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벌초·성묘·농작업 때 벌· 뱀·진드기 조심하세요

이정아 기자 2021.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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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초와 성묘, 농작업 등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아산병원은 17일 야산이나 논, 밭 등에서 벌과 뱀,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에 쏘이거나 뱀이 물릴 수 있고,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이나 살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염병은 신부전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합뉴스 제공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초와 성묘, 농작업 등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아산병원은 17일 야산이나 논, 밭 등에서 벌과 뱀,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에 쏘이거나 뱀이 물릴 수 있고,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이나 살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염병은 신부전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단순하고 온몸 밀착하는 옷 입고 향수, 장신구 금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국내 공식적인 보고는 없지만 벌에 쏘일 경우 뱀에 물릴 때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 높다. 뱀에 물리면 심각한 증상이 수 시간부터 수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벌에 쏘이면 갑자기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에 쏘였을 때 과민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나면 15분 이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식품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이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위험이 3~5배 높다”며 “꿀벌보다 말벌에 쏘였을 때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위급한 상황을 방지하려면 벌에 쏘이자마자 초기에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정 교수는 “벌침을 신속히 빼내야 하는데,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기보다는 신용카드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제거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침을 뺀 뒤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다만 약물이나 꽃가루, 음식물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과 관계없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과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초기에는 구토와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 조임 등이 생긴다. 정 교수는 “만약 알레르기가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산이나 논밭에서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긴 바지와 긴 소매를 입고 향수나 스킨로션은 뿌리지 않는다. 색상이나 무늬가 화려한 옷, 바람에 팔랑거리는 가벼운 옷은 피한다. 특히 금목걸이나 금팔찌 등 금색 계열의 장신구가 햇빛을 반사하면 벌이 모여들기 쉬우므로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뱀에 물렸을 때 상처를 입으로 빨아 뱉는 행동은 금지

야산이나 풀이 많은 지역에서는 뱀에게 물릴 수 있다. 뱀에 물리면 그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하고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내린 다음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정 교수는 “만약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 떨어진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으라”며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혹 민간요법에 따라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나서 입으로 흡입해 뱉어내려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물린 부위를 잘못 절개해 동맥이 손상되면 다량 피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 안에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 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오히려 구조하려는 사람을 중독시킬 수 있다. 

정 교수는 “뱀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긴 막대기로 풀숲을 헤집으면서 뱀이 혹시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며 “방심한 틈에 뱀에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초를 할 때는 헬멧이나 장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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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쥐나 새와 접촉했다간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 걸릴 수 있어

쯔쯔가무시를 일으키는 털진드기에 물린 상처. 초기에는 진드기에게 물린 부위에 1cm 정도의 딱지나 부스럼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 수포로 변했다가 검게 착색된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산이나 논밭, 하천에 살고 있는 털진드기에게 물리면 쯔쯔가무시병에 걸릴 수 있다. 최근 쯔쯔까무시병 환자는 2014년 8130명, 2015년 9513명, 2016년 1만1105명, 2017년 1만528명, 2018년 6668명으로 매년 1만 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쯔쯔가무시병으로 숨진 사람도 2014년 13명, 2015년 11명, 2016년 13명, 2017년 18명, 2018년 5명으로 매년 10명 안팎이다. 

알에서 부화한 털진드기 유충은 번데기가 되기 전에 척추동물의 조직액을 빨아 영양분을 저장한다. 그래서 사람의 팔다리와 머리, 목 등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위나 습기가 많은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등을 문다. 유충이 사람을 물어 체액을 흡인하는 과정에서 유충에 기생하고 있던 리켓치아가 몸속으로 들어가 쯔쯔가무시병을 일으킬 수 있다. 대개 집쥐나 들쥐 등 야생 설치류나 들새와 접촉했을 때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기 쉽다. 

진드기에게 물린 뒤 1~2주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면서 몸에 발진이 생긴다. 초기에는 진드기에게 물린 부위에 1cm 정도의 딱지나 부스럼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 수포로 변했다가 검게 착색된다. 진드기에게 물린 지 3~5일 만에 온몸과 팔다리에 발진이 퍼진다. 첫 주에는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며, 두 번째 주에는 폐렴으로 번질 수 있다. 드물게는 쇼크가 발생하거나 중추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수막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쯔쯔가무시병은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낫는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심각할 때에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성묘나 벌초뿐 아니라 도토리나 밤 줍기,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등을 하다가도 쯔쯔가무시병에 걸릴 수 있다”며 “야산에서 활동할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긴 바지,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될 수 있으면 바닥에 앉지 않아야 한다. 

살인진드기에 물렸을 때는 그대로 병원으로 가야

척추동물 숙주를 찾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 이 진드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일으켜 흔히 '살인진드기'라 불린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2011년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SFTS는 국내에서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6년 165명, 2017년 272명, 2018년 259명이 SFTS에 감염되 이들 중 2016년 19명, 2017년 54명, 2018년 46명이 숨졌다.

SFTS를 일으키는 주범은 흔히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다.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SFTS에 걸리면 40도가 넘는 고열과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이 나타난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한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으며, 신장 기능과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SFTS를 초기에 효과적으로 치료할 만한 항바이러스제나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SFTS는 진드기가 주로 활동하는 봄~가을에 유행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야산에 갈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과 긴 바지를 입어 피부를 최대한 가려야 한다. 풀밭에 함부로 앉거나 용변을 보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집에 오면 그날 입었던 옷은 털어서 바로 세탁하고, 목욕을 할 때는 몸에 혹시 붙어있을지 모르는 진드기를 꼼꼼히 씻어낸다. 특히 머리에 진드기가 있을 수 있으니 구석구석 감는다. 

정 교수는 “진드기에 물렸을 때는 진드기를 무리하게 제거하면 안 된다”며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서 즉시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또한 감염자의 혈액 접촉도 피해야 한다. 

정 교수는 이외에도 “들쥐 같은 설치류가 옮기는 렙토스피라증, 신증후성 출혈열 등을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을철 유행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으며, 손발을 자주 씻고, 가능한 한 야생 설치류를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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