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강원도지사 출마? "좌고우면 안한다"는 홍남기..'알뜰살뜰' 고향 사랑

세종=박성우 기자 2021.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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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원 사랑은 관가(官家)에서 유명하다. 홍 부총리는 명절 선물로 고향인 강원도 춘천 특산 음식인 ‘춘천 닭갈비’를 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모교인 춘천고등학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학교 100주년 기념사업이나 체육행사, 동문회 등에도 참석하면서 모교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개교 95주년 기념으로 열린 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최장수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기록을 깨고 43년 만에 1000일 경제부총리에 오른 올해는 세종시 집무실에서 특별한 모임을 갖기도 했다. 18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춘천고 동문회장 등 동문회 임원진들이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4동에 위치한 기획재정부를 찾았다. 목적지는 기재부 5층 508호. 이 사무실의 주인공은 춘천고 51회 졸업생인 홍 부총리였다. 당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국회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홍 부총리였지만, 모교의 동문이 찾는다는 소식에 시간을 비워 일행을 환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강원도 최초 인문계 고등학교인 춘천고는 1924년 4월 25일에 개교했다. 1950년 교육법 개정에 따라 춘천고등학교와 춘천중학교로 분리 개편됐다. 오는 2024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이에 동문회에서 100주년 기념사업 소식지 발행 등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재부를 찾은 동문회 임원진들은 홍 부총리의 사무실과 역대 부총리의 사진이 걸려있는 접견실 등을 구경하며, 홍 부총리와 오찬까지 함께 했다. 이날 홍 부총리와 동문회장은 춘천고의 1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부총리는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기재부 모범직원을 표창할 때 선물하는 ‘마패와 유척(鍮尺)’을 임원진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마패는 조선 시대 암행어사가 부패 관리를 엄벌하기 가지고 다니던 신분을 나타내는 일종의 증표다. 유척은 놋쇠로 만든 자로. 군포 등 세금을 걷을 때는 큰 됫박으로 속임수를 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활용됐다. 마패와 유척 모두 ‘공정함’을 뜻하는 의미다.

홍 부총리는 강원도 출신 재경 고위공직자 모임인 ‘강우회’ 멤버이기도 하다. DB손해보험 감사위원과 한화생명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승우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비롯해,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전 재정경제부 차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장관(중앙강원도민회장.강릉),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춘천) 등이 주요 멤버다.

특히 홍 부총리와 한살 차이인 육 전 국무차장은 홍 부총리와 함께,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직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춘천고 46회 졸업생으로 홍 부총리의 선배다. 최 지사는 지난해 7월 기재부를 찾아, 홍 부총리를 만나 깜짝 생일축하 케이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6월 14일 기재부 청사를 찾은 춘천고 동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춘천고동문회카페 캡처

홍 부총리는 지난해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자랑스러운 강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강원도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제 자리에서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증표로 귀하게 받겠다. 강원도와 대한민국 경제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홍 부총리의 강원도 방문도 비교적 잦은 편이다. 올해 1월에 있었던 첫 현장 방문지로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한국동서발전을 찾아, 액화수소 에너지 관련 지역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정부가 집중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 프로젝트 중 지난해 7월 삼척과 동해, 강릉, 평창이 ‘강원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돼 현장 점검과 사기 진작 차원에서다.

홍 부총리는 작년 6월 한국판 뉴딜이 처음 시동을 걸 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춘천에 위치한 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을 찾아갔다. 8월에는 춘천 의암호 전복 사고 때 현장 점검을 다녀왔다. 작년 11월 횡성에서 개최된 ‘강원형 일자리’ 지정 선포식 때도 현장을 찾았다. 이때부터 지역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홍 부총리의 고향 사랑 흔적은 기재부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국장급 인사에서 홍 부총리는 당시 사회예산심의관이었던 김완섭 국장(행시 36회)을 예산실 2인자인 예산총괄심의관으로 발탁했다. 홍 부총리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 국장은 서울 영동고를 졸업했지만,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분류된다. 정부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이 직위에 강원도 출신이 오른 것은 15년 만이다. 더구나 예산정책과장, 예산총괄과장 등 예산실 핵심 직위를 거치지 않은 관료를 차기 예산실장이 유력한 예산총괄심의관에 보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4월 홍남기 당시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강원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묻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의원님, 의원님…”이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이미 세종 관가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2월 홍 부총리가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에 취임 1000일이 지난 최장수 장관인 홍 부총리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마설에 대해 “현재 부총리를 수행 중이고, 경제가 엄중한 상황인데 다른 곳에 마음을 두는 게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공직 36년째인데, 한 가지 확실한 건 공직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 국민을 위해 쉼없이 달려가는 것 외엔 좌고우면이 없다”며 “언제까지 제가 부총리 할 줄 모르지만, 직분 수행에 변동 없이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부총리로 근무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일 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7일 선박 전복 사고가 일어난 강원도 춘천 의암댐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춘천고 출신 인맥들이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다. 홍 부총리를 필두로 국회의원 4선인 윤호중 의원이 춘천고 53회 졸업생이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발탁된 안경덕 장관도 춘천고(54회)를 졸업했다. 법조계에서는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춘천고 54회 졸업생이다.

기업인으로는 김용우 더존비즈온 대표이사 회장도 춘천고 졸업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디지털 뉴딜 첫 번째 현장 방문으로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한 더존ICR그룹 강촌캠퍼스를 방문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날 홍 부총리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5일로 취임 1000일을 맞은 홍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최장수이고, 과거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시절을 포함하면 역대 4번째 ‘장기 재임’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재임 1000일이 넘는 경제정책 수장은 1978년 12월 4년 3개월만에 퇴임한 김용환 25대 재무부 장관 이후 43년 만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언론 평가도 다양한데 어떻게 견뎠나 하는 것도 있었다”며 “워낙 쉼 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뒤돌아보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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