7호로 입당해 21대 국회의원 선거(고양시 정)에서 당선됐다.

아래는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핀테크 업체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요즘 금융 당국의 디지털 전환 정책들이 ‘핀테크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오는 10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위가 추진했던 핀테크 업체 주도의 원스톱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이와 같은 은행권 반발에 잠정 연기된 상태다.

=규제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다. 그것을 완화시키려고 할 때는 규제가 왜 있었고, 지금은 왜 완화시키려 하는지 분명한 목표와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프로세스를 밟지 않고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금융은 (혁신으로)빨리 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실수, 사고를 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기존 금융 회사들의 반발이 큰 듯하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ICT와 빅테크는 기존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파괴하며 등장하기 때문에 마찰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기존 금융 회사들의 합의를 구하고 조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구단이 10개가 있는데 한 팀이 더 들어오려면 기존 10개 팀의 의견을 묻고, 그들에게 우선적인 선수 지명권을 준다는 등의 보상을 주거나 신규 진입을 원하는 팀에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신생 팀이 인적·물적 설비가 충분한지 역량을 검증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핀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방식을 보면 이런 프로세스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검증을 소홀히 한 채 규제를 완화했다가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진 적이 많다.

=2003년 카드 대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20년 사모펀드 사태, 최근의 P2P(개인 간 대출) 범죄까지. 이런 사태가 왜 일어났나 생각해봐야 한다. 규제를 풀어줄 때에는 부작용과 리스크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채 3년여간 영업해왔는데 당국에서는 몰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머지포인트가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지 질의했을 때 곧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러나 머지포인트의 시간끌기 전략에 휘말려 8월까지 방치했다.

-당시 대형 오픈마켓이나 토스 같은 금융 플랫폼이 판매하다보니 믿고 구매했다는 피해자들도 많다.

=소비자들은 판매 플랫폼을 신뢰해서 머지포인트를 구입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판매한 플랫폼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피해 고객에게 환불해주고 추후 머지포인트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혜택만 보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기존 서비스 체계에 무임승차하려는 핀테크사들의 행태는 문제다. 핀테크협회는 개별 핀테크사가 금융결제원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저축은행처럼 협회가 망을 만들어 금결원과 연결하는 게 바람직한데, 핀테크협회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혁신도 늦어진다’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속내는 돈 안 내고 사업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다른 금융 회사들과의 마찰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법은 없나

-지난달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시중 은행들이 도미노식으로 대출을 조여 국민 불안이 크다.

=단적으로 농협은 은행 경영을 안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은행은 이사회에서 연간 대출 계획을 승인하고 매달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데 상반기가 다 지나 갑자기 정부가 정한 대출 상한을 넘었다며 중단해버렸다. 이것은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무너진 것이다. 대출이 얼마 이상 넘으면 줄이라고 하는 것이 은행의 경영인데 전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이것은 감사원 감사를 진행해야 할 사안이다.

-요즘 가계부채 감축이 금융 당국의 제1과제로 떠올랐다.

=가계부채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지상과제였는데 여태 뭐하다 이제 와서 총량 규제 등으로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이 보여주기식 혁신 사업에 관심이 쏠려 기초적인 부채 관리 업무를 안 한 것 아닌가. 분기별로 은행별 부채 현황 자료도 검토할텐데 상반기 내내 넋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무리하게 단속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쪼개져있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이다. 금감원은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도 금감원 인사권을 쥔 금융위가 꺼려하면 못 한다. 금융위 입장에선 위에다 잘 보여야 하는데 금감원이 발목만 잡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금융위가 갖고 있는 금융정책 권한은 기재부로 돌려보내고 금감원만 남겨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에서도 금융 정책 기관을 따로 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

◇카카오뱅크 탄생시킨 주역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 가계부채를 급증시켰다는 주장도 했는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까지 세 개나 인가해준 것이 정책적 모순이라는 의미다. 은행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출이 필요하다. 즉 신규로 은행을 인가해 그 은행을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가계부채의 증가를 용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은행을 세 개나 인가한다는 것은 가계부채 관리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은행 라이선스는 보수적이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을 구사하려 했기 때문인데, 인터넷은행의 목표인 중금리대출을 확장시키려면 은행 라이선스가 아닌 다른 금융섹터를 고려했어야 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 비결과 향후 염려되는 부분은.

=ICT 출신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은행 출신은 새로운 기술을 프로세스에 적용해 개선하는 데 관심이 쏠린다. 생각의 틀 자체가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 한국투자증권 출신들이 모였다보니 주요 결정 때마다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카카오뱅크의 인터넷 서비스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만 두 달 간 논쟁했다. 한투와 카카오라는 두 개의 점이 팽팽한 긴장관계를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카카오뱅크의 혁신이 나온 것이다. 이 내부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견제하기가 어렵게 된다. 카카오뱅크에 위기가 온다면 내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성장은 양측의 갈등이 팽팽할 때 계속될 것이다.

-내달 초, 토스뱅크도 출범한다.

=핀테크는 사실 은행이 아니라 지불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토스가 스스로를 ‘챌린지 뱅크’라고 주장하지만 진정한 은행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카카오뱅크 인·허가 과정에서의 경험이 정계에 입문해서도 도움이 되었겠다.

=정책 당국자가 시장의 메커니즘을 잘 몰라 의도된 정책 목표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일반적으로 혁신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연상하지만, 이런 기술결정론적 사고는 문제가 있다. 혁신은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프로세스 중 몇 가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술이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규제 당국은 혁신 정책을 펼 때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살피고 이 중 몇 단계를 줄였을 때 기존과 동일한 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봐야하는데 이런 점을 당국자들이 잘 모르더라. 법률로 규제체제를 잘 설계하는 것이 내가 정치를 시작한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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