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업 기상도]① 저축은행 억대 연봉 시대 열렸다

유진우 기자 2021. 9.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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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방영한 러시앤캐시 광고. /유튜브

추석이 지나면 주요 대기업들은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간다. 금융권은 매년 수백대 일이 넘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한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력직 선호 추세로 청년층 구직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요즘은 더 그렇다. 이 와중에 변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보수적이었던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인력을 채용했던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금융 강화를 이유로 들며 대규모 공채보다 수시 채용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수시 채용 대상도 IT 분야 개발자를 포함한 ‘디지털 인재’ 선발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권 일자리 지형도를 이전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취업문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선비즈는 1금융권과 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 전체를 두루 취재해 달라진 금융권 취업 현황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엄마, 나 러시앤캐시 합격했어.”
“아유, 잘됐… 근데 거긴 좀 그렇지 않니? 너 은행이나 카드회사 간다며?”
“나도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은걸. 하는 일은 비슷해. 난 우리 회사가 딱이야”

8년 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선보인 ‘신입사원 편’ 텔레비전 광고 속 장면이다. 여주인공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에 취직한 신입사원이다. 그는 러시앤캐시가 은행이나 카드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을 한다고 주장한다.

광고 속에 나오는 러시앤캐시는 2024년이면 자취를 감춘다. 모회사인 OK금융그룹은 해당 광고가 나간 바로 다음 해인 2014년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2024년까지 대부업을 접기로 금융당국과 약속했다. OK저축은행은 이미 러시앤캐시 이용자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러시앤캐시가 OK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단 지난 8년 사이,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던 제2·제3 금융권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상당 부분 희석됐다. 지난해 하반기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을 포함한 OK금융그룹 공개채용(공채) 경쟁률은 30대 1을 넘었다. 최근 5년 동안 OK금융그룹 채용의 지원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공채 페이지는 누적 방문 약 1만3000건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을 포함해 SBI·웰컴·페퍼저축은행 같은 상위권 저축은행들은 초임 연봉을 시중은행들과 견줄만한 수준까지 올리고, 매년 정규직 공채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취업 기회를 제공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BI·OK·웰컴·페퍼저축은행 등 4개 대형 저축은행은 지난해 연봉총액 469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386억4805만원) 보다 83억995만원(21.5%)이 늘어난 수치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1인당 평균연봉 8200만원에 성과급 평균 2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연봉과 성과급을 합치면 지난 한해 동안 인당 1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받은 셈이다.

같은 시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들 은행은 직원 1명당 평균 급여로 98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월급 두달치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별도로 챙겼다. 이를 포함하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연평균 총 급여는 대략 1억1000만원 정도다. 1억200만원인 SBI저축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픽=김란희

페퍼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평균연봉이 8000만원과 5600만원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적었지만, 지난해보다 평균연봉이 6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하나은행은 연봉이 500만원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두 저축은행이 뿌린 총 성과보수총액도 지난해보다 각각 12억원, 1억원 더 늘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성과보수로 총 43억100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임직원 수대로 나누면 인당 약 1100만원을 챙긴 셈이다.

이들 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연봉을 올려가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2017년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넘긴 이후 4년간 매년 1000억원씩 당기순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같은 금융취약계층뿐 아니라 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는 수요까지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일제히 자산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주요 저축은행 네 곳 자산을 합치면 지난해 말 기준 28조8710억원으로, 1년 사이 29.1% 증가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느 때보다 금융권 취업문 뚫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저축은행만큼은 계속 공격적인 채용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4대 시중은행 임직원은 5만8648명으로 전년대비 3.5% 줄었다. 반면 올 1분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 등) 총 직원 수(임원 제외)는 3089명으로 1년 전(2930명)보다 5.4% 증가했다. 저축은행 채용 인원은 2017년 598명, 2018년 563명, 2019년 583명, 2020년 517명 등 매년 500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상위 저축은행들이 연봉 인상에 앞장서서 채용 증가를 주도하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에 신규 인력 채용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 어플리케이션(앱)이나 각종 대출 플랫폼을 통해 저축은행으로 새롭게 유입한 이용자가 늘어나자 저축은행에 대한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인식도 지워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2021년 금융권 온라인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통해 금융기관 및 기업에 취업에 성공한 젊은 금융인들에게 전달한 태블릿 PC에 메시지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공채를 이어갈 방침이다. SBI저축은행은 10월 말 하반기 공채 일정을 시작해 30명 정도를 선발한다. OK금융그룹 역시 다음 달 신입사원 채용 정보를 공개한다. OK금융그룹은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소재 6개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채용 박람회를 진행했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1980~2004년생) 세대에게 메타버스 플랫폼이 주요 소통창구로 주목받는 점을 감안해, 메타버스 박람회라는 신선한 형태로 우수한 인재들과 소통하려 했다”며 “이들이 입사 이후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들끼리 조직문화와 업무환경 개선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주니어보드 협의체 제도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DB저축은행은 이미 영업(수신·여신)과 경영지원 부문 공채를 시작했다. 영업분야는 전공제한 없이 지원 가능하고, 상경·법학·IT관련 전공자와 함께 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 경영지원 또한 전공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지만, 상경·법학·수학·통계·IT관련 전공자와 회계사·세무사·금융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한다. DB저축은행은 10월 7일까지 신입사원 지원서류를 온라인으로 받은 후 필기(인성·적성검사)시험과 면접(1차 프레젠테이션, 2차 심층)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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