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변요한 "절박했던 '보이스', 액션부터 감정까지 온 몸 던졌죠"
맨몸 액션 대역 없이 직접 소화
범죄 경각심 일깨우는 계기 됐으면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누군가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하는 보이스피싱은 금융사기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범죄 중 하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재난지원금, 백신예약 등을 엮어 더욱 교묘히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보이스피싱을 국내 최초로 영화화한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가 관객과 만난다.
15일 개봉한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리얼 범죄액션이다. 변요한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아내와 동료들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서준 역을 맡았다.
"예전에 제가 해외촬영을 갔을 때 어머니가 보이스피싱 메시지를 받으신 적이 있어요. 최근에는 아버지도 국가재난지원금을 이용한 피싱 문자를 받으셨고요. 이게 먼 얘기가 아니라는 걸 체감했죠. 세상이 복잡해지니까 나쁜 짓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가족을 지키는 일이잖아요. '보이스'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범죄에 대해 알고 미리 피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메시지가 저희 영화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서준은 형사 출신 건설현장 작업반장으로, 보이스피싱으로 잃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 원을 되찾기 위해 본거지에 직접 뛰어든다. 그는 절박함, 범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쫓는 냉철함, 본거지에 직접 잠입하는 대담함까지 갖춘 인물로, 변요한은 벼랑 끝에 선 서준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실제 피해자들의 사례를 감히 조사하거나 만나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배우라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치 그 고통을 다 아는 것처럼 연기하는 건 자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대본 안에 나와 있는 사건에만 집중하기로 했죠. 제 연기로 피해자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다면, 그저 이 작품으로 그분들의 곁에서 나란히 걷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서준이란 캐릭터는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현실 어딘가에 이런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연기했어요. 실제로 히어로는 아니더라도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움직이는 분들이 많다고 믿어요."
변요한은 '보이스'의 핵심 콘셉트였던 사실감을 위해 크랭크인 전부터 무술감독과 하드 트레이닝을 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되찾아야 한다는 서준의 절실함을 세밀하게 쪼개 액션 사이사이에 담았다. 이에 와이어 액션 같은 고강도의 액션을 대부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편인데 이번엔 특히 많은 체력이 필요했어요. 액션스쿨 훈련 뿐만 아니라 휴차 때도 계속 개인 연습을 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졌어요. 액션의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멋있지 않기'요. 액션은 몸으로 하는 또 하나의 감정 연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준의 절박한 몸부림으로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야 피해자들의 마음을 좀 더 제대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대역을 안 쓰고 싶었어요. 다들 '대역을 쓰지, 왜 그렇게 무식하게 네가 직접 차를 들이받아?'라고 했지만 그래야만 이 영화를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느 때보다 제 몸을 다 던진 작품이에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통쾌함을 안긴다면 실제 범죄 사례를 기반으로 쌓은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파워풀한 리얼리티를 더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제작진은 치밀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기 위해 금융감독원, 지능범죄수사대, 화이트 해커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것은 물론 인출책, 환치기 등 범죄에 사용된 전문 용어들까지 완벽하게 녹여내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에 가깝게 다가섰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수법들을 보면서 굉장히 놀랐어요. '진짜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콜센터 장면에서는 연기인데도 소름이 끼치곤 했어요. 가해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밥 먹고 환호하는 모습이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무서웠고 더 경각심을 일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보이스'는 지난 3월 '자산어보' 이후 변요한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영화다. 어려운 시국이지만 영화계의 기대는 크다. 일찌감치 독립영화계 스타로 등극했고 2014년 tvN '미생'의 한석율 역 이후 영화 '들개', '소셜포비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하루', '자산어보' 등 그간 수많은 흥행작들을 만들어온 덕이다. 쉬지 않고 달려 지금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두 번째 프로젝트인 '한산: 용의 출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늘어가는 작품 수만큼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도 늘어가고 있지만 그는 "책임감만큼은 변함없다"며 데뷔 10년차를 맞은 소회를 밝혔다.
"여전히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가끔은 발전했다고 믿고 싶은데 또 제자리걸음 같기도 하고요. 점점 아는 게 많아지니까 다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해요. 그럼에도 독립영화, 연극 무대에 선 이후로 어떤 역할을 연기하든 진정성만큼은 변함없어요. 롤이 커지면서 부담일 때도 있지만 많이 계산하지 않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작은 역할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선배님들의 명언을 늘 새기고 있거든요. 어떤 포지션이든 작품에 도움만 된다면 잘 밀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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