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대신 아라신도시로 해주세요".. 아파트에 이어 신도시까지 '개명' 움직임

김송이 기자 2021.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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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시작된 아파트 명칭 변경 움직임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아예 도시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좋은 이름으로 바꿔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전경 / 인천도시공사 제공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검단신도시 아파트단지 16곳의 입주자와 입주예정자 모임인 검단신도시스마트시티총연합회는 인천도시(iH)공사에 ‘검단신도시 명칭 변경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시민 공모 당시 검단신도시의 실제 주인인 수분양자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인근에 경인아라뱃길이 있는 만큼 아라신도시로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시 개명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명칭 변경은 인천도시공사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검단신도시 입주가 완료되지 않았고, 공사 측으로 지금의 명칭이 좋다는 시민 의견들도 접수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와 함께 명칭 변경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총연합회는 인천도시공사에 명칭 변경을 재요구하는 것은 물론 집단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다.

’검단’이란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한 건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검단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될 당시, 이 사업은 ‘검단 새빛도시’로 불려왔다. ‘하늘이 내려준 새로운 빛의 도시’라는 의미지만, ‘빛’이 ‘빚’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주민들 사이에서 사업 명칭 변경 요구가 거셌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지역 이름을 바꾸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가 대표적이다. 인천 남구는 지난 2018년 지역 이름을 미추홀구로 변경했다. 지역 이름이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정해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일한 이름의 자치구들이 많고, 낙후하고 소외된 인천 구도심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지역 통폐합이 아니라 자치구 스스로 지명을 변경한 것은 미추홀구가 전국 최초다.

‘개명(改名)’ 움직임은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활발하다. 관할 지방자치단체 구·시의회 동의는 물론 중앙정부의 승인까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지역 이름 변경과 달리, 아파트 명칭 변경 절차는 간단하다. 아파트 소유자 80% 이상의 동의를 받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준공된 서울 마포 아현동 아현아이파크는 최근 단지명을 마포센트럴아이파크로 변경했다. 이 단지의 명칭 변경은 작년부터 진행됐다. 당시 해당 단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동네 이미지가 좋지 않은 아현보다는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마포로 명칭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강했다.

집값 상승세가 거센 경기에서도 아파트 명칭 변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에서는 전철역 이름을 아파트에 넣는 게 대세다. 준공 21년 된 경기 수원 꽃뫼노을마을 한국아파트는 화서역파크뷰로, 준공 23년 차 영남우방한솔아파트는 화서역 우방센트럴파크로 단지 이름을 바꿨다. 인덕원역과 2km 떨어진 경기 의왕 포일자이아파트는 지난 7월 인덕원센트럴자이로 개명했다.

수도권에서 활발하던 개명 움직임은 지방으로도 확산했다. 특히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LH아파트 개명 요구가 거셌는데, 최근 들어 명칭 변경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남 진주 LH 본사 건너편에 있는 혁신도시 LH 1단지가 8년간 사용한 이름을 버리고 진주혁신도시 센텀리버파크로 개명한 게 대표적이다.

충북 청주의 오송마을휴먼시아2단지도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단지명을 오송경남아너스빌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현재는 주민동의율 80%를 채우기 위해 동의서를 접수하고 있다. 해당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련 공지문에서 “LH직원들의 비리와 서민아파트라는 인식으로 저펑가 돼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아파트명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명칭 변경 이유를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검단신도시 인근 아라뱃길의 이름을 가져와 도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지역 특색을 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아파트 단지 명칭 변경의 경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공공주택 단지들이 공공 이미지를 버리는 것은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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