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OO은 금물"..주말 골퍼 5타 줄였다..비결 알고봤더니

정현권 2021. 9.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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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골프] "보통 경기 시작하기 3시간 전에는 준비에 들어가죠.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요기를 한 다음 1~2시간 여유를 두고 골프장에 도착합니다."

프로선수 김한별(25)의 대회 당일 루틴이다. 프로선수들에게서 빡빡하게 시간을 맞춰 서두르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침 8시가 티오프 시간이면 최소 5시에 일어나 채비를 갖추고 늦어도 7시까지는 골프장에 간다. 도착 후 준비된 연습 그린에서 퍼트를 하면서 그날의 그린 상태와 감각을 익힌다.

"골프 시작 전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것은 반드시 성적에 영향을 줍니다. 몸과 마음이 경기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허겁지겁 서둘러 골프를 하는 것과 그러지 않을 경우 1타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방을 챙겨 과속으로 골프장에 도착 후 바로 클럽을 휘두르면 결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전날 밤 음주도 금물이다. 맥주 한두 잔이나 와인 한 잔 정도는 긴장을 해소하고 수면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취기가 오를 수준이면 분명 악영향을 미친다고 오 교수는 지적한다.

특히 다음 날 아침에도 알코올이 완전 분해되지 않은 관계로 뇌가 말끔하지 않아 멘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는 골프에 치명적이다. 여기서도 1타가 날아간다.

골프 고수들이 골프 전날 좀처럼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가피한 약속이 있어도 일찍 끝내고 술은 자제한다. 전 날부터 이미 골프 모드로 들어간다.

골프 도중 음주도 하는데 경기력을 저하시킨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반 홀을 돌고 20분 정도 대기시간에 보통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

"사람에 따라 한 잔 정도는 무난하지만 그 이상은 집중과 몰입을 방해되고 골프 리듬도 끊어 놓습니다. 스코어를 의식한다면 자제하는 게 현명하죠."

오 교수는 종종 전반에 좋은 스코어를 내다가 후반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나쁜 성적을 내는 것도 이런 연유라고 한다. 음주를 부추기는 경쟁자의 교란전술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운전을 생각하면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즘은 정부의 코로나 4단계 조치 때문에 어렵지만 골프장에 일찍 도착해 미지근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도 타수 줄이기에 보탬이 된다. "1시간 이상 운전하면서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데에 효과가 있습니다." 오 교수는 시간 여유를 두고 간단하게 따뜻한 샤워도 추천한다.

스트레칭도 타수를 줄이는 데에 비타민 같은 존재다. 골프 시작 전 스트레칭을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는데 몸통 회전 등 스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골프 전날 약간의 스트레칭으로 숙면을 유도하고 아침 기상 직후, 그리고 티오프 직전 스트레칭을 루틴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스트레칭만 잘해도 1타를 줄인다는 것도 괜한 말이 아니다.

종종 동반하는 고수에게 유연한 몸통 스윙으로 장타를 내는 비결을 물으니 오랜 기간 요가를 한 덕분이라고 답했다. 스트레칭의 심화 단계가 요가 아닌가.

음식도 골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과식하거나 아예 허기진 상태의 골프는 정상 플레이를 펼치는 데에 걸림돌이다.

올 시즌(9월 초 기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랭킹 2위인 박현경(21)은 골프 직전에 주로 간단한 샌드위치나 설렁탕 등을 식사 메뉴로 한다.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한다.

장과 멘털에 영향을 줄 것 같아 담백하고 평소 즐겨먹는 음식 위주로 선택한다. 경기 도중에는 물이나 초콜릿 등을 섭취한다.

유명 프로골프 선수 가운데 경기 도중 껌을 씹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에 따라 정신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타이거 우즈(46)도 경기 도중 껌을 씹는 장면을 많이 노출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경기 도중 간식으로 준비해온 빵을 먹기도 한다. 아침 일찍 식사 대용이거나 간식용이다.

이를 겨냥해 자유CC는 아예 '안전빵'을 간식거리로 내놓았다. 골프 도중 공을 OB와 페널티구역(해저드)에 보내지 않도록 기원하며 만든 빵이다.

국산 단팥, 슈크림, 호두 등을 넣어 골프공 모양으로 구워 12개 한 세트로 카트에 두고 먹을 수 있다. 아워홈도 골프장 식음료 서비스로 '벙커전'을 내놨다. 공이 벙커 앞에 떨어질 때 가장 기분 좋다는 데에 착안한 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전은 벙커전'이란 의미다.

골프 고수들은 경기 도중에는 잘 먹지 않고 그늘집도 지나친다. 심지어 말도 자제한다. 골프 리듬을 깨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서다.

필자도 잘 모르는 고수들과 팀을 이룬 경험이 있다. 18홀 내내 음식 섭취는 물론이고 공식적인 멘트 외엔 한마디 말도 없었다.

"골프를 하는데 먹거나 말이 왜 필요하나요. 집중해서 공만 잘 치면 되지. 끝난 후에 맛있게 먹고 하고 싶은 이야기기 다 하면 되잖아요."

경기가 끝나자 그제서야 한 동반자가 입을 뗐다. 불필요한 음식 섭취와 대화는 최소 1타의 과보로 돌아온다고 그는 설파했다. 골프가 묵언수행이란 생각이 스쳐갔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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