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거리두기 추석.. "친척들 잔소리 안 듣는 건 좋아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이직하기 전 ‘갭 이어(Gap year·잠시 쉬는 기간)’를 가지고 있는 이은영(32·가명)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친척들을 만나러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이기도 하지만 매년 들어오던 친척들의 간섭과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게 내심 편해서기도 하다.
이씨는 “취업 전에는 언제 취업하냐, 빨리 일자리를 구해서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말을 계속 듣다가 취업하고 나니 서른살 즈음부터는 언제 결혼하냐, 빨리 해서 애 낳는 게 좋다, 만나는 사람은 있냐며 집안의 모든 어른들이 돌아가며 잔소리를 하시는 바람에 정말 곤혹스러웠다”며 “이직 전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친척들을 만나면 또 걱정을 빙자한 잔소리를 잔뜩 듣게될텐데 코로나19를 핑계로 안 만나러 가도 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두 번째 추석을 앞두고 가족 간의 잔소리나 갈등을 피할 수 있어 거리두기 명절이 오히려 반갑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성인 10명 중 8명이 코로나19로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지 않게 돼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7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성인 30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 정도가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77.3%가 ‘안 봐도 될 이유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특히 여성(81.9%)이 남성(72.4%)보다 9.5%포인트 더 많았다.
특히 젊은 이용자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추석 잔소리를 피해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집에 있기로 했다”, “가족들을 만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집에서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 게 낫다”는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왜 우리 가족은 다른 집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팍팍해진 청년들의 현실이 가족모임이 어려워진 상황을 오히려 반가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번 직장에 들어가면 평생 한 곳에서 일하며 때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던 과거 세대와 지금 젊은 세대 간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며 “경제 상황 등으로 인해 취업과 연애, 결혼이 모두 어려워진 지금 젊은 세대로선 윗세대가 이런 문제에 관심갖고 간섭하는 자체가 매우 불편한 일이다. 코로나19가 이렇게 불편한 가족 모임을 피할 수 있는 정당한 계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어른들로선 잔소리가 아니라 관심이고 애정이라 생각해 건네는 말들이 힘든 상황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세대간 인식차에서 기인한 갈등을 줄이려면 서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는 말은 피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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