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끊겼던 국내산 고량주… 고급화로 부활 꿈꾼다 [S 스토리]

김희원 2021. 9.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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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긴다. 대륙의 술 동해백주.'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1980년대 '동해양조'가 개발한 동해백주의 광고 문구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동해양조는 1978년 사업을 확장해 동해백주 공장을 세우고 고량주와 소주의 장점을 결합한 신제품 동해백주 30%와 25%를 출시했다.

곧 제천에 '풍원양조'라는 고량주 공장이 진로의 자회사로 설립돼 다양한 종류의 고량주를 생산했으나 경영난으로 1989년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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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량주 생산의 역사
박정희정부 때 화교 운영 공장들 문 닫아
70·80년대 인기 ‘동해백주’ 경영난 폐업
국산 무농약 수수로 만든 제품 최근 출시
“중국 시장 공략… 연내 1만弗 수출 목표”
1980년대 인기가 높았던 동해백주
‘사나이 가슴에 불을 댕긴다. 대륙의 술 동해백주.’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1980년대 ‘동해양조’가 개발한 동해백주의 광고 문구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고량주 생산국가였다.

한국에는 화교가 운영하는 고량주 공장이 여럿 있었는데, 1960년대 박정희정부의 화교 통제와 함께 대부분 문을 닫았다. 반면 그 시기 한국인 대표가 충북 제천에 설립한 동해양조는 승승장구했다. 동해양조는 1978년 사업을 확장해 동해백주 공장을 세우고 고량주와 소주의 장점을 결합한 신제품 동해백주 30%와 25%를 출시했다. 제천 토박이들은 “동해백주를 출고하는 날 제천읍 일대가 운송트럭으로 가득 찰 정도로 동해백주의 인기가 좋았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대표의 호텔사업 투자 실패와 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연루 등 영향으로 동해양조는 1985년 폐업했다. 곧 제천에 ‘풍원양조’라는 고량주 공장이 진로의 자회사로 설립돼 다양한 종류의 고량주를 생산했으나 경영난으로 1989년 폐업했다.

대구에서는 1958년 설립된 만생주점이 이후 수성고량주가 되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유일의 고량주 브랜드’라고 소개하는 수성고량주는 경북대 발효 연구소와 산학 협력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현재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을 통해 전국에 유통된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중국 선양으로 공장을 옮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생산하고 있다. 일부 한국 기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원료 출처와 제조국은 한국이 아닌 것이다.

국산 수수를 사용해 만든 고량주는 수십년간 국내에선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최근 한국형 고량주가 부활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강원 영월, 충북 제천 등 지역에 대단위 수수 재배단지가 조성돼 원료 수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수의 안정적인 재배 및 판매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정부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이 고량주 개발을 주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 고급 고량주’ 개발 및 수출을 목표로 설립된 민간회사도 있다. 양웅석 한국고량주 대표는 좋은 고량주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2012년 고량주 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 회사를 세웠고 수년의 연구 끝에 최근 단독 제품을 출시했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수수를 사용해 만든 만큼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고급 중식당, 호텔 등과 납품 계약을 확대하는 등 본격적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중국 유통업체와 수출 계약도 맺었다. 현재 통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최소 1만달러 규모로 첫 수출을 하는 것이 목표다. 양 대표는 “무농약원료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한국 고량주는 맛과 향은 물론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며 “중국 고급 주류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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