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가장 흔한 사망 원인..협심증과 심근경색

이범구 2021. 9.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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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76세 여성 이씨는 새벽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중 갑자기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다. 요 며칠 걸레질을 할 때 가슴이 아파오곤 했는데, 잠시 쉬다보면 통증이 금방 가라앉아 크게 개의치 않고 지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가만히 있는데도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고,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심해졌다.

#54세 남성 김씨는 부인과 산책을 나가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평소 애연가였던 김 씨는 바로 전날 과음을 한 상태이기도 했다. 부인과 주변 사람들이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119를 통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신속하게 시술이 이뤄진 덕분에 목숨은 무사히 구할 수 있었지만, 후유증이 심해 재활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심혈관질환

세계심장연맹(World Heart Federation)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을 위해 매년 9월 29일을 ‘세계 심장의 날(World Heart Day)’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8,600만 건의 사망을 일으키는 사망원인 1위 질환으로, 이 중 85%가 관상동맥질환이라고 보고돼 있습니다. 물론 뇌경색, 뇌출혈, 심부전 등 다른 중요한 질환들도 포함됩니다.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동맥경화성 질환입니다. 혈관 안에 기름때가 차는 동맥경화로 인해 피가 충분히 통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전신 질환입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유발하게 되고, 뇌혈관에 생기면 뇌경색 또는 뇌출혈을 일으킵니다.

위치에 따라 증상은 다르지만 같은 병태생리를 가지고, 같은 위험인자로부터 생기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법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면? 심혈관질환 의심해봐야

협심증은 만성적으로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혈류 장애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쉬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운동을 하고 난 후 심장 근육의 산소요구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혈류가 따라가지 못해 아프다고 느끼게 됩니다.

가슴 통증을 느낄 때 휴식을 취하면 5~10분 내 증상이 사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심근경색은 대부분이 급성 질환입니다.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하다가 동맥 경화반이 파열되고, 이 상처를 막기 위해 생긴 혈전이 오히려 혈관 내강을 막을 때 생기는 것이 급성 심근경색입니다.

급성 심근경색은 혈관이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에 혈액을 전혀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로, 심장의 괴사를 유발하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필수입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

심혈관질환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최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의미 있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 관리가 잘 이뤄지고 흡연율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또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조기에 치료받는 분들이 많아진 덕분이기도 합니다.

<예방법>

1. 담배는 반드시 끊습니다.

2.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입니다.

3.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4.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합니다.

5.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합니다.

6.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여 하루 30분 이상 매일 꾸준히 합니다.


빠른 진단이 최선의 치료

심혈관질환이 발생했을 때의 치료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증상을 개선시켜줄 뿐 아니라 심근경색 등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데 중요합니다. 흔히 ‘스텐트 삽입술’이라고 불리는 관상동맥 성형술과 수술적 치료 방법인 관상동맥 우회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뇌혈관질환에서도 새로운 시술과 수술법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기 발견과 진단입니다. 예전에 없던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즉시 가까운 병원의 의료진과 상의해봐야 합니다. 응급실에 달려갈 때는 이미 늦습니다. 젊어서부터 위험인자를 관리하고, 이상 증상이 생기면 빠른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심혈관질환자는 코로나19에 더 취약

코로나19 유행 이후 병원 찾기를 주저하면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위험한 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자기 위안을 하면서 병원 방문을 하루 이틀 미루다가 급성 심근경색 상태에서 119에 실려 응급실로 오는 환자분들이 예전보다 현저하게 늘고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은 의심과 빠른 진단이 치료의 관건입니다. 진단이 늦어진다면 그만큼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심혈관질환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증에 취약해서, 동일한 노출에도 더 쉽게 감염되고 감염됐을 때 사망을 포함한 합병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돼 있습니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적극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 위생수칙을 잘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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