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네카오' 때리기, 이번엔 다르다

박현익 기자 입력 2021.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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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뉴스·댓글·실검이 이슈였지만
이번엔 각종 민생 사업이 도마에 올라
카카오식 성장 전략에 '빨간불'
[서울경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035720)를 압박하는 것은 매번 반복되는 풍경이다. 두 회사는 포털을 통해 뉴스, 블로그, 댓글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편향된 뉴스 배치, 댓글 및 실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조작 등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며 논란이 됐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는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등 민생 관련 사업이 도마에 올라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뉴스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네이버가 주타깃이 됐다면 이번에는 택시, 퀵, 꽃배달, 헤어샵 등 각종 생활형 사업을 확장해 온 카카오가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최근 당정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현상과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를 화두로 내걸고 전방위적인 공격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엔 카카오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여는가 하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택시 등 사업을 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해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으며 규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 투자회사 카카오벤처스가 장례 플랫폼 ‘고이’에 투자한 것을 두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상조 서비스에도 등장할 것이라고 비꼬는 글들이 돌고 있다. 뱅크, 페이, 보험, 택시, 게임 등 카카오가 생활 속 곳곳에 스며들어 소비자들이 종속된 상황을 풍자한 만화도 화제가 되고 있다. 게시물에는 ‘독과점이 이래서 무섭다’ ‘진작 규제했어야 했다’ ‘수수료 보면 답이 없다’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카카오가 단기간 인수(M&A)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 그룹 내 국내 계열사는 2015년만 해도 45개였으나 올 상반기 기준 117개로 급증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M&A로 단기 급성장하는 기업들에게 나타나는 흔한 현상으로 계열사에 카카오의 초기 철학, 창업자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며 혼란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위 교수는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사회적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봐야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며 “원래 인수한 조직에 자사 문화를 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이 주를 이루는 네이버와 다르게 계열사 자율성을 앞세운 카카오의 경영방식도 양날의 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각 계열사들이 스스로 투자전략이나 사업방식을 주도하며 빠른 성장을 이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룹 전체의 일관성이나 체계에 균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업공개(IPO) 성과를 내려고 같은 계열사 간 경쟁을 한다거나 계열사 독자적으로 무리한 수익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 종종 연출된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그동안 내수 중심의 서비스가 많은 탓에 영세 사업자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비판도 있다. 카카오는 현재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부문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해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사업이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정하듯 카카오는 최근 내놓은 상생안에서 앞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북미, 동남아, 일본 등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도 스스로 말했듯 카카오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릴 때가 됐다"며 “그룹 운영방식과 사업 전략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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